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특집]신종 전염병이 늘어나는 이유(上)

위생관리와 면역력 향상 노력 필수

신종전염병의 주력군은 바이러스다. 최근들어 전세계적으로 신종 전염병이 기승을 부리는 것은 얌전했던 바이러스 대신 흉포해진 바이러스가 잇따라 출몰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러스 질환은 대부분 가볍게 앓다 저절로 완치되며 생명을 위협하는 일은 거의 없다. 특별한 치료가 없어도 때가 되면 낫는 감기가 대표적 사례다. 이 때문에 요즘 유행하는 볼거리나 수족구(手足口) 병은 지나치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헤르페스바이러스나 EB바이러스, CMV바이러스처럼 인체세포 내에 침투해 수십 년 동안 잠복해 있으면서도 별다른 탈을 일으키지 않는 바이러스도 많다. 예외가 있다면 독감과 광견병 바이러스. 하지만 독감은 수만 명씩 사상자를 낳는 유행시기가 아닐 경우 얌전히 지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광견병은 거의 자취를 감춘 질환이다.



최하등생물인 바이러스와 최고등생물인 인간 사이의 공생 (共生)을 통한 밀월은 2백만년전 지구상에 인간이 처음 모습을 드러낸 이래 지금까지 깨지지 않는 불문율이었다.



그러나 바이러스에 대한 낙관적 기대는 80년대초 에이즈의 출현으로 여지없이 깨졌다. 인체면역을 담당하는 T림프구 내로 직접 침투해 생명을 앗아가는 에이즈 바이러스는 현재 4000만 여명의 감염자를 낳고 있는 지구촌 최대의 역병이 됐다. 매년 전체 유전자의 1%씩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탁월한 변신술로 항체나 예방백신을 개발하는 일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1997년 인류를 공포로 몰아넣은 광우병과 에볼라바이러스, 조류독감도 모두 바이러스가 만들어낸 신종전염병이다. 과거 원인을 몰랐던 질환 중 바이러스가 유력한 원인으로 밝혀진 경우도 많다. 급작스런 어지럼증을 유발하는 전정(前庭) 신경염, 감각이상 등 신경기능이상을 초래하는 다발성경화증, 6개월 이상 극심한 피로감에 시달리는 만성피로증후군 등이 모두 여기에 해당된다.



바이러스 질환이 문제시되는 이유는 세균과 달리 항생제로 치료할 수 없다는 것. 지금까지 등장한 항바이러스 제제는 모두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할 뿐 바이러스를 직접 죽이진 못한다. 긴 잠복기와 발암성 (發癌性)도 문제다. 에이즈는 면역결핍증상이 나타나기까지 10년 이상 소요되므로 이 기간 내내 다른 사람에게 전염시킬 수 있으며 간염바이러스나 파필로마바이러스 감염자는 비감염자보다 수십배나 높은 간암과 자궁경부암 발생률을 감수해야 한다.



그렇다면 최근들어 이처럼 바이러스가 극성을 부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대 의대 내과 최강원 교수는 이에 대해 “문명발달로 인한 급격한 생태계의 변화로 그동안 노출되지 않았던 병원균과 접촉할 기회가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환경공해로 인한 돌연변이와 스트레스로 인한 면역력 저하, 엘니뇨로 인한 기온상승도 중요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따라서 신종 바이러스 질환에 대비하기 위해선 질병발생을 조기에 발견, 전염경로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범국가적 감시체계의 확립이 필요하다.



1995년 세계보건기구가 신종전염병감시통제국(EMC)을 신설하고 미국질병통제센터(CDC)가 신종 전염병 대처를 위한 국제회의를 1998년부터 정기적으로 개최해 오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노력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개인적 노력도 중요하다.



연세대 의대 감염내과 김준명 교수는 “무엇보다도 위생관리와 백신접종, 영양개선을 통해 면역력을 향상시키는 노력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세균과 달리 바이러스질환은 개체가 지닌 면역력이 질병발생에 훨씬 중요하게 관여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주거환경과 식습관, 성생활에 있어서 정상적인 생활패턴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과학기자협회 미디어리소스발굴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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