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이어와 미쉐린, 그리고 브리짓 스톤은 세계 타이어 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3대 메이커다. 이들은 미래의 타이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굿이어와 미쉐린은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등장할 법한 신개념 타이어를 개발하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이들이 개발 중인 타이어는 한 마디로 말해 공기를 주입하지 않는 ‘에어리스(airless)’ 타이어다. 이 타이어는 현재 사용되고 있는 공기 주입형 타이어에서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목되고 있는 펑크(puncture)가 나는 것을 보완하기 위해 개발되고 있다.

알려져 있다시피 타이어의 펑크는 자동차 사고의 대표적 원인 중 하나다. 타이어에서 발생하는 펑크는 엄밀히 말하면 공기가 주입된 튜브가 터지는 것이다. 따라서 에어리스 타이어는 아예 공기를 주입할 필요가 없는 튜브가 빠진 타이어라 할 수 있다.
바이오 소재를 지속적으로 재충전하여 사용
굿이어가 내세우는 에어리스 타이어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재충전 형태의 타이어(reCharge Concept Tires)’다. 타이어에 공기를 주입하지 않는 대신에 일정 기간을 달려 마모가 되면, 마모된 만큼 재충전하여 교체 없이도 계속 달리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 같은 혁신적인 타이어를 개발하게 된 동기에 대해 굿이어 연구진은 천연물질 중에서 가장 질긴 것으로 알려져 있는 거미줄에서 영감을 받아 개발하게 됐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들이 개발한 타이어 충전용 물질은 ‘내츄럴스파이더실크(natural spider silk)’라는 물질로서 자연적으로 분해되는 바이오 소재다.
충전 물질이 거미줄에서 영감을 받아 개발됐다면, 충전 방식은 캡슐 커피를 내리는 과정을 따랐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타이어 가운데 부분에 마련된 공간에 충전 물질이 들어있는 캡슐을 집어넣으면, 바퀴가 회전하면서 원심력을 통해 물질을 살포하면서 타이어를 충전하도록 설계되었다.

이렇게 몇 번이고 충전을 하다가 캡슐 내 물질이 다 소진되면 사용자는 자신에게 맞는 다양한 캡슐 중 하나를 선택해 캡슐만 갈아끼우면 된다.
예를 들어, 충전 물질이 들어있는 캡슐에 자신이 원하는 색상의 물감을 넣으면 충전하는 과정에서 타이어의 색상을 바꿀 수 있다. 또한 충전 물질의 구성 성분들을 주행 조건에 따라 바꿔주면 타이어의 주행성능이나 승차감까지도 개선할 수 있다.
또한 에어리스 타이어의 또 다른 특징으로는 타이어 스스로 외부 환경의 변화에 맞춰 물성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겨울이 되면 눈이 내려 바닥이 미끄러울 수 있는데, 이때는 노면의 마찰력을 증가시키기 위해 프레임에서 고무를 더 바깥으로 밀어내도록 제작되었다. 또한 여름에는 부드러운 주행을 위해 적절한 압력으로 표면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사람의 폐포 구조를 모방한 일체형 타이어
굿이어의 에어리스 타이어가 거미줄에서 영감을 받아 개발되고 있다면, 미쉐린의 에어리스 타이어는 사람의 폐포(肺胞) 조직을 그대로 본 떠서 만든 것이 특징이다.
폐포는 수많은 모세혈관과 함께 탄력섬유와 교원질섬유로 이루어진 ‘벌집’처럼 생긴 조직이다. 탄력섬유는 숨을 쉴 때 폐포막이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할 수 있게 해주고, 교원질섬유는 모세혈관이 들어있는 폐포막을 단단하게 해주는 기능을 한다.
미쉐린 연구소의 관계자는 “우리가 개발한 에어리스 타이어는 바로 사람의 폐포 구조를 모방했다”라고 공개하며 “폐포 구조처럼 타이어의 중심부는 단단하고, 지면에 닿는 부분으로 갈수록 유연해지는 특성을 갖고 있다”라고 전했다.
실제로 이 회사가 개발 중인 에어리스 타이어는 공기를 주입하는 튜브가 없는 대신에 휠과 타이어가 일체형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모든 것이 유기 생분해성 소재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 미쉐린 측의 설명이다.
유기 생분해성 소재는 기존 타이어들의 소재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특징이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천연고무와 대나무, 그리고 종이 같은 천연자원 뿐만 아니라 수거한 플라스틱 폐기물이나 폐타이어 칩 등을 가공하여 사용하므로 재활용이 가능한 친환경적 타이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따라서 개발에만 성공한다면 에어리스 타이어가 기존 튜브형 타이어보다 더 안전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그 이유는 공기를 충진하는 방식이 아니다 보니, 공기가 새거나 운행 중 파열될 위험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미쉐린의 관계자는 “기존 타이어는 금속으로 된 휠과 고무로 된 튜브가 결합된 형태이지만 개발 중인 에어리스 타이어는 휠과 타이어의 구분 없이 일체형으로 이루어져 있다”라고 설명하며 “따라서 매우 가볍고 효율적인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라고 밝혔다.
이 외에도 에어리스 타이어의 차별화 포인트 중 하나로 미쉐린 측은 타이어를 재생하여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기존 타이어는 마모가 상당히 진행되었을 때 그냥 폐기할 수밖에 없지만, 이 타이어는 3D 프린팅 방식을 활용하여 마모된 접지면을 충진하여 새것처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마모된 정도는 육안으로도 확인할 수 있지만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하면 재충진 시기까지 확인할 수 있고, 날씨와 도로 조건에 맞게 변형해서 충전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폭설이 내린 뒤 도로가 얼어붙었을 경우, 해당 조건에 적합한 타이어 표면을 출력하여 장착하는 방식으로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 미쉐린 측의 설명이다.
- 김준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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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0-04-0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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