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와 인간의 시소게임

마이크로RNA, 킬러T임파구 작용 억제

과학지식 나눔의 장이 되어온 ‘금요일에 과학터치’가 지난 21일 서울 정독도서관에서 열렸다. 안광석 서울대 생명과학부 면역제어 창의연구단 교수가 ‘바이러스와 인간의 시소게임’이라는 제목으로 강연했다.

안 교수는 바이러스 만성감염의 핵심원인을 규명한 과학자로 이날 우리 몸의 면역시스템이 어떻게 감염된 세포와 정상 세포를 판별하는지, 거대세포 바이러스(CMV)의 스텔스(stealth) 전략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 과학지식 나눔의 장이 되어온 ‘금요일에 과학터치’가 지난 21일 서울 정독도서관에서 열렸다. ⓒ권시연


먼저 미생물 병원체의 정의부터 짚고 넘어갔다. 우리 몸에는 결핵균, 폐렴균과 같은 세균(박테리아),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파필로마(papilloma)와 누구나 한번쯤 감염된 적이 있는 인풀루엔자(influenza)를 일컫는 바이러스가 있다. 이들을 포함, 곰팡이, 이스트 등을 모두 미생물 병원체라 말한다.

우리 몸은 약 90조개의 세포로 이뤄졌는데 대부분의 ‘세균’은 세포 밖이나 세포와 세포 사이에서 번식한다. 반면 ‘바이러스’는 세포 속에서만 복제되고 자기복제와 면역회피에 필수적인 최소한의 유전체만 보유하고 나머지는 모두 숙주로부터 빌려오는 특성을 지녔다.

이어 안 교수는 초등학생 눈높이에 맞춰 ‘킬러T임파구’를 세포를 순찰하고 병든 세포를 혼내주는 사람에 비유하며 강연을 이어갔다. 킬러T임파구는 암세포나 병원체에 감염된 세포를 탐지하고 인식해 이들 세포를 살상하는 면역성분을 말한다.

킬러T임파구가 감염된 세포를 제거할 수 있는 것은 ‘MHC(major histocompatibility complex)’ 덕분이다. MHC는 세포 내부의 단백질 정보를 T임파구에 제시하고, 세포 속으로 침투한 바이러스 정보를 킬러T임파구에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안 교수는 “MHC가 킬러T임파구에게 고발하기 적합한 단백질의 아미노산 크기는 8~10개 단위로 쪼개져 있을 때”라며 “아미노산을 잘라주는 가위 역할을 하는 것이 ‘Aminopeptidase’”이라고 말했다.

MHC는 단백질을 암호화하는 거대한 유전자군을 일컫는 말로 거의 모든 사람이 서로 다른 MHC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특정 세포가 자기 자신의 세포인지 외부의 세포인지를 판별할 때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장기 이식 시 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것이 MHC 때문이냐고 묻는 학생의 질문에 안 교수는 “사람마다 MHC가 다른데 새로운 MHC가 들어올 경우 우리 몸의 면역작용은 이를 ‘적’으로 여기고 없애버리는 것이 문제”라고 답했다.

거대세포 바이러스의 스텔스 전략

안 교수는 전 세계 인구의 70% 이상이 감염되는 아주 흔한 바이러스로 만성질환을 일으키는 주범인 ‘거대세포 바이러스(CMV)’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또한 거대세포 바이러스의 다양한 면역 스텔스(stealth) 전략에 대해 말했다.

▲ 면역회피용 바이러스 단백질 유전자 발견 (출처:Nature Immunology(2011.09.04)에 게재된 안광석 교수 논문)


면역 스텔스는 인간 면역시스템의 병원균 탐지 기능에 대항하는 병원체의 은폐 기술로 면역회피와 유사한 의미로 사용된다. 대표적인 것이 헤르페스 바이러스(herpes simplex virus infection). 이 바이러스는 신경절에 잠복하고 있다가 피로와 자외선 등에 의해 재활성화 돼 지속적 만성감염을 일으킨다.

우리 몸은 스스로 면역작용을 통해 바이러스를 제거하지만, 거대세포 바이러스는 세포 안에 숨어 면연계를 피하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거대세포 바이러스는 21~23개 염기로 구성된 아주 작은 RNA로 다른 유전자를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 ‘마이크로RNA’를 만들어낸다.

생성된 마이크로RNA는 킬러T임파구 작용을 억제해 바이러스가 계속 몸속에 숨어서 생존하게 만들고, 세포 안의 효소 ‘ERAP1’의 생성을 방해한다. ERAP1은 세포의 소포체에 존재하는 아미노펩티다아제 효소의 일종으로, ERAP1 효소가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으면 세포 안에 바이러스가 있어도 감지할 수가 없다.

강연 후 학생들의 질문이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무슨 바이러스가 사람을 가장 많이 죽였냐는 질문에 안 교수는 “인플루엔자에 의해 가장 많은 사람이 죽었지만, 사망 확률이 높은 것은 에이즈(AIDS)”라고 답했다.

바이러스가 생물인가 아닌가에 대한 질문에는 “바이러스는 ‘숟가락’만 들고 다니는 격”이라고 짧고 재치 있게 답해 학생들의 웃음을 자아냈고, 식물과 동물의 면역시스템에 대한 질문에는 나무에서 수액이 흘러나오는 것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 지난 21일 서울 정독도서관에서 열린 ‘금요일에 과학터치’에서 강연한 안광석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가 강연 후 학생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모습 ⓒ권시연


이번 강연회에서 처음 만났다는 변지후(대치초 5) 학생과 이민형(동북초 4) 학생은 바이러스에 대해 평소 궁금했던 점을 서로 묻고 답하더니, 천체로 주제가 옮겨가 한참 의견을 나누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안 교수는 스티브 잡스가 스탠포드 졸업식에서 연설한 내용인 ‘Stay hungry, Stay Foolish’를 인용해 “명석한 두뇌와 명문대보다는 근면성, 집념, 성취동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강연 내내 강연을 듣는 바른 자세와 다른 사람의 의견을 경청하는 태도에 대해 언급하며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동전이 자석에 붙지 않는 이유

본 강연 전에 진행된 도입 강연에서는 이강욱 서울청운초등학교 교사가 ‘자기력의 방향’에 대해 강연했다. 실생활에서 흔히 접하는 금속인 동전에 자석이 붙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학생들에게 물었고,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자석의 성질이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한다고 말하며 강연을 시작했다.

▲ 지난 21일 서울 정독도서관에서 열린 ‘금요일에 과학터치’에서 강연한 이강욱 서울청운초등학교 교사가 강연 후 학생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모습 ⓒ권시연


이 교사는 동전이 자석에 붙지 않는 이유에 대해 “동전을 만들 때 구리와 니켈을 합금하는데, 합금을 하면 니켈은 자석 성분을 잃고 구리는 원래 자석에 붙지 않는 ‘반자성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자성체는 자성을 띠지 않는 물질로 구리와 금이 있다. 반대로 외부의 자기장이 없어져도 스스로 자성을 나타낼 수 있는 물질을 ‘강자성체’라고 말한다. 철, 니켈, 코발트 그리고 희토류도 이에 속한다.

또한 외부의 자기장이 없으면 아무렇게나 배열되기 때문에 자성을 띠지 못하는 물질이 있는데 이것을 ‘상자성체’라고 한다. 이 교사는 “알루미늄, 주석, 백금, 산소를 상자성체로 분류하게 된 이유를 찾아보는 것이 숙제”라고 말했다.

이어 이 교사는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영구 자석은 강자성체인 철로 만들고, 자연에서 산출되는 천연 자석은 자철광이나 니켈광으로 되어 있다. 천연자석은 자기장이 강하지 않기 때문에 천연 자석에 강한 자기장을 가해 자기장을 강화시킨 것이 영구 자석이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매주 금요일마다 서울, 부산, 대전, 광주, 대구에서 열리고 있는 ‘금요일에 과학터치’에 대한 자세한 일정과 강연 내용은 온라인(www.sciencetouch.net)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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