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들이 생각한 창의적인 오토마타(Automata)를 지금부터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단, 날카로운 도구를 사용할 때 무엇보다 조심하세요.”
미래의 과학 꿈나무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지난 15일 한국기계연구원 대회의실에서 ‘2012 KIMM 과학꿈나무 기계제작대회’를 개최, 과학에 관심이 많은 전국 4~6학년의 초등학생이 자신의 오토마타를 만드는 시간을 가졌다.
기계와 놀이의 융합
한국기계연구원이 주최한 본 행사는 올해로 4회를 맞는 것으로 기계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을 고취시키고, 전 국민적 공감대를 이끌어내기 위해 마련된 대회다. 올해는 지난 행사들과 달리 학생들의 창의력과 아이디어를 증진시키기 위해 각자의 스토리를 갖고 있는 아이디어를 사전에 접수, 참여 학생들이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폭을 더욱 확장시켰다.
창의인성교육의 취지를 접목하고자 오토마타(Automata) 만들기를 진행, ‘기계와 놀이의 융합, 내가 만든 오토마타 장난감’을 주제로 본 행사를 마련했다. 오토마타란 간단한 기계장치로 움직이는 인형이나 조형물을 의미한다. 오토마타의 기원은 고대사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 그리스의 물시계나 조선시대의 물시계인 자격루를 보면 기계장치에 부착된 인형을 볼 수 있는데, 이 인형은 움직이면서 시간을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이처럼 스스로 작동하는 조형물들이 오토마타의 기원이 되는 것이다.
오토마타는 크게 기계장치와 인형 등의 두 부분으로 이뤄진다. 기계장치에는 크랭크나 캠, 링키지 같은 보편적이고 간단한 장치가 사용되고, 장치들은 인형 혹은 조형물의 관절들이 순차적으로 움직이게 한다. 무엇보다 오토마타는 기계와 예술의 융합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로, 기계장치에 연결되는 인형이 다양한 모양으로 구현됨으로써 예술적 상상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다.
이날 대회에 참가한 학생들이 사전에 제출한 기획서에는 그야말로 통통 튀는 아이디어들이 모두 들어있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강남스타일’ 열풍을 몰고 다니는 가수 싸이의 모습을 구현하겠다는 학생도 있었으며, 피겨 여왕 김연아 선수의 스케이팅 모습을 나타내겠다는 기획서도 있었다. 또한 자동차와 동물 등 각자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제출, 이렇게 사전 아이디어 기획서에서 통과한 학생들이 15일 본선대회에 참가하게 됐다.
대회에 참여한 오현식(대전 전민초, 6년) 학생은 “오토마타는 집에서도 몇 번 만들어본 적이 있다.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우연히 기계제작대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게 됐고 부모님께서도 권유해주셔서 대회에 참여하게 됐다”며 “직접 기계를 자르고 만드니 재미있고 유익하다. 평소 과학에 관심이 많은데 이렇게 대회에 참여할 수 있게 돼 기분이 좋다”고 참여한 소감을 말했다.
김현종(한대초, 6년) 학생은 “평소에 기계를 만들고 작동시키는 것을 좋아한다. 학교 선생님께서 추천해 주셔서 참여하게 됐다. 생각한 것을 직접 만들 수 있어 재미있다”고 소감을 전했다.
창의력 증진과 기계 이해도 ↑
오전행사를 마치고 오후 12시부터 시작된 기계제작대회는 약 두 시간 반에 걸쳐 계속 됐다.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드릴로 구멍을 뚫는 학생, 칼로 종이를 자르는 학생 등 대회에 참여한 꿈나무들은 저마다 필요한 작업에 계속 몰두했다.
대회장은 자신의 오토마타를 만드는 학생들로 분주했으며, 지도 선생님들은 학생들이 혹여나 칼이나 핀 등의 도구에 다칠까봐 세심하게 도움을 줬다. 대회가 시작되고 한 시간이 지나자 여기저기서 기계가 완성되는 모습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공룡을 만든 학생들, 사람 모형을 만든 인형 등이 제법 모습을 갖췄고, 본격적으로 기계장치에 몰두하는 학생들이 하나 둘 늘어났다.
기계제작을 척척 해나가는 학생도 있지만 생각만큼 제작과정이 따라주지 않는 학생도 더러 보였다. 강담에서 선생님이 남은 시간을 계속 말해주는 가운데, 아직 갈 길이 먼 학생들은 촉박한 표정을 지으며 기계제작에 더욱 몰두했다.
대회종료 30분 전. 학생들의 오토마타가 거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이제 글루건으로 조형물을 부착하는 단계에 들어서야 하는 시간인 만큼 학생들은 각자 마무리 작업에 들어갔다. 시간이 촉박해 급하게 기계를 만들다가 안전사고가 날 상황을 우려해 선생님들은 옆에서 계속 주의를 줬다.
그렇게 대회가 끝나고 드디어 시상이 진행됐다. 시상은 지식경제부 장관상의 대상 1명, 대전광역시 교육청 교육감상과 한국기계연구원자상에 금상 2명, 한국기계연구원장상의 은상 2명, 동상 3명, 이렇게 총 8명에게 수여된다.
이날 대상에는 이동준(서울 원묵초, 6년) 학생이 선정됐다. 이동준 학생은 동화 ‘마당을 나온 암탉’을 읽고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을 오토마타로 구현했다. 심사위원은 이동준 학생의 오토마타에 대해 “작품의 완성도가 뛰어나고 독창성이 있으며 따뜻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 대상에 선정했다”고 평했다.
금상(대전광역시 교육감상, 한국기계연구원장상)에는 김기혁(대전한밭초, 5년) 학생과 안예은(포항제철지곡초, 5년) 학생이 각각 수상했다.
본 행사와 관련 한국기계연구원의 송재윤 홍보팀장은 “본 행사는 과학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마련됐다. 기계제작대회를 통해 어린이들이 과학에 쉽게 접근하고, ‘기계’에 대한 대중들의 딱딱한 선입관을 없애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며 “특히 이번 대회는 기계의 기본 원리와 예술적 상상력이 결합된 오토마타를 이용했다. 이를 통해 어린이들이 자신만의 새로운 작품 설계를 하면서 창의적 사고를 기르고 기계와 예술의 융합적 사고를 증진할 수 있도록 차별화된 방식으로 진행했다. 매년 진행할 때마다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반응이 매우 좋다”며 본 대회의 취지에 대해 설명했다.
본 행사를 주관한 KAIST 청소년문화기술체험센터의 구본철 교수는 “오토마타는 결과물이 모두 다르지만 그만큼 학생들의 창의력이 모두 표출된다고 볼 수 있다. 이번 대회에서는 누가 독특한 발상을 갖고 접근했는지를 염두에 뒀다. 심사기준은 내구성과 독창성, 더불어 융합과 스토리텔링이다. 짧은 시간 이뤄지는 대회지만 창의인성에 보탬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최태인 한국기계연구원 원장은 “학생들이 자신의 작품을 조리 있게 발표하는 모습에서 우리의 미래를 볼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과학 꿈나무들이 창의성과 상상력을 기르고, 과학 분야에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더욱 유익하고 다양한 과학문화 확산 프로그램을 마련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행사를 주관한 기계연구원은 참가자들이 대회에 즐겁게 참여할 수 있도록 과학버블매직 공연과 한국기계연구원에서 개발한 자기부상열차 시승, 학부모를 위한 진로토크 및 과학 강연 등 다양한 부대행사를 마련하기도 했다.
- 황정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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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2-12-1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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