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여름마다 휴가계획을 세울 때면 우릴 고민에 빠뜨리는 것이 있다. 바로 계곡과 바다 사이의 갈등이다. 물론 해외여행을 간다거나 실내 수영장 같은 인공시설로 휴가를 가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것이 여의치 않거나 빌딩 숲과 콘크리트 건물이 지겨워 자연을 찾아 떠나는 사람들이 더 많다.
특히 더운 여름에는 시원한 물을 찾기 마련이라 단연 바다와 계곡이 손에 꼽히게 된다. 이 둘은 휴가지의 영원한 라이벌인 셈이다. 사람마다 선호하는 곳이 거의 반반으로 나뉘는 바람에 단체가 여행을 갈 때 목적지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바다와 계곡에는 어떤 차이가 있고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그 특징은 무엇일까.
곶과 만의 침식·퇴적 작용이 해수욕장을 만든다
우선 바다라 하면 대부분 해수욕장을 생각할 것이다. 뾰족하고 큰 바위가 있는 해변들은 경치는 아름다울지 몰라도 가족이나 연인들이 휴가를 즐기기엔 위험하고 적절하지 않다. 반면 해수욕장은 고운 모래들이 펼쳐져 있어 공간도 넓고 안전하며 아름답기까지 하다. 부드러운 모래위에 누워 일광욕을 즐기는 모습도 많이 볼 수 있다. 이런 모래사장은 어떻게 생긴 것일까.
해안선을 잘 살펴보면 굉장히 울퉁불퉁 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해안선에서 바다 쪽으로 튀어나온 부분을 ‘곶’, 육지 쪽으로 들어간 부분을 ‘만’ 이라고 한다. 이는 지명에도 쓰이는데 포항의 장기곶, 김포의 월곶, 진해의 진해만 등이 그것이다. 여기서 곶 부분은 바다에서 오는 파도에 먼저 부딪히게 되면서 파도의 힘이 집중돼 파도에 의해 지형이 깎여 나가는 침식 작용이 활발히 일어난다. 반면에 만은 곶에 비해 파도의 힘이 분산되고 유속이 느려지기 때문에 비교적 약한 세기의 파도가 밀려온다.
유체가 방해물로 인해 유속이 느려지게 되면 그 안에 운반하던 물질들을 내려놓게 된다. 해안에선 곶에서 침식돼 만들어진 퇴적물들이 유속이 느린 만에 가서 쌓이게 되는 것이다. 큰 바위나 자갈들이 침식돼 모래가 되고 이것이 만에 쌓여 우리가 말하는 모래사장, 즉 해빈을 만든다. 비교적 알갱이가 작은 입자들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안전하고 부드러워 사람들이 많이 찾게 되는 것이다.
계곡의 생성, 침식곡과 구조곡그렇다면 계곡은 어떨까. 계곡은 바다와 정 반대로 보이는 산에서 만들어진 지형이다. 계곡은 바다에 비해 그 생성원리가 매우 다양하고 복잡하다. 이것들을 생성원인을 기준으로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하면 침식곡과 구조곡이 있다.
우선 가장 잘 알려진 것은 V자곡이라고 알려진 계곡이다. 이는 산에서 시작되는 유수가 높은 곳에서 내려오기 때문에 유속이 빨라져 지형을 깎는 침식작용으로 인해 만들어진 것이다. 높은 곳에서 내려옴으로써 평지에서 흐르는 물에 비해 큰 위치에너지를 가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지형이 깎여 계곡이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유수 또는 우수, 빙하 등에 의한 침식작용으로 만들어진 것을 침식곡이라 한다. 침식곡은 V자곡 외에도 빙하에 의한 U자곡이나 바닷물에 의한 바다 속의 계곡인 해식곡도 있다.
다음으로 구조곡은 대륙에서 나타나는 지각변동이 그 원인이 된다. 지형이 휘어지는 습곡이나 끊어지는 단층에 의해 골짜기가 만들어지며 그곳으로 하천이 흐르면서 계곡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계곡에 항상 물이 흐르는 것이 의아하게 생각될 수도 있다. 무더운 여름에 비도 잘 오지 않을 때면 물이 말라버릴 만도 한데 계곡에 가면 여전히 시원한 물이 흐르고 있다. 계곡에서 흐르는 물들이 전부 빗물이 흘러내리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침식곡이나 구조곡이 만들어지면서 그 깊이가 지하수면까지 내려가면 지하수가 지면에 나타나 흐르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계곡물은 여름에도 항상 시원하고 깨끗하다.
해수욕장을 위협하는 이안류와 독성 해파리
이렇게 자연의 신비로 만들어진 아름다운 두 휴양지에도 항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음을 잊어선 안 된다.
먼저 바다는 그 깊이의 증가폭이 일정해 의외로 익사사고는 많지 않다. 깊어진다 생각되면 발을 빼고 안쪽으로 들어오면 되기 때문이다. 퇴적물들이 느려진 파도에 의해 점차적으로 쌓였기 때문에 완만한 경사가 생긴 것이다. 하지만 그 파도가 종종 변수로 작용한다. 대표적인 것이 요즘 화제가 되고있는 이안류다. 특히 최근 해운대에서 이안류가 자주 발생해 피서객들이 깊은 바다로 휩쓸려 가는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
이안류는 해안 쪽에 해수가 많이 몰려 있다가 어느 순간 다시 바다 쪽으로 돌아가는 해류현상을 말한다. 파도가 반대로 치는 것이다. 이안류는 유속이 매우 빠르다는 것이 특징이라 위험할 수 있다. 아직은 큰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미국인명구조협회에서 해마다 이안류로 인해 100여명이 사망한다고 발표한 바로 미뤄볼 때 절대로 가볍게 볼 일만은 아니다.
해안 쪽으로 바람이 강하게 불거나 해안 쪽의 수심이 깊은 곳으로 바닷물이 몰려 점점 쌓이다가 그 양이 어느 정도를 넘어서면 가둬놨던 물이 넘쳐흐르듯 바다 쪽으로 밀려나가는 것이 원인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이안류가 잘 발생하는 해운대는 남향이기 때문에 남풍이 불 때 바닷물이 해변으로 밀려든다고 기상청에서 밝혔다.
이안류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해운대는 여전히 우리나라 최고의 피서지로 계속해서 피서객이 끊이지 않고 있어 이안류 발생시 자칫 큰 피해가 우려되기도 한다.
그 외에도 요즘 우리나라 해변에 해파리가 자주 출몰해 피서객들을 위협하기도 한다. 지구 온난화의 한 현상으로 해수온이 증가함에 따라 이전에는 보기 힘들었던 해파리가 해수욕장 부근에도 자주 출몰하면서 사람들을 쏘아 피해를 준다. 독성 해파리에 쏘이면 상처만 나는 것이 아니라 독성을 가진 작은 침이 피부에 다량 박히게 된다. 이 때문에 긁거나 찬물로 씻어내려하면 상처가 더 심해지고 독성으로 인해 열이 나고 호흡곤란까지 올 수 있어 매우 위험하다.
계곡, 잦은 익사사고와 폭우로 인한 범람 주의안전이 우려되는 것은 바다 뿐만이 아니다. 물이 얕아 보이고 좁아서 안전하다고 생각될 수도 있는 계곡 또한 조심해야 할 것들이 많다. 계곡은 기본적으로 산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경사가 심하고 큰 바위들이 많아 발을 헛디디거나 미끄러져 넘어질 경우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산이기 때문에 그늘이 많아 습한 물가의 경우 이끼들이 많이 번식해 있어 바위가 매우 미끄럽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또한 물 속에서도 사고는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 계곡은 바다와는 다르게 수심이 매우 불규칙하게 변한다. 큰 바위의 위치나 지형의 영향때문에 그런데, 무릎까지 밖에 잠기지 않는 위치에서 조금만 전진해도 바닥에 발이 닿지 않는 곳에 다다르기도 한다. 게다가 계곡물은 바다에 비해 유속도 빠르기 때문에 발이 닿지 않는 곳에 이르면 쉽게 휩쓸릴 수 있다. 실제로 계곡에 피서를 갔다 실족사하거나 익사하는 사례는 해마다 끊이지 않고 발생한다.
계곡에 피서를 갔을 땐 폭우에 의한 피해도 신경써야 한다. 온도가 매우 높은 여름엔 공기가 금방 데워져 활발한 상승기류가 발생하게 돼 구름이 만들어진다. 이 때문에 예상치 못한 소나기나 폭우가 내리기도 한다. 계곡은 그 폭이 좁기 때문에 폭우가 내릴시 금방 물이 불어나 수심이 깊어지고 유속이 빨라져 주변에서 야영하던 사람들을 위협하며 구조대가 파견돼 계곡 물에 고립된 야영객들을 구조하는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휴가지, 잘 알고 떠나 더 즐겁고 안전하게
자연이 만든 천연 휴양지인 해수욕장과 계곡은 매년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하지만 더위를 피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 찾는 바다나 계곡에는 많은 위험이 숨어 있기도 하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는 것도 좋지만, 안전을 간과한다면 끔찍한 시간이 될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이외에도 안전한 여름 휴가를 위해서 피서지를 찾아가는 도중의 교통사고나 열사병에 의한 피해, 또한 음주로 인해 발생하는 사고들도 유의해야 한다.
- 조재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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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0-08-0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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