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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임동욱 기자
2011-04-08

미량의 방사능도 암 일으킬 수 있을까 원폭 생존자 추적한 논문에 전문가 갑론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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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지 않은 양의 비가 전국을 적시면서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인한 방사능 물질이 섞인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이 전국의 빗물을 조사한 결과 방사성요오드와 방사성세슘이 검출되었다.

이에 대해 기상청은 “인체에 가해지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지난주에 비해 몇 배나 늘어난 수치여서 시민들의 불안감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방사능은 정말로 암이나 기타 질병을 유발할까? 방사능의 양이 적어서 안전하다면 인체에 유해한 수준은 얼마부터일까? 방사능과 인체의 상관성에 대한 관심이 높은 가운데 지난달 ‘재해의학과 보건대책(Disaster Medicine and Public Health Preparedness)’ 학술지에 일본 원폭 생존자들의 질병 추이를 연구한 논문이 실려 뉴욕타임즈(NYT) 등 해외 언론들의 소개 기사가 잇따르고 있다.

방사능과 암의 상관성에 대한 논란 계속돼

방사능에 대한 공포가 커지는 이유는 암의 주요원인으로 지목되기 때문이다. 고농도의 방사능에 노출되는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지만 자연상태에서도 미량의 방사선이 방출된다. 과학자들이 최근 우리나라의 방사능 수치에 대해 ‘안전하다’고 판단하는 이유도 일상생활의 범위를 넘지 않기 때문이다.

방사능과 인체의 상관성을 연구하는 존 보이스(John Boice) 미국 밴더빌트 의대 교수는 “낮은 수치에 수백만명의 사람 수를 곱하면 착시현상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방사능 수치를 표시하는 방법을 바꾸면 위험성이 커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100밀리시버트(mSv) 이하의 미량 방사능에 대한 연구 데이터가 거의 없는 실정임을 꼬집으며 “10밀리시버트 이하의 극미량으로 위험성을 과장하지는 말라”고 반박한다.

지금까지의 연구에 의하면 평생 10밀리시버트의 방사능에 노출되면 암 발생률이 1만명당 5~6명 정도 높아진다. 그러나 방사능이 아니라도 암 발생률은 이미 1만명당 2천명을 넘어서고 있다. 방사능만이 암의 원인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량의 방사능만으로도 몇십년 후 암이 생길 수 있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콜럼비아대 방사능연구센터의 데이비드 브레너(David J. Brenner) 소장은 “극미량의 방사선으로 단 한 개의 세포가 DNA에 손상을 입었다 가정해도 암의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안전하다’고 단언할 수 있는 방사능 수치란 없다는 의견이다.

방사선 노출량에 따라 암 발생률 차이나

후쿠시마 원전에서 약 400미터 떨어진 지역에서 검출된 방사능 양은 시간당 1밀리시버트에 달한다. 4일 동안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암 발생 가능성이 확연히 높아질 수 있는 수치다. 그러나 원전에서 멀리 떨어져 미량의 방사능만이 도달하는 지역에까지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기는 힘들다.

이렇듯 미량의 방사선에 대한 안정성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원폭 생존자들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연구의 분석 결과가 소개돼 눈길을 끌었다. 논문의 주저자는 미국과 일본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히로시마 방사선영향 연구소(Radiation Effect Research Foundation)의 에반 두플(Evan B. Douple) 부소장이다.

두플 부소장은 1945년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폭 현장과 인근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을 대상으로 63년동안 진행된 대규모 연구조사를 분석해 발표했다. 그는 다양한 양의 방사능에 노출된 생존자 그룹과 원폭 투하 당시 현장에 있지 않았던 주민 그룹 등 10만명이 넘는 사람들을 조사했다.

원폭 생존자들의 피폭량은 다양했다. 5밀리시버트 이하가 6만1천명, 5~100밀리시버트가 2만8천명 정도였고 치사량에 가까운 2천밀리시버트에 노출된 경우도 있다. 피폭량에 의거한 분석 결과, 과도한 방사선이 암 발생율을 높이는 것은 확실하지만 그 수치가 예상보다 높지는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방사선 피폭량에 따라서 결과의 차이가 확연했다.

피폭자에게서 나타난 암 중에서 최초는 백혈병이다. 방사능에 노출된 12만명 중 219명이 백혈병으로 사망했다. 피폭 후 5년까지는 백혈병 사례가 증가하다가 이후로는 감소했다. 1천밀리시버트 이상에 노출된 그룹 중 86퍼센트가 방사능으로 인한 백혈병으로 사망했다. 그러나 100~500밀리시버트 그룹에서는 백혈명 사망자가 36퍼센트, 5~100밀리시버트 그룹에서는 5퍼센트에 불과했다.

결장, 유방, 간, 폐 등 신체기관에 악성종양이 발생한 경우는 더 적었다. 방사능에 노출된 10만명 그룹 중 악성종양으로 사망한 사람은 7천851명이었는데, 그중 방사능이 암 발생의 직접적 원인으로 지목된 사람은 11퍼센트인 850명에 불과했다. 방사능에 의해서 암 발생률이 높아지긴 했지만 피폭량에 따라서 차이가 난 것이다.

방사능으로 인해 암이 생길 확률은 부위에 따라서도 다르다. 유방이나 갑상선은 방사능에 의한 암 발생률이 높지만 전립선은 별 영향을 받지 않았다.

미량 방사능 관련 데이터는 거의 없는 실정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인해 방사능에 피폭된 주민들도 암에 걸리게 될까. 두플 부소장은 “방사선 노출량이 높아질수록 암 발생 확률이 커지는 것은 분명하지만 정확한 피폭량과 사고 당시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원폭 생존자들은 많은 양의 방사능이 전신에 걸쳐 단번에 노출되었지만, 후쿠시마 인근 주민들은 높지 않은 양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었다는 차이가 있다. 또한 공기와 물이 방사능에 오염되었더라도 체내까지 들어오는 양은 그리 많지 않다. 피폭 당시에 기준점으로부터 얼마나 떨어져 있었는지와 실내에 있었는지의 여부도 고려해야만 정확한 예측을 할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극미량의 방사능 노출에 대해서는 결과를 예측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다량의 피폭을 중심으로 산출된 데이터를 재가공해 결과값을 산출하므로 정확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서 검출되는 방사능 물질의 위해성에 대해서 위험이냐 안전이냐를 단언할 수 없는 이유다.

결국 ‘미량 또는 극미량의 방사능에도 암이 발생할 수 있는가’에 대해 전문가들 간에도 의견 차이가 존재한다. 예방을 강조하는 과학자는 “1퍼센트의 가능성이라도 주의해야 한다”고 우려할 것이고, 데이터의 정확성을 존중하는 과학자는 “위험성을 과장하는 것은 잘못된 행위”라고 반박할 것이다.

질병이 생길 가능성은 방사능 노출량에 좌우된다. 우유에서 미량의 방사능을 검출한 미국 관계당국이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결론짓거나, 우리나라 정부가 방사능 비에 대해 위해를 끼칠 수준은 아니라고 분석한 것은 아직 ‘위험을 단언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의미다. 아울러 정부 관계자는 “기준치 이상의 방사능이 검출되면 언제든 투명하고 신속하게 공개하고 그에 따른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임동욱 기자
im.dong.uk@gmail.com
저작권자 2011-04-0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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