박테리아는 어떻게 항생제 내성 발달시키나?

모델 개발해 항생제 내성 진화 예측

코로나19는 짧은 시간 안에 수많은 인명 피해를 가져왔으나, 병원균의 항생제 내성은 페니실린이 발명된 이래 인류 건강을 위협하는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전 세계에서 해마다 수십 만 명이 항생제 내성균에 의해 사망하고, 항생제 치료를 받고 있는 수백만 명이 내성으로 위협받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보건기구(WHO)는 2019년 세계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상위 10대 목록에 항생제 내성을 포함시켰다.

최근 독일 쾰른대와 스웨덴 웁살라대 연구팀이 이 같은 박테리아의 항생제 내성이 어떻게 진화하는지를 설명하고 이를 예측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해 ‘네이처 생태와 진화’(Nature Ecology & Evolution) 4일 자에 발표했다.

저온 전자현미경으로 1만 배 확대한 대장균(E. coli) 무리. 온혈 동물의 대장에 서식하는 이 박테리아는 대부분 해를 주지 않고 숙주동물과 공생관계를 유지하나, 간혹 심각한 식중독을 일으키기도 한다. © WikiCommons / Eric Erbe, digital colorization by Christopher Pooley / USDA, ARS, EMU.

내성 발달 속도와 메커니즘이 과제

기존 항생제에도 듣지 않는 슈퍼박테리아가 나타나는 등 항생제 내성이 크게 확산하면서 그동안 의학 및 제약계에서는 박테리아가 항생제 내성을 발달시키는 속도와 그 메커니즘을 규명하는데 심혈을 기울여 왔다.

이런 연구의 목표 중 하나는 항생제 내성이 박테리아의 성장과 병원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이해하는 것이다.

논문 시니어 저자인 웁살라대 단 안더손(Dan I. Andersson) 의료 세균학 교수는 “이런 종류의 지식은 항생제 내성 출현을 더 잘 추적하고 늦출 수 있게 함으로써 세균 감염을 막는 항생제의 효과적인 치료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이와 함께 새로운 유형의 항생제와 가능한 치료법을 창출해 내성 발달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박테리아는 다양한 메커니즘을 통해 항생제 내성을 진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체로 유기체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유전적으로 진화할 때 특성을 변경시키는 돌연변이를 겪게 된다. 박테리아는 유전체를 바꿔서 항생제에 덜 민감해짐으로써 살아남는다.

그러나 박테리아가 새로운 생활 조건에 적응할 때 어떤 돌연변이가 발생할지는 예측하기가 어려운 것으로 보고돼 있다. 예를 들어 박테리아가 영양 수준이 매우 낮은 새로운 환경으로 옮겨갔을 때는 제한된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의 진화를 예상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적응을 일으키는 돌연변이의 종류를 예측하기가 훨씬 더 어렵다는 것.

항생제의 표적과 내성 메커니즘을 그린 도표(2010년 BMC). © WikiCommons / Gerard D Wright

내성의 정도와 유형을 성장과 연결시킨 모델 개발

연구팀은 대장균(E.coli)을 대상으로 한 이번 새로운 연구에서 박테리아가 발달시킨 내성의 정도와 유형을 성장 및 분열 능력과 연결시키는 이론적 모델을 생성했다.

지금까지의 항생제 내성 연구에서 핵심적이면서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는, 박테리아의 내성 진화가 서로 다른 약물 농도에서 세포 성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점이었다.

연구팀은 실험을 통해 박테리아의 항생제 내성이 강할수록 영양소 흡수 능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전에는 관찰되지 않은 이 같은 연관성을 통해 이들은 어떤 종류의 돌연변이가 발생하고, 돌연변이를 일으킨 박테리아가 다양한 농도의 항생제에 노출됐을 때 얼마나 많은 저항성이 부여되는지를 예측할 수 있었다.

실험 결과 항생제 투여량이 적을 때는 특정 종류의 돌연변이를 일으켰고, 항생제 농도가 높을 때는 다른 종류의 돌연변이를 일으켰다. 또 내성 돌연변이 세포들은 항생제 약물이 있을 때 더 높은 성장률을 보였으나, 약물이 없을 때는 약물에 민감한 야생형보다 성장률이 낮았다.

‘네이처 생태와 진화’ 지 4일 자에 게재된 논문 표지. ©Springer Nature / Nature Ecology & Evolution

“이론 모델과 실험 분석 결합”

논문 제1 저자인 독일 쾰른대 생물물리학 연구소 페르만다 핀헤이로(Fernanda Pinheiro) 박사후 연구원은 “돌연변이 세포들은 항생제 내성에 대한 결정을 최적화해야 한다”며, “이번 연구에서는 이 과정을 설명하는 모델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핀헤이로 연구원에 따르면, 박테리아는 종종 방어선 구축을 위한 여러 옵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돌연변이 진화 예측이 매우 어렵다. 그런데 이번 모델에서는 박테리아군이 특정 조건으로 어떤 내성 메커니즘을 진화시킬 가능성이 있는지를 성공적으로 예측할 수 있다는 것.

그는 “박테리아 내 서로 다른 부위의 세포들은 상호 의존적이고 어떤 방어 옵션이 좋을지는 전체 시스템에 의해 결정되는데, 이런 세포 부위들에서의 돌연변이 변화가 성장 패턴에 흔적을 남기므로 이를 학습해 궁극적으로 진화 예측에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안더손 교수는 “이번 연구는 박테리아의 대사와 성장을 항생제 내성 메커니즘과 연결하는 모델 개발을 위한 첫 번째 단계로, 박테리아가 항생제에 노출될 때의 변화 방식을 예측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것”이라며, “다양한 성장 조건에서 박테리아 대사가 어떻게 최적화되는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론 모델과 실험 분석의 결합이 중요하다는 사실도 보여주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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