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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김연희 객원기자
2011-02-01

민속놀이에 숨은 과학 베르누이 정리가 적용되는 연날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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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 최대의 명절 설날은 한동안 못 보던 친지들과 만나 정을 나누는 시간이다. 또한 다같이 모여 도란도란 민속놀이를 즐기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런데 명절에 즐기는 이런 민속놀이에 재미있는 과학이 숨겨져 있다. 연날리기, 팽이 등 민속놀이에 숨은 과학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보자.

연날리기 속에 감춰진 비밀

요즘은 꼭 명절이 아니더라도 연을 날리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러나 연을 한번이라도 날려봤다면 연을 띄우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연날리기에 감춰진 과학 원리를 잘 모르기 때문이다.

가벼운 휴지 조각을 하늘로 던지면 잠깐이나마 하늘 위로 올라간다. 이는 중력의 반대방향으로 작용하는 ‘양력’이라는 힘 때문이다.

유체 속의 물체가 수직 방향으로 받는 힘인 양력은 높은 압력에서 낮은 압력쪽으로 생기며, 유체에 닿은 물체를 밀어내리려는 힘에 대한 반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연이 날아오르는 원리는 ‘양력’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베르누이 정리’도 함께 알아야만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

베르누이 정리는 유체의 압력에 의한 에너지, 임의의 수평면에 대한 위치 에너지, 유체의 운동 에너지의 총합이 일정함을 나타낸 방정식이다. 따라서 유체가 수평면에서 운동할 때, 즉 위치 에너지의 변화가 없는 경우, 유체 압력의 감소는 유속의 증가를 뜻한다고 볼 수 있다. 한 마디로 단위 시간당, 단위 면적당 지나가는 유체의 양은 일정하며 유체의 속력이 증가하면 압력은 감소한다는 것이다.

이제 연이 뜨는 원리를 베르누이 정리와 연관시켜 생각해보자. 연의 평평한 면을 바람이 부는 방향에 맞춰 수직으로 세우면 바람을 타고 연이 날아간다. 하지만 연은 실과 연결돼 있다. 계속 풀려나가던 연실이 팽팽해지는 순간 연의 위쪽이 앞으로 살짝 기울어지게 된다. 이때가 바로 양력과 베르누이 정리가 적용되는 순간이다. 연이 바람으로 인해 속도가 빨라지면서 압력은 감소한다. 그 결과 양력이 중력보다 강해지면서 연이 하늘로 떠오르게 되는 것이다.

베르누이 정리가 이용되는 대표적인 예가 비행기이다. 커다란 비행기가 큰 중력을 이기고 하늘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로켓처럼 분사 가스를 아래로 내뿜을 것 같지만 실상은 다르다.  대부분의 비행기는 아래로 분사 가스를 내뿜지 않고 오히려 뒤로 내뿜어 단순히 빠른 속력만을 얻고 있다. 보통 실생활에서도 큰 트럭이나 트레일러가 사람 옆으로 지나가면 몸이 차도 쪽으로 쏠리는 현상을 볼 수 있는데 이 또한 베르누이 정리가 적용된 예라 하겠다.

팽이가 도는 원리는 관성 때문

팽이치기도 겨울철에 인기 있는 민속놀이다. 그 놀이방법도 다양해 5~10cm의 목표 지점을 설정해 놓고 빨리 돌아오기를 겨루는 놀이, 자신의 팽이와 상대편 팽이를 맞부딪혀 쓰러뜨리는 팽이싸움놀이 등이 있다.

그런데 끝이 뾰족해 그냥 세우면 쓰러지는 팽이가 돌기 시작하면 쓰러지지 않고 팽글팽글 잘 돈다. 이는 정지해 있는 물체는 계속 정지하고 운동하는 물체는 계속 운동하려는 성질인 ‘관성’ 때문이다.

팽이채로 돌린 팽이는 관성 때문에 잘 돌지만 그냥 놔두면 공기저항과 바닥의 마찰력으로 인해 멈추게 된다. 그렇다면 팽이를 더 잘 돌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 바로 공기 저항을 덜 받게 하면 된다. 팽이 표면을 잘 다듬으면 공기저항을 덜 받게 된다. 박달나무나 대추나무 등과 같이 무게가 있고 굳은 재질로 만든 팽이는 더 오래 잘 돈다. 이는 일반적으로 무겁고 단단한 것일수록 관성력이 더 크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팽이는 땅 위에서 보다 얼음 위에서 더 오래 잘 돈다. 이는 얼음과 팽의 축이 마찰이 작아 생기는 현상으로 자전거를 타보면 팽이의 원리가 쉽게 이해된다. 자전거를 타다가 잠시 페달을 밟지 않아도 자전거는 어느 정도 앞으로 나가지만 곧 바퀴와 바닥사이에 작용하는 마찰력 때문에 좌우로 흔들리다가 쓰러지게 된다.

롤러코스터의 원리가 쥐불놀이에도

정월 대보름을 전후해 논둑을 태우는 쥐불놀이는 그 유용성이 인정되는 영농작업 중 하나이다. 불과 몇십 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 농업에서 농약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래서 봄을 맞이하기 전 벼멸구 등 해충들이 낳아둔 알을 없애야 했는데, 논둑이나 밭둑을 불태우던 쥐불놀이가 이를 위한 방법이기도 한 것이다. 

보통 쥐불놀이를 할 때 깡통속 내용물이 쏟아져 다칠 것만 같지만 신기하게도 그렇지 않다. 이는 원심력과 구심력의 크기가 일치하기 때문이다. 이는 롤러코스터의 원리와 비슷하다. 롤러코스터가 360도 회전을 해도 떨어지지 않는 것은 밖으로 달아나려는 원심력과 구심력의 크기가 일치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쥐불놀이에는 신기한 것이 또 있다. 분명 작은 불씨가 들어갔지만 나중에는 활활 타오르는 것이다. 보통 기체나 액체와 같은 유체는 좁은 통로를 흐를 때 속력이 빨라지고 넓은 통로를 흐를 때면 속력이 느려진다는 성질을 갖고 있다. 이런 특징을 쥐불놀이의 깡통 속에 대입해 생각해보자. 바람이 작은 구멍을 통과하면 속력이 더 빨라져 강한 바람으로 변하게 된다고 할 수 있다. 즉 깡통에 뚫은 구멍 때문에 오히려 불이 더 활활 타게 되는 셈이다.

김연희 객원기자
iini0318@hanmail.net
저작권자 2011-02-0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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