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군이 추진하는 미래 전장의 방향은 어떤 것일까. 분야별로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하는 무인화(無人化) 위주의 전투체계’를 지향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특히 그중에서도 드론을 중심으로 하는 전투체계 구축은 미래 전장의 핵심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수십 대의 AI 드론이 일사불란하게 군집 비행을 하다가, 적의 진지에 은밀하게 침투하여 수류탄을 투하하며 기선을 제압하는 모습이 바로 우리 군이 생각하는 미래 전장의 모습인 것.
이처럼 AI 기술이 민간 분야를 넘어 군사 분야로까지 본격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 20일 코엑스에서는 인공지능미래보안협회가 주최하는 ‘2019 AISEC 포럼’이 개최되어 주목을 끌었다.
드론봇 전투체계는 미래 전장의 게임 체인저
우리나라 육군은 지난해 ‘한계를 넘어서는 초일류 육군’이라는 미래비전 2030을 발표하면서, 첨단 기술로 무장한 육군의 미래상을 제시한 바 있다. 초연결 및 초지능화된 디지털 시스템을 기반으로 다재다능한 육군을 구현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드론봇 전투체계 비전 2030’은 이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프로젝트다. 최첨단 전투체계의 하나라 할 수 있는 드론봇 전투체계를 미래 전장의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로 내세워서, 전장에 투입되는 병력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4월에는 교육사령부에 드론봇 군사연구센터와 육군정보학교에 드론 교육센터를 설립했고, 10월에는 지상작전사령부에 드론봇 전투단을 창설했다. 또한 드론봇 전투체계 편성에 대한 3가지 방안을 수립했다.
첫 번째 방안은 현재 편성되어 있는 부대에 드론봇을 편제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드론봇 전문부대를 별도로 창설하여 드론봇을 통합적으로 운용하는 방안이다. 그리고 세 번째 방안은 드론봇 전문부대를 창설하되, 현재 편성되어 있는 부대에 드론봇을 편제하는 것이다.
드론봇 전문부대를 별도로 편성하는 이유는 사단에서 중대까지 드론봇을 분산하여 운용하는 것보다 사단에서 통합하여 운용하는 것이 전투력 운용 및 발휘에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이날 행사에서 ‘드론봇 전투체계와 안티드론’을 주제로 기조강연을 한 서일수 아세아무인항공교육원 원장은 드론봇 전문부대의 운용개념에 대해 “정보 기능과 화력 기능, 그리고 기동 기능, 방호 기능, 지휘 통제 기능 등 5가지 기능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라고 밝혔다.
히말라야 프로젝트로 첨단 기술 기반의 육군 양성
정보 기능에서 정찰 임무를 띤 드론은 대 화력전 수행을 위해 적의 진지에 대한 표적정보를 식별하여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화력 기능에서 공격 드론은 기관총 및 폭탄 등을 사용하여 핵심표적을 타격하는 임무를 맡는다.
또한 기동 기능과 방호 기능은 각각 지뢰를 투하하여 적의 침투를 저지하는 것과 화학공격 예상지역을 탐지하는 역할을 맡으며, 마지막으로 지휘 통제 기능은 아군의 드론봇 운용을 관제하고 통제하는 임무를 맡는다.
서 원장은 드론봇 전투체계가 도입된 배경으로 현재 육군이 추진 중인 ‘히말라야 프로젝트’를 언급했다. 히말라야 프로젝트란 육군의 미래와 도약적 변혁을 위해 첨단과학기술군을 추진하는 R&D 프로젝트의 총괄 개념이라 할 수 있다.
히말라야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는 14좌로 이루어져 있는 히말라야산맥의 특성 때문이다. 히말라야산맥처럼 첨단 과학기술의 R&D 분야를 14개 분과로 나누고, 이 14개 분과에 각각 전문 위원회인 과학기술위원회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14개 분과는 △핵 및 대량파괴 무기(WMD) △드론봇 △워리어 플랫폼 △초연결 모바일 △모의 테스트(MOVES) △첨단 센서 △사이버 △에너지 △고기동 △생체의학 및 뇌과학 △AI 및 양자 기술 △지능형 적층 가공 △신소재 및 스텔스 △유·무인 차량 등이다.
서 원장은 “육군은 ‘히말라야 프로젝트’를 통해 첨단과학기술군으로 도약하기 위한 핵심기술 분야를 연구하고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라고 전하며 “구체적으로 가시화된 분야도 있고, 아직은 개념 연구 단계에 머물러 있는 분야도 있지만 명확한 것은 육군은 첨단과학기술군으로 가기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드론봇 전문부대 육성방안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전문부대에서는 시계(視界) 비행과 관련된 드론 조종술을 배우고, 정찰 감시 과정도 편성되어 있다. 또한 드론을 활용하여 화물을 수송하고 투하하는 과정은 물론, 조립 및 정비 과정까지도 이수할 수 있다.
서 원장은 “현재는 드론교육센터가 전국적으로 9개 지역에서 운영되고 있지만, 내년까지는 17개까지 확대될 예정”이라고 밝히며 “전투원 양성으로 드론 전투력이 극대화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서 원장은 “지금은 전투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드론봇 전투체계를 신속히 전력화해야 하는 미션이 있는 상황이지만, 이럴 때일수록 더 먼 미래를 바라보면서 새로운 개념으로 드론봇 전투체계의 비전과 목표를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포럼에서는 안티 드론(anti-drone) 기술도 소개되어 눈길을 끌었다. 안티 드론 기술은 드론을 탐지, 식별한 후에 무력화하는 기술을 가리킨다.
서 원장은 “드론을 무력화하는 데에 전파 방해 및 해킹, 전자 빔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라고 소개하며 “드론의 임무를 저지하는 소프트 킬(soft kill)과 드론을 물리적으로 파괴하는 하드 킬(hard kill) 방식으로 구분된다”라고 설명하며 발표를 마쳤다.
- 김준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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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9-12-2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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