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어린이 폐기능 저하

대로변 부근 아이들 폐기능 6% 떨어져

영국 작가이자 시인인 T.S.엘리어트는 눈 속에 묻힌 겨울의 평정을 깨뜨리고 생명과 욕망이 꿈틀대는 4월을 ‘잔인한 달’이라고 묘사했다. 우리 나라는 4월이 되면 중국에서 불어오는 황사로 인해 숨 막히는 ‘잔인한’ 나날을 자주 접하곤 한다.

황사나 자동차 배기가스 등의 미세먼지나 중금속이 포함된 대기오염은 건강에 치명적이어서 사망률을 높이는 주요 요인의 하나로 꼽힌다.

최근 미국 연구진은 1990년도 이래 미국 각 도시의 대기 질이 나아졌다고는 하나 어린이들의 정상적인 폐 기능을 보장하기에는 아직도 미흡하다는 연구를 내놓았다.

미국 베스 이스라엘 디코니스 의료원(BIDMC) 흉부외과 및 중환자 관리 전문의 메리 라이스(Mary B. Rice) 박사는 초미세먼지(PM2.5)와 배기가스 등의 검댕이(검정 탄소)가 포함된 고농도 대기오염에 노출된 어린이들은 덜 오염된 지역에 사는 어린이들보다 폐 기능이 나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출생 후 8세 때까지 주요 간선도로 100m 이내에서 살았던 어린이들은 간선도로로부터 400m 이상 떨어져 산 어린이들에 비해 폐기능이 평균 6% 떨어졌다는 것이다. 이 연구는 미국흉부학회 학술지의 하나인 ‘미국 호흡기와 중환자 관리 저널’ 최근호에 실렸다.

“10년 간 미세먼지 30% 줄어도 폐기능 저하”

연구팀은 ‘프로젝트 비바’(Project Viva)에 등록된 여성들이 출산한 614명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연구를 수행했다. ‘프로젝트 비바’는 1999~2002년도 매서추세츠주 동부지역에서 진행한 여성과 어린이 건강에 대한 장기연구다. 연구팀은 위성을 이용해 초미세먼지(PM2.5)를 측정하고 148개 지역에서 검댕이의 양을 잰 다음 어린이들이 생후 첫 해부터 페기능 검사 전 해까지 초미세먼지와 검댕이에 노출된 정도를 측정했다.

라이스 박사는 “연방정부가 1990년대부터 엄격하게 대기질 관리 규제를 수행해 왔으나 우리가 알고 싶었던 것은 그것이 과연 어린이들의 폐기능을 충분히 보호할 만한 정도였느냐는 것”이라며, “1996년부터 2006년 사이에 보스턴지역에서 미세먼지 수치가 30% 이상 줄어들었으나 초미세먼지에 심하게 노출되는 어린이들은 평균적으로 폐기능이 떨어져 있고 임상적으로도 폐기능이 저하될 위험이 높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출생 후 8세 때까지 주요 간선도로 100m 이내에서 살았던 어린이들은 간선도로로부터 400m 이상 떨어져 산 어린이들에 비해 폐기능이 평균 6% 떨어졌다는 연구가 나왔다.  ⓒ ScienceTimes

주요 도로에서 차량들이 내뿜는 매연가스와 타이어 마모 등으로 생기는 미세먼지등의 대기오염 물질은  인체의 폐기능을 저하시키고 각종 질병을 일으킨다는 지적이 많다.

대기 질 좋아지면 폐기능도 나아져”

이번 연구에 참여한 어린이들은 여덟 살 때 폐기능 검사를 받았다. 연구팀은 이 검사 결과 주요 고속도로에 가장 가까이 사는 어린이들과, 초미세먼지와 검댕이에 높게 노출된 어린이들은 대기오염에 덜 심하게 노출된 어린이들보다 폐기능이 저하돼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와 함께 한 살이 지나서 이사를 가거나 살고 있는 지역의 오염이 줄어 대기의 질이 훨씬 향상된 곳에서 생활한 어린이들은 대기의 질이 그렇게 좋아지지 않은 곳에 사는 어린이들에 비해 더 나은 폐기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저널 편집진인 워싱턴대의 코라 색(Cora S. Sack) 교수와 조엘 카우프만(Joel D. Kaufman)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대기오염 노출에 대한 현대적인 모델링과 정확한 폐기능 측정을 결합해 도출한 중요한 발견”이라며, “낮은 농도의 대기오염에 노출됐을 때 인체 건강이 어떠한 영향을 받는지를 더욱 심도 있게 연구할 필요성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연구를 수행한 메리 라이스 박사. 사진은 미국 베스 이스라엘 디코니스 의료원 홈페이지. ⓒ ScienceTimes

연구를 수행한 메리 라이스 박사. 사진은 미국 베스 이스라엘 디코니스 의료원 홈페이지.

라이스 박사팀은 참여 어린이들이 청소년기에 이를 때까지 연구를 계속할 생각이다. 라이스 박사는 “대기 질이 가장 크게 좋아진 곳에 사는 어린이들이 10대 청소년이 돼서도 다른 또래들에 비해 더 좋은 폐기능을 유지하는지를 조사해서 청정한 대기의 이점이 계속 지속되는지 여부를 평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세먼지가 알레르기 비염 등 유발하고 폐기능 저하시켜

한편 우리 나라 인하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정희 교수팀이 수행한 ‘인천 지역 초등학교 학생에서 대기 오염물질의 농도와 알레르기 질환 유병률 및 폐기능과의 연관성 조사 연구’(2010년)에서도  대기오염 물질이 학생들의 폐기능을 감소시키고 알레르기 비염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인천 지역 11개 초등학교 2학년 학생 1262명을 대상으로 학교에서 대기 오염물질 배출시설(대로 포함)까지의 거리가 1 km 이상인 비인접학교와 1 km 이내인 인접학교로 나누어 두 군을 비교하였다.

조사 결과 인접학교 학생들은 1초간 노력성 호기량(FEV1)과 최대호기속도(PEF)가 비인접학교 학생들에 비해 유의하게 낮았고, `최근 일년간 숨이 차서 말하기 힘든 증상 경험`은 유의하게 많았다. 또 미세먼지(PM10)의 상대적 농도가 높은 군에서는 알레르기비염의 유병률이 미세먼지의 상대적 농도가 낮은 군보다 유의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국내외 연구들은 대기오염 물질이 학동기 어린이들의 폐기능 저하에 큰 영향을 미치고,  다양한 호흡기 및 알레르기 질환을 일으킬 위험성이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세계적 추세인 디젤차 줄이기 등 다양한 대기오염 감소책을 적극 추진해 ‘숨 제대로 쉬고 사는 도시’를 만들자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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