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쥐 비행의 비밀이 밝혀지다

날개의 터치 센서로 기류 변화 감지

조류나 쥐와 전혀 다르면서 새처럼 날아다니는 유일한 포유류가 있다. 바로 ‘박쥐’이다. 박쥐는 만년설이 쌓인 남극이나 북극을 제외한 세계 전 지역에 분포하고 있으며, 동굴이나 폐광, 나무 속, 인가, 삼림 등 다양한 곳에서 서식한다.

박쥐의 몸의 구조와 기능은 모두 날기에 편리하도록 발달되어 있다. 행동도 나는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 때문에 박쥐의 비행과 관련된 연구가 많이 진행되었다. 사실 박쥐는 시력이 아주 나쁘다. 그래서 낮에는 햇빛을 피해 동굴에서 자지만, 밤에는 자유롭게 하늘을 날아다닌다.

박쥐가 잘 날아다닐 수 있는 이유는 바로 눈 대신 사람 귀로는 들을 수 없는 초음파를 활용하기 때문이다. 이를 이용하여 사물과의 거리를 가늠하고 가야 할 방향을 찾는다. 코나 입으로 초음파를 발사하고 되돌아오는 메아리를 감지하여 위치를 파악하는 식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박쥐는 생각보다 아주 민첩하게 나뭇가지 사이를 날아다니면서 작은 곤충을 잡아먹거나 과일을 먹는다. 아슬아슬하지만 정밀한 방법으로 비행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박쥐가 정밀비행을 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민감한 대응 세포를 지닌 날개 때문이다.

박쥐는 포유동물 중 유일하게 최소 7마일(mph)에서 최대 20마일(mph)까지 속도를 내어 비행할 수 있다. 오로지 사람만이 비행기를 만들어 이 속도를 이겨냈다. 아주 빠른 속도이다. ⓒ PD-USGov via Wikipedia

박쥐는 포유동물 중 유일하게 최소 7마일(mph)에서 최대 20마일(mph)까지 속도를 내어 비행할 수 있다. 오로지 사람만이 비행기를 만들어 이 속도를 이겨냈다. 아주 빠른 속도이다. ⓒ PD-USGov via Wikipedia

신시아 모스(Cynthia F. Moss) 매릴랜드 대학교(University of Maryland, USA) 교수를 비롯한 연구팀은 박쥐 날개에 있는 감각 수용체가 공기 흐름 정보를 어떻게 뇌의 뉴런에 전달하는지에 대해 밝혀냈다. 공기 흐름의 정보를 읽고 비행 중 방향과 고도를 결정하여 이를 바탕으로 비행하는 것이다. (원문링크)

즉, 박쥐가 공기 흐름이 조금만 변해도 감지할 정도로 민감한 대응 세포를 날개에 가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날개에 일종의 터치센서가 달린 셈인데, 이 대응 세포는 박쥐가 정밀 비행을 하는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관련영상)

지금까지 박쥐의 비행에 관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었지만, 아무도 박쥐 날개에 있는 이런 대응 세포를 연구하지는 않았다. 비행기로 따니면 날개나 프로펠러, 물고기로 따지면 지느러미의 역할을 하는 셈인데 어쩌면 그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볼 수도 있다.

박쥐만의 독특한 촉각회로가 진화한 것

연구팀이 연구 대상으로 삼은 것은 바로 북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큰갈색박쥐(big brown bat)였다. 박쥐는 독특한 촉각 회로(tactile circuitry)를 날개에 품게끔 진화했다. 이 회로는 비행 중 제어 능력을 올려주고, 날개를 활용하여 어딘가 오르거나 곤충을 잡을 때도 쓸 수 있다.

박쥐 날개에는 감각 수용체가 있는데, 이들 중 상당수는 얇은 머리카락 형태로 밀집해서 단위체를 형성하고 있다. 이 감각 세포의 끝 부분은 창끝 모양이고, 메르켈 세포도 함께 존재하고 있다. 메르켈 세포는 세포 촉각이 예민한 부위에 있는 피부 아래 기저층에서 발견되는 세포로, 공기에 의해 이 털이 휘날리게 되면 박쥐는 비행하면서 정보를 읽어들일 수 있다.

연구팀은 바로 이 점을 이용하여 연구를 진행했다. 공기 펌프로 이 감각수용체를 자극하였다. 그 결과, 박쥐의 일차 체감각 피질(Primary somatosensory cortex)에 있는 신경세포가 즉각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반사신경처럼 위치를 변경한 것은 아니다.

즉, 감각세포는 일종의 안내 역할만 했을 뿐 박쥐가 비행을 주도적으로 결정한 것은 아니다. 박쥐는 독특한 진화 과정을 거쳐 박쥐만의 특징을 갖게 되었다. 이번 연구를 통해 밝혀진 내용은 향후 비행체를 설계할 때 난기류나 장애물을 감지하고 조정할 수 있게 하는데 사용될 수 있다.

박쥐의 항공역학, 전투기 개발에 적용

박쥐의 비행경로를 추적하여 새로운 항공역학(aerodynamic)을 풀어내기도 했다. 지난 2007년 헤덴스트롬(A. Hedenström) 룬드대학교(Lunds universitet, Sweden) 박사는 학술지 ‘사이언스'(Journal Science)를 통해 10년 동안 박쥐의 비행경로를 추적한 내용을 발표하였다. (원문링크)

박쥐가 일반 새들과 다르게 비행 하는 이유는 날개 짓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다른 조류의 경우, 날개를 아래로 내릴 때에는 그만큼 공기의 동력을 얻어 위로 올라 전진한다. 반대로 날개를 위로 올리면 그만큼 전진하는 동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아래로 떨어지게 된다. 그래서 새들은 날개를 위로 올릴 때에는 떨어지지 않기 위해 날개의 깃털들을 분리하고, 반대 방향으로 바꾸어 비행한다.

하지만 박쥐는 다르다. 날개를 위로 올릴 때에는 날개를 완전히 뒤집고 뒤로 이동시켜 몸이 수직으로 상승할 수 있도록 한다. 일반 조류와는 다른 새로운 항공역학 시스템을 갖고 있다. 박쥐가 이렇게 날아다닐 수 있는 이유는 날개가 너무 유연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박쥐와 같이 비행할 수 있는 것은 세상에 없다.

박쥐의 비행 패턴은 매우 복잡하며, 그 방법도 속도에 따라 다르다. 하지만 역시 가장 독특한 방법은 날개의 전환이다. 날개를 뒤로 이동시킴으로써 전진하는 힘을 유지하고 몸을 위로 떠오르게 하는 것이다. 박쥐가 보다 효율적으로 비행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박쥐는 가장 민첩한 사냥꾼으로 불리기도 한다. 가장 복잡한 환경 속에서도 무언가를 기획하고 실제로 실천할 수 있는 아주 복잡한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 따라서 박쥐가 갖고 있는 비행의 비밀을 이용하면, 복잡한 상황에서도 자유자재로 융통성 있게 대처할 수 있는 전투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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