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배터리, ‘안전·지속가능성’ 관건

협업과 기초연구 지원 필요해

최근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산업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면서 배터리의 중요성이 한층 더 부각되고 있다. 2019년 한국의 글로벌 배터리 시장 점유율이 16%였던 것이 2020년에는 35%로 크게 증가했다. 그만큼 한국이 배터리 시장에서 중추적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배터리 분야의 자리매김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떤 혁신이 필요할까. 최종현학술원에서는 19일 ‘배터리 기술의 미래’를 주제로 웨비나를 열고, 국내외 석학들과 함께 지속가능한 배터리 개발과 배터리 재활용 등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최종현학술원은 19일 국내외 석학들이 참여한 가운데 ‘배터리 기술의 미래’를 주제로 웨비나를 열었다. ©최종현학술원 웨비나 캡처

‘배터리 기술의 미래’ 어떻게 진화하나?

이 자리에서 리튬 이온 배터리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2019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스탠리 위팅엄 뉴욕주립대 교수가 “배터리 트렌드가 안전한 배터리로 가고 있는데 그러려면 액체 전해질이 필요하다”며 “지난 30년 동안 동일한 전해질을 사용해 왔는데 이제는 이것이 변화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를 위해 리튬 이온 배터리를 대체할 차세대 배터리로 꼽히는 전고체 배터리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다. 하지만 위팅엄 교수는 “아직 한국에서는 이 분야의 연구가 부족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향후 5~10년 후면 전고체 배터리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면서 “돌파구 마련을 위해 학계와 국립연구소, 산업계 등의 협력연구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협업과 함께 기초과학에 대한 지원도 강조됐다. 웨비나에 함께한 거브랜드 시더 UC버클리대 재료공학부 교수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는 다양한 분야의 참여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고체 전지이기 때문에 메카닉과 관련된 지식도 있어야 한다”며 “기초과학 연구자들의 참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장기적인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거브랜드 시더 UC버클리대 재료공학부 교수가 ‘지속가능 자원을 이용한 양극재 개발’에 대해 발표했다. ©최종현학술원 웨비나 캡처

또 분야별 기술의 접목 필요성도 제기됐다. 최장욱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는 “배터리 기술에 많이 기여한 것이 컴퓨터공학과 전기공학”이라며 “재료 발견과 셀을 최적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셀을 어떻게 작동시킬 것인지를 좀 더 지능적인 스마트형 방식으로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좀 더 나은 알고리즘으로 개선하고 센서를 개발하는 등 이런 것들을 결합한다면 좀 더 나은 배터리를 얼마든지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터리 안전성 제어할 수 있는 방안은

이뿐만 아니라 최근 대규모 ESS(에너지저장장치) 통합으로 자주 발생하고 있는 화재 사건과 관련해서는 배터리나 ESS의 에너지 밀도가 주어진 공간에서 높아지게 되면 안전 리스크는 당연히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 강기석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는 “여기서 더 중요한 것은 그 안전 리스크를 어떻게 제어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배터리 안전성 제어를 위한 방안을 3가지로 꼽았다. 하나는 배터리 재료의 안전성을 높이는 것이고 둘째는 배터리 셀 단위에서 재료의 미스 매칭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며 셋째는 셀 밸런싱이 깨져서 과충전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강 교수의 설명이다.

위팅엄 교수는 “안전 문제는 실수로부터 배워야 한다”며 보잉 787항공기의 배터리 화재 사고를 예로 들었다.

그는 “항공기 설계 때부터 문제였다. 센서가 제자리에 없었고, 셀 하나의 문제가 다른 셀로 번지면서 사고를 키웠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만약 내연기관차를 오늘날 설계했다면 20갤런 휘발유 탱크가 실린 뒷좌석에 어린이를 앉히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법이 제정됐을 것”이라며 “모든 것을 전체적인 큰 그림에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재활용 중요…배터리 효율 높이는 게 더 시급

또 다른 이슈는 바로 배터리 재활용 문제다. 시더 교수는 “재활용하는 것이 맞다. 다만 재활용은 경제성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현재 데이터를 보면 10년 후에도 대량 배터리의 85~95 용량은 아직 사용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제조가 1만 달러나 되는 배터리 팩의 재활용 가치는 0원이다. 왜냐면 운송 등 재활용에 드는 비용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2019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스탠리 위팅험 뉴욕주립대 교수가 ‘리튬 이온 배터리 기술의 기회와 과제’에 대해 발표했다. ©최종현학술원 웨비나 캡처

위팅엄 교수는 “배터리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코발트 자원이 고갈되고 있다. 그런데 현재 컴퓨터나 휴대전화 부품의 80%가 재활용되지 않고 있다. 지금으로선 코발트가 가장 많이 매장되어 있는 곳이 쓰레기장일 수도 있다”며 “정책적으로 배터리 재사용과 재활용 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강기석 교수는 배터리 재활용과 재사용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아직은 이것이 급한 문제가 아니라는 주장을 펼쳤다. 우선은 업계에서 에너지 밀도를 높이고 고품질의 배터리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는 얘기다.

즉 지금의 전기차 보급률을 봐서는 앞으로 10년, 20년 후에는 엄청나게 많은 배터리가 보급될 것인데, 이것을 재활용이나 재사용하기에 앞서서 처음 만드는 소재부터 지속가능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유기 기반의 배터리를 개발하면 희소 금속 자원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강 교수는 “배터리가 전기차에서 떨어져 나와도 여전히 성능이 보존되도록 하는 방법을 연구한다면 저비용으로 다른 용도에서 얼마든지 사용 가능할 것”이라며 “비닐봉지를 어떻게 분해할 것인가 연구하는 것처럼 생분해가 가능한 배터리를 개발하면 재활용이나 재사용보다 훨씬 더 지속가능한 발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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