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승부를 가르는 축구공의 과학

[스포츠 속 과학] 이변 부르는 공과 킥의 비밀

‘별들의 전쟁’인 유럽 최상위 클럽 대항전에서 첼시가 맨시티를 누르고 왕좌에 올랐다. 5월 30일 오전 4시(한국 시각) 포르투갈 포르투 드라강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2021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결승에서 첼시가 맨시티에 1 대 0으로 승리했다.

올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와 잉글리시 카라바오컵 정상에 오른 맨시티는 절정의 기량으로 사상 첫 UCL 우승과 함께 트레블(3관왕) 달성 가능성이 높아 보였으나, 마지막 순간에 무너졌다. 반면 열세로 평가받던 첼시는 응골로 캉테가 중원을 지배하면서 초반부터 대등한 공세를 펼쳤고 역습을 통해 카이 하베르츠가 터트린 선제골을 끝까지 지키면서 9시즌 만에 UCL 우승컵인 빅이어를 다시 들어 올리는 데 성공했다.

2020-2021 UCL 결승에서 첼시가 카이 하베르츠(사진)의 결승골로 맨시티를 꺾고 유럽 챔피언에 올랐다. ⓒ 게티이미지뱅크

지구촌을 뒤흔드는 이변의 스포츠

“공은 둥글다.”

1954년 스위스 월드컵 결승에서 당시 세계 최강이던 헝가리와의 일전을 앞둔 서독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제프 헤어베어거가 남긴 말이다. ‘무적의 마자르 군단’이라 불리면서 5년간 무패 행진을 달리던 올림픽과 유럽 챔피언 헝가리를 서독이 꺾을 가능성은 없어 보였다. 더욱이 서독은 조별리그에서 이미 헝가리와 한 차례 맞붙어 8대 3으로 대패한 상황이어서 사기도 높을 수 없었다.

경기 시작 8분 만에 헝가리에 두 골을 내줬을 때만 해도 서독이 얼마나 큰 점수 차이로 패할지가 관전 포인트였던 상황. 그런데 헤어베어거의 말처럼 공은 둥글었고, 90분 혈전 끝에 서독은 헝가리를 3대 2로 누르고 월드컵에서 첫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독일에서는 영화로까지 제작돼 크게 흥행한 ‘베른의 기적’이다.

축구는 지구상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이다. 축구가 전 세계 수십억 축구팬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고 목이 터지라 응원하게 만드는 이유는 바로 이변의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다른 구기 종목들과 달리 축구에서는 영원한 강자도 영원한 약자도 없으며, 경기를 지배하다가도 단 한 순간의 방심으로 역습을 당해 승부가 갈리기도 한다. 독일 축구의 전설 프란츠 베켄바워는 “강한 자가 이기는 것이 아니라, 이기는 자가 강한 것이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축구가 야구, 농구, 배구 등 다른 구기종목과 구별되는 가장 큰 특징은 멀쩡한 두 손은 놔두고 발로 공을 다룬다는 점이다(물론 골키퍼는 제외다). 각각 11명으로 구성된 두 팀은 공 하나를 발로 차면서 길이가 100~110m이고 너비가 64~75m인 드넓은 경기장을 뛰어다닌다. 승부는 양끝 중앙에 세워져있는 길이 7.32m와 높이 2.44m 규격을 가진 골포스트(Goalpost)에 공이 얼마나 들어갔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거죽은 줄고 우둘투둘하게 변신

축구경기가 시작되면 축구팬의 시선을 잠시도 떼지 못하게 하면서 울고 웃게 만드는 주인공은 바로 축구공이다. 불운이 찾아오면 압도적으로 경기를 지배하더라도 축구공은 골대에 계속 맞고 튀어나오기 일쑤이고, 반대로 행운의 여신이 미소를 지으면 축구공은 골대 안으로 빨려 들어가거나 심지어 상대방 수비수의 몸에 맞고 들어가는 자책골로 승리를 거두는 경우도 있다.

축구경기를 드라마틱하게 만드는 축구공은 무엇보다 완벽한 구형이어야 한다. 과거에는 완벽한 구형에 가장 가깝게 만들기 위해서 정다면체 중 면이 가장 많은 정이십면체를 이용했다. 정이십면체는 정삼각형 20개로 구성된 정다면체인데, 12개의 꼭짓점에서 다섯 개의 정삼각형 면이 만나는 형태를 보이고 있다.

정이십면체에서 꼭짓점 12개를 균일하게 깎으면 정오각형 모양이 생기는데, 결국 20개의 정육각형과 12개의 정오각형이 조합된 형태로 바뀐다. 정이십면체에서 뾰쪽한 꼭짓점이 깎았기 때문에 원형에 더 가까워지는데, 이 형태에서 정오각형 부분을 검게 칠한 것이 바로 축구하면 떠오르는 점박이 축구공이다.

정육면체 20개와 정오면체 12개 등 총 32개의 거죽(Panel)을 사용하는 점박이 축구공은 국제축구연맹(FIFA)에서 공인구를 처음 지정한 1970년 멕시코 월드컵 공인구 ‘델스타(Telstar)’부터 2002년 한일 월드컵 공인구 ‘피버노바(Fevernova)’까지 계속 사용된 방식이다. 변화는 거죽을 꿰매는 대신 특수 접착제로 붙이고 고른 구면을 위해 이음새를 줄이려는 노력으로 나타났다.

2006년 독일 월드컵 공인구인 ‘팀가이스트(Teamgeist)’는 14개 거죽, 2010년 남아공 월드컵 공인구인 ‘자블라니(Jabulani)’는 8개 거죽, 2014년 브라질 월드컵 공인구 ‘브라주카(Brazuca)’는 6개 거죽으로 축구공의 거죽 수는 계속 줄어들면서 더욱 구형에 가깝게 변해왔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공인구 ‘델스타18(Telstar 18)’는 그 전과 동일한 6개 거죽을 사용하는데, 공의 속도와 위치를 추적하는 NFC(근접무선통신) 칩을 넣어 공이 골대나 파울라인을 넘어섰는지를 알려준다.

월드컵과 유로대회에서 사용된 다양한 공인구(위쪽)들. 축구공의 표면은 우둘투둘하기 때문에 공기저항이 줄어 더 빨리, 더 멀리 날아갈 수 있다. ⓒ Sungchan Hong et al 『Effect of a soccer ball’s surface texture on its aerodynamics and trajectory』

현대의 축구공이 과거와 달라진 또 다른 특징은 표면이다. 축구공은 예전에는 매끈하게 만들었는데, 지금은 표면을 우둘투둘 하게 굴곡이 있도록 만든다. 표면이 우둘투둘한 이유는 축구공의 속도를 높이고 비거리를 늘리기 위해서다. 표면이 우둘투둘한 축구공은 강하게 발로 차면 날아갈 때 공의 표면에 난류가 발생돼 공기와의 마찰력은 줄어들고 양력은 커져서 더 빨리, 더 멀리 날아가도록 도와준다.

이 외에도 축구공은 쉴새 없이 강력한 킥을 하더라도 내부 압력과 형상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비가 올 때도 경기를 진행하는 특성상 축구공이 물을 흡수해 무거워져서는 안 되기 때문에 방수능력은 필수이다.

환상적인 골을 만드는 킥의 비밀

축구 경기 시작을 알리는 휘슬이 울리면 선수들은 축구공을 상대 골대에 넣기 위해서 전력을 다해 움직이기 시작한다. 축구선수들의 움직임은 크게 공을 차는 킥(Kick)과 공을 잡아서 다루는 트래핑(Trapping), 그리고 공을 치면서 달리는 드리블(Dribble)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축구공을 상대 팀 골대 안으로 집어넣는 수단으로는 주로 머리와 발이 이용되는데, 이 중에서도 발에 의한 킥이 가장 중요한 기술로 사용된다. 성공적인 킥을 위해서는 스윙시간, 발의 속도, 임패트시의 견고성, 지지발의 위치, 지지다리와 차는 다리의 각도들이 중요하다.

인사이드 킥(Inside kick)은 엄지발가락 밑 부분과 발뒤꿈치, 그리고 복사뼈의 세 점을 잇는 삼각형부분으로 구사하는 축구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킥이다. 정확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강력한 킥의 구사가 어렵고 스피드가 나오지 않는 단점이 있다. 인프론트 킥(Infront kick)은 엄지발가락 부분의 발 안쪽에 맞히는 킥이다. 다양한 방향 전환이 가능하고 공을 머리 위로 띄어 패스할 수도 있지만 인사이드 킥보다는 부정확하다.

아웃사이드 킥(Outside kick)은 발의 바깥 부분을 사용하며 단거리 패스나 슈팅에 유용하다. 아웃프론트 킥(Outfront kick)은 발등의 바깥 부분을 이용하는데, 경기 중 신속하게 우리 편에게 공을 패스하거나 골키퍼 등 상대편 선수가 예측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슈팅을 하기 위해 중요한 기술이다.

인스텝 킥(Instep kick) 발등의 가운데, 즉 축구화 끈이 있는 부분으로 차는 킥이다. 발을 휘두르면서 생긴 에너지가 그대로 볼에 전해지기 때문에 가장 강력한 슈팅이 가능하며, 어느 정도 넓은 면적을 가진 발등 부분에 공이 접촉하기 때문에 방향도 정확하게 보낼 수 있다. 다만 발을 뒤로 젖히는 동작부터 임팩트가 이뤄지고 팔로우 스루까지 다른 킥에 비해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또 임팩트시 지지발 방향과 공의 진행 방향에 일치하기 때문에 킥을 하는 선수의 지지발 방향을 주시하고 있는 상대 팀 골키퍼에게 슈팅방향이 읽힐 수 있다

이 외에도 발끝으로 구사하는 토우 킥(Toe kick), 뒤꿈치를 사용하는 힐킥(Heel kick), 공중에 있는 공을 지면에 떨어지기 전에 차는 발리 킥(Volley kick), 공중으로 날아오른 공을 뒤로 누우면서 머리 너머로 차는 오버헤드 킥(Over head kick) 등이 있다.

축구공을 약한 속도로 차면 층류가 생기지만 빠른 속도에서는 난류가 발생한다(위). 축구공에 회전을 주면 마그누스 효과로 회전방향으로 휘는 힘이 작용한다(아래). ⓒ Adrian L. Kiratidis et al 『An Aerodynamic Analysis of Recent FIFA World Cup Balls』

축구팬을 열광시키는 킥 중에는 처음에는 골대를 한참 벗어난 방향으로 찬 것처럼 보였는데 공이 날아가면서 방향이 휘어져 골대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스핀 킥(Spin kick)이 있다. 바나나의 모양처럼 휘어진다고 해서 바나나킥, 혹은 유에프오(UFO) 킥이라고도 불리는데, 공이 휘어져서 날아가는 원리는 ‘마그누스 효과’(Magnus effect) 때문이다.

마그누스 효과는 독일 물리학자 하인리히 구스타프 마그누스가 포탄의 탄도를 연구하던 중 발견한 원리다. 공이 회전하면서 날아가면 회전방향으로는 공기의 흐름과 부딪혀 공기와 마찰이 생겨 압력이 높아지고, 반대 부분은 공기의 흐름과 같아서 압력이 낮아지는데, 공은 압력이 높은 곳으로부터 압력이 낮은 곳으로 힘을 받게 된다. 결과적으로 힘을 받으면서 회전하는 방향쪽으로 계속 공이 휘어지면서 날아가게 된다.

최근 유행하는 킥은 공이 전혀 회전하지 않도록 차는 무회전 킥(Nonspin kick)이다. 강력하게 무회전으로 킥을 하면 비행 중 공의 궤적이 좌우로 크게 흔들리거나 날아가는 공이 갑자기 떨어지는 너클 이펙트(Knuckle effect)를 보여 골키퍼를 힘들게 한다. 무회전 킥은 공기를 가르며 날아가는 공으로 인해 공 뒤쪽에서 양쪽으로 소용돌이가 일어나는 쌍둥이 소용돌이(Twin Vortex) 효과 때문에 좌우로 공이 요동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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