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미 DARPA, 우주용 원자력 추진기관 연구 중

[밀리터리 과학상식] 우주 탐사와 군사적 이용에 새 장을 열지도

DRACO 장착 위성의 개념도 ⒸDARPA

이미 현대전의 영역은 우주공간까지 넓어졌다. 충분한 식견과 역량이 있는 나라라면, 지상에서 본격적인 선전포고를 하기에 앞서 적국의 군용 인공위성들부터 제압하려 할 것이다. 인공위성은 정찰, 기상 관측은 물론 GPS 좌표 획득에 이르기까지 현대전의 군사 활동에 다양한 기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적의 군용 인공위성을 제압하는 대표적인 물리적 수단으로는 속칭 킬러 위성이 있다. 적 위성 공격을 위해 설계 제작된 위성이다. 그러나 킬러 위성은 보통 단 한 번밖에 공격할 수 없다. 우주공간에서도 기동을 위해서는 연료가 필요한데, 여러 번 기동하려면 그만큼 많은 연료를 실어야 한다. 그러면 위성의 크기가 커진다. 위성의 크기가 커지면 쏘아 올리기도 어려워지고, 전시에 적국이 탐지하기도 쉽기 때문이다.

군용 우주용 원자력 추진기관의 필요성은 이러한 현실적인 상황에서 제기되었다. 원자력 추진기관은 화학에너지 추진기관보다 훨씬 크기가 작고 연비와 기동력, 가속성이 뛰어나다. 그래서 군용 인공위성에 원자력 추진기관을 단다면 적의 킬러 위성 접근이 탐지될 경우 안전지대로 이동했다가 위협이 사라지면 다시 작전 궤도로 돌아오는 일을 비교적 여러 차례 반복, 생존성을 높일 수 있다.

원자력 추진기관은 이러한 군사적인 용도 외에도, 장거리, 장기간에 걸쳐 큰 에너지를 발휘해야 하는 먼 우주 탐사 등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기존 화학에너지 추진기관보다 더욱 빠른 속도를 이용해 현재는 최소 9개월이 걸리는 화성까지의 편도 항해 시간을 3개월로 단축하는 것도 가능하다. 1977년에 발사되어, 현재 인간이 만든 물체 중에 지구와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보이저 탐사선에도 원자력 추진기관까지는 아니지만, 일종의 원자력 발전기인 방사능 동위원소 발전기가 탑재된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이 발전기의 핵연료 수명은 약 48년에 달하므로, 보이저는 발사 이후 현재까지 단 한 번도 연료 재보급을 받지 않고도 탐사 임무를 수행할 수 있었다. 다만 방사능 누출 등의 안전 문제는 없어야 한다.

 

2025년 시제품 발사 예정…2030년대에는 실용화될지도

미국은 무려 1960년대부터 이렇게 매력적인 원자력 추진기관을 현실화하기 위해 여러 차례 시도했다. 프로젝트 NERVA, 프로젝트 오라이언, 프로젝트 팀버 윈드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프로젝트들은 여러 사정으로 인해 실용화 단계에까지 이르지는 못하고 취소되었다. 그런데 얼마 전 미 국방부 산하 연구 기관인 DARPA(국방고등연구기획국)는 이러한 발상을 현실로 옮기기 위해 또다시 발걸음을 내디뎠다. 지난 4월, 제네럴 아토믹스, 블루 오리진, 록히드 마틴을 주 계약자로 하여 세계 최초의 우주선용 원자력 추진기관인 DRACO(Demonstration Rocket for Agile Cislunar Operations: 지구-달 간 민첩 작전을 위한 시범용 로켓) 제작에 나선 것이다. 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최소한 달 탐사까지 염두에 둔 기획이다. 기존의 화학에너지 추진기관에 비해 훨씬 강력하면서도 효율적인 기관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현재 구상되는 원자력 추진기관의 대략의 원리는 이렇다. 액체 수소 등의 액체 연료를 원자로 노심에 주입하면, 핵연료 분열 시 나오는 열이 이 액체 연료를 기화시킨다. 이 기화된 연료를 고압으로 로켓 배기구로 뿜어내어 추력을 얻는다. 이 방식은 가속력과 연비, 추력 면에서 기존의 화학에너지 추진기관보다 두 배는 월등하다는 것이 미국 에너지부의 설명이다. DARPA는 DRACO가 실용화될 경우 위성의 기동력을 더욱 높여, 지구 궤도는 물론 달에까지 이르는 영역에서 탐지와 추적, 식별 등의 다양한 임무를 더욱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 거라고 보고 있다. 또한, 기존의 화학에너지 추진기관보다 더욱 연비가 뛰어나고 추중비가 우수하기 때문에, 실용화될 경우 기존의 거대한 화학에너지 발사체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DARPA는 2025년까지 DRACO를 장착한 개념 실증용 인공위성을 저지구궤도에 올리는 것이 목표다. 만약 미 국방부가 DRACO에 높은 우선순위를 부여할 경우, 2030년대 초반이면 실용형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만약 DRACO가 실용화된다면, 이를 이용한 먼 우주 탐사선이나 우주 항공모함(작은 우주선을 여러 대 싣고 빠르게 기동하는 모선) 등의 실용화까지도 기대해봄 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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