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 일본 방사능 유출 등으로 국민들의 식품 안전 및 수급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식품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우리 식품의 미래 트렌드와 식품 안전성 제고를 위한 과학 기술 등을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하 KISTEP)이 주최하고, (재)한국미래연구원이 주관한 ‘제3회 KISEP 미래포럼’이 열린 지난 6일 서울 코엑스홀은 최근의 식품에 대한 관심을 반영한 듯, 130여 명의 식품관련 과학 기술자, 대학교수, 유관부처 관계자 등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박영아 KISTEP 원장은 이날 포럼 개회사를 통해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이 건강과 매우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점이 종종 간과되고 있으며, 주요 선진 국가들이 식품산업의 육성을 통해 새로운 가치 창출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는 추세를 감안해 우리도 기후변화, 식품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각범 (재)미래연구원장은 환영사에서 “우리나라는 전후 경제발전과 민주주의 발전을 눈부시게 이루는 등 많은 성공을 가져왔지만, 사회적 신뢰의 위기도 동시에 안고 있다”며 “식품도 이러한 위기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다며, 이번 토론이 일정부분 그 해결책을 제시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래에는 과연 어떤 기술들 나올까?
이날 ‘미래 식품기술 트렌드’를 주제로 첫 번째 발제에 나선 최문정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기술예측실장은 인공적으로 만든 쇠고기 햄버거 패티, 우주인이 이용할 수 있는 3D 바이오 프린팅 기술을 활용한 미래가 도래가 멀지 않았다며 식품기술 청사진을 펼쳐 놨다.
이어 우리나라는 1994년부터 과학기술예측조사 시행해 왔는데, 과학기술 전 분야에 걸쳐 6백 52개의 미래기술들이 출현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중 식품 환경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으로 고령화, 인구증가(2030년까지), 기후변화와 환경오염, 소득증가, 도시인구증가 등을 꼽았다.
그는 최근 정신적 육체적 건강을 추구하는 ‘웰빙’에서 환경보존을 포함한 ‘로하스’가 시대적 트렌드를 이루고 있지만, 편리성과 안전성을 간과하지 않고 있다며, 향후 식품 기술 트렌드 역시 기능성 안정성 생산성 지속성 편이성 차원에서 개발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최 실장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고령인구의 급속한 증가로 2050년 60세 이상이 전체 인구의 39%로 세계 4위를 기록할 전망이다(WEF자료). 특히 소득증가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지대할 것으로 예측되며, 질병이나 노화를 막을 수 있는 식품들이 인기를 끌 것으로 예측됐다.
기능성이 높은 것들 먹으려는 욕구가 늘어날 것이고, 면역력 증진과 흡수능력 제고, 편리함을 충족하는 식품들이 출현할 것으로 전망됐다. 최 실장은 실례로 ‘생리기능성 식품 펩타이드’를 제조해 식품첨가물로서 활용하는 기술이 2020년이면 상용화 될 것으로 전망했다.
기후변화는 현재적 문제이자 미래의 문제이기도 하다. 급변하는 기후로 인해 식품의 원료인 농축수산물의 부패와 해충의 창궐로 살균 살충제 등 농약 사용은 늘어날 것이며, 이로 인해 잔류농약 등으로 인한 식품오염 우려가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식품은 일상적으로 매일 섭취해야 하나, 이로 인해 식품안전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과 막연한 불안감 존재할 가능성이 증대됨으로써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저감 기술이 각광받을 것으로 예측된다. 최 실장은 식품의 안전을 그 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는 초소형 화학분석시스템이 2019년 정도에는 기술 실현될 것으로 전망했다.
최 실장은 이밖에도 강수량 감소, 한파, 폭염 등의 기후변화, 기생충에 의한 질병, 해충, 잡초에 대처 필요로 하는 기술과 소득증가에 따른 식이형태의 변화(육류섭취 증가), 생산성 향상을 위한 육종 또는 유전자 변형 기술, 고효율화 된 양식 기법, 수확 후 관리를 통한 신선식품 장기 보관하는 기술이 미래 새로운 기술로 개발되고 있다고 말했다.
▲ 공중의 위험인식과 전문가들의 판단 사이에 있는 불협화음과 긴장을 완화할 수 있도록 전문평가자들이 공중과 소통할 수 있는 최적 방법을 탐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송찬영
맞춤형 건강식품 시대가 도래한다
두 번째 발표에 나선 하태열 한국 식품연구원 대사기능연구 본부장은 현재 사람들의 건강관리 방안은 운동과 건강기능식품 섭취, 건강검지, 보양식 섭취, 약복용 순서로 나타나고 있지만, 앞으로는 개인 맞춤형 식품 섭취에 의해 건강을 도모하는 시대를 맞이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80년대 이전에는 녹차, 생선류가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가 중요 아이템이었다면, 휴먼게놈 지도가 발견된 이후부터는 체질에 따라, 어떤 것을 먹을 것인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가 무엇을 먹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유전체와 식품이 어떤 관계를 가지고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간의 DNA는 99.9% 같지만, 0.1%의 차이로 인종이 다르고 개별 특성이 다르게 나타난다며, 염기서열 변이로 질병이 발현된다고 덧붙였다. 하 본부장은 이에 따라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똑같은 사과주스를 먹어도 어떤 사람은 살이 빠지는 반면, 오히려 살이 찌는 사람이 있다고 설명했다. 유전적 특성에 따라 식품이 반응하는 것이 다르다는 것이다.
그는 개인 맞춤식 식품, 개인의 영양 요구량 등 특정 유전적 정보를 가진 사람들에게 맞는 식이를 처방하는 기술이 나올 것이라며, 이미 개인 맞춤 식품과 관련해서 해외에서는 시오나, 네슬러 등 상당수 기업들이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유전자 검사는 아니지만, 질병 감수성 평가를 통해 심장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은 사람의 경우 식이 처방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 본부장은 현재 한국인의 질병관련 유전정보를 확보하고, 당뇨, 고혈압, 골다공증, 비만 등 특정 질환 의심환자에 대한 유전자 분석을 연구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식이와 관련해서는 식품성분과 유전자 발현과의 상관성 자료를 확보하고 있으며, 아직 기초연구단계이지만 라이프스타일, 생이 주기별 특화된 건기식, 영양상태 분석후 건기식 및 식이 지침이 제공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유전자 검사 결과에 대한 심리적 스트레스, 개인 유전정보의 유출. 의료보험 가입여부 부작용, 전통식품과의 충돌, 식이지침과 개인의 정체성, 전문가 부족 등도 풀어야할 과제라고 덧붙였다.
기후변화는 범부처 차원 대응 필요
‘기후변화에 따른 식품안전 관리’를 발제한 장영미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신종유해물질팀장은 2050년까지 우리나라의 기온이 3.2도, 강수량의 경우 15.6% 증가될 것으로 예측하고, 이에 따라 해수온도 증가, 부패 변질 가속화로 인한 농약 동물용의약품 보존료 사용 등이 증가, 기후변화에 따른 식품안전에 미치는 위해인자의 종류 및 범위가 확대될 것으로 우려했다.
특히 평균 기온이 1도 상승되면 살모넬라균의 경우 47.8%, 장염 비브리오 균이 19.2% 증가 하며 어패류 독과 해충 물을 숙주로 하는 바이러스 증가도 예측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에서는 기후변화에 대응해 3단계 식품안전관리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먼저 1단계로 기후변화에 의한 식품안전 영향평가를 실시하고, 대국민 홍보를 하고 있으며, 2단계로는 세균 바이러스 기생충 곰팡이독소 등 위해인자 신속검출법 개발, 3단계로는 이산화탄소 저감기술 및 측정기술개발, 제조 가공 유통 단계별 관리기술 개발, 산업체 대체 가공기술 개발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식품안전 확보를 위해 광펄스 살균 장치 개발, 항생제 측장 장치, 신소재 포장기술을 개발, 자성나노 입자를 활용한 식중독균 검출법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2015년부터는 이러한 연구 성과를 토대로 미래 식품안전관리 방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아울러 위해인자별 기준 규격 재평가, 보관 및 유통기준 재평가 등을 실시할 계획이며, 기후변화 사업은 다른 부처와 네트워크 구축해서 대응할 수 있어야 효과적으로 실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리스크 커뮤니케이션의 대두
사회가 발전할수록 새로운 유형의 위험이 증가한다. 특히 사회발전 속도와 비례해 원자력, 정보화 등 신기술이 촉발하는 역기능의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 체르노빌, 일본 방사능 유출이 단적인 예이며 이 같은 위험은 무작위적 우발적인 것이 아니라 고도로 구조화된 것이며, 근대화의 내재적 결함에 의한 것으로 진단된다.
‘식품안전과 리스크 커뮤니케이션’이란 주제로 발제에 나선 송해룡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이렇게 말하고, 이를 예방하고 저감하기 위해서는 리스크 커뮤니케이션이이 필요하다고 강조 했다. 그는 특히 전문가와 일반인들의 관점 차이가 크다며, 공중의 위험인식과 전문가들의 판단 사이에 있는 불협화음과 긴장을 완화할 수 있도록 전문평가자들이 공중과 소통할 수 있는 최적 방법을 탐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특정대상을 목표로 명확하고 이해하기 쉬운 용어를 사용하여 적절하고 정확한 정보 제공하고, 일반 대중과의 리스크에 대한 인식격차를 최소화하며, 대중이 이해할 수 있는 정확한 정보 전달해야 정책 신뢰성이 구축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송 교수는 이를 위해 이해관계자 등을 토론의 장에 참여하게 해 적절한 해결방법을 찾기 위한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함께 2004년 불량만두 사건은 어떻게 식품이 커뮤니케이션에 영향을 미치는지, 미디어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며, 식품안전 사고가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고 소비자의 막연한 불안이 확대되는 주된 원인은 바로 정부의 미숙한 대응과 언론보도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현재 정부와 소비자가 식품안전 문제에 대해 소통할 수 있는 통로가 부족하며, 언론역시 식품안전사고를 선정적이며, 과잉 적으로 보도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 정보원으로서 귄위부족(발표 자료의 왜곡, 부정확성), 대중의 위험인식에 대한 이해노력 부족, 전문가 활용 미흡, 정부가 올라운드 플레이어 즉 해결사를 자처하고 있는 점, 저널리스트들의 전문지식의 부족 등을 문제점으로 지목했다.
송 교수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슈에 대한 틀을 잡는 것부터 위험의 영향을 모니터링 하는 것까지 전체적인 위험관리에 대한 체계적인 사슬이 필요하다며 구체적 행위는 위험의 맥락과 조건, 그리고 위험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사회적인 우환이 있는지 등에 대한 위험의 특성을 반영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또 언론은 정보의 통제와 왜곡이 발생하지 않도록 전문성과 정확성을 담보하기 위한 보도 준칙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불확실성 줄이는 노력 지속돼야
발제가 끝나고 종합토론에 나선 박기환 중앙대 식품공학과 교수는 “과학기술영역에서 식품은 매번 언저리에 있었는데, 이번 포럼에서 다뤄주는 것은 굉장히 의미가 있다”며 “하태영 본부장의 맞춤형 식품의 경우 개인적 유전적 나이가 들어 나타나는 신체적 생리적 문제 같이 해결하는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방안들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동감을 표했다.
이어 송해룡 교수의 발제에 대해 “작은 위험이 사회적으로 큰 비용 발생하고 있다”며 “나비효과를 어디서 차단하는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후변화와 관련해 “미국의 경우 작년에 문제 됐다. 수입한 미국산 농산물에서 곰팡이가 나와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돌려보낸 사례 있다”며 기후변화로 생산량이 줄면 분명히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국민들의 불안을 없앨 수 있도록 끊임없이 소통하는 기술이 개발돼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호창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우리 국민들은 CO2를 절감하지 못한다. 건강도 절감 못한다. 따라가기만 한다. 결국 국민들은 모르고 정책결정자나 과학기술자만 알고 있다”며, 어떻게 국민들을 이해시키는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과학기술 못지않게 문화적 인식도 중요하다며, 일본 수산물 식품 수입 금지를 왜 일본 하계올림픽 전날 발표했는지, 중국산 배추 기생충 알 발표를 중국 측과 먼저 상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발표했는지, 그리고 그로 인해 어떠한 외교적 마찰이 있었는지 반면교사를 삼아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이번 포럼에는 식품 기업 관계자들의 질의도 있었는데, 식품의 미래와 연결지어 세계화라는 주제가 빠진 것에 대해 아쉬워하는 지적들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