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인간 유전자 정보 탈취해 복제한다

스파이 단백질 ‘UFO’ 발견…바이러스 번식에 활용

지난 1956년에 SF(공상과학) 영화인 ‘신체 강탈자의 침입(Invasion of the Body Snatchers)’가 상영됐다.

잭 피니(Jack Finney)의 소설을 영화화한 것으로 어떤 식물들이 사람처럼 복제된다는 내용이다. 우스꽝스러운 이야기 같지만 최근 과학자들이 유사한 현상을 발견하고 있다.

22일 ‘사이언스 데일리’에 따르면 인플루엔자 등 사람 등의 숙주를 괴롭히는 다수의 바이러스들이 사람의 유전자 신호를 복제하고 있으며, 그 정보를 자신의 게놈(유전체)에 적용해 번식에 활용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바이러스가 사람 등 숙주의 단백질 생성 정보를 가로채 자신의 단백질 생성에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과학자들에 의해 밝혀지고 있다. 사진은 독감의 원인이 되고 있는 인플루엔자A가 사람 세포에 침투하는 영상. ⓒWikipedia

바이러스의 단백질 복제 과정 최초로 규명

연구를 수행한 곳은 뉴욕에 소재한 마운트 시나이 아이칸 의과대학과 영국 글래스고 대학 과학자들이다.

연구진은 논문을 통해 인플루엔자, 라사와 같은 바이러스들이 번식을 위해 숙주의 유전자를 복제하는 매우 특이한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숙주 세포들 간의 통신을 관장하는 메신저 RNA(mRNA)로부터 유전자 신호(genetic signals)를 감지한 후 그 정보를 자신의 유전체에 적용해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단백질을 생성하고 있었다는 것.

이런 일을 하고 있는 바이러스들은 ‘분절성 음의 가닥 RNA 바이러스(sNSVs)’로 분류되고 있는 바이러스들이다.

연구팀은 이들 바이러스 안에서 복제 활동을 하고 있는 단백질 명칭을 인간을 복제한 가상의 괴물 프랑켄슈타인이란 단어를 사용해 ‘UFO(Upstream Frankenstein Open reading frame)’라고 명명했다.

지난 수 십 년 간 과학자들은 인플루엔자와 같은 바이러스들이 사람 등의 숙주 세포 내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관찰해왔다.

그러나 바이러스를 통해 사람, 포유류 동물 등 숙주의 유전자 정보가 누출되고 있으며, 바이러스가 숙주로부터 빼낸 정보를 또다시 복제해 새로운 단백질을 생성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진은 UFO가 숙주의 메신저 RNA 유전자 신호를 감지한 후 새로운 단백질을 생성해 감염 경로 등에 변화를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논문은 19일 국제학술지 ‘셀(Cell)’에 게재됐다. 논문 제목은 ‘Hybrid Gene Origination Creates Human-Virus Chimeric Proteins during Infection’이다. 이번 연구에는 두 기관에서 활동하고 있는 미생물학자 등 55명이 참여했다.

단백질 차원에서 숙주를 점령하고 있어

바이러스는 자체적으로 단백질을 생성하는 일이 불가능하다.

그런 만큼 ‘캡 탈취(cap-snatching)’라 불리는 방식으로 숙주의 단백질 정보를 훔쳐내 자신의 단백질을 생성한다.

‘캡 탈취’란 숙주의 mRNA에서 정보를 낚아채는 과정을 말한다. DNA 속에서 메신저 역할을 맡고 있는 RNA로부터 정보를 빼내 자신의 유전자에 적용한 후 단백질을 생성하는데 활용하고 있는 중이다.

이번 연구의 골자는 스파이 역할을 하고 있는 단백질 UFO을 찾아냈다는 것이다.

연구에 참여한 마운트 시나이 아이칸 대학의 이반 마라찌(Ivan Marazzi) 교수는 “‘sNSVs’로 분류되는 다수의 바이러스들에게서 UFO 단백질을 발견했으며, 이 단백질을 통해 숙주 단백질과 유사한 하이브리드 단백질을 생성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마라찌 교수는 또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사람과 같은 숙주들의 단백질 정보가 수시로 새나가고 있으며, 최근 코로나19 팬데믹 사태와 같은 심각한 상황이 빠르게 전개될 수 있음을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에 참여한 글래스고 대학의 에드 허치슨(Ed Hutchinson) 교수는 “바이러스들이 단백질 차원에서 숙주를 점령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허치슨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분자 차원에서 숙주들과 유전자 정보를 공유하는 매우 세밀한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며, “UFO의 속성을 통해 그동안 예상치 못한 바이러스 감염사태의 원인을 추적해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바이러스의 ‘캡 탈취’ 방식을 차단해 번성하고 있는 또 다른 바이러스를 박멸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마라찌 교수는 “독감, 라사는 물론 또 다른 바이러스들의 정보 탈취 메카니즘을 분석해 바이러스의 번식을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며, 이번 연구 결과가 코로나19 등 최근 사태에 도움을 줄 수 있기를 기대했다.

이번 연구는 미국 NIAID(National Institute of Allergy and Infectious Diseases), 영국 의학연구위원회(UK Medical Research Council) 등의 지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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