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 결정 10배 빨리 만드는 기술 개발

UNIST 주도 국제연구팀, 용액 결정화 촉진 새 요인 발견

울산과학기술원(UNIST)이 참여한 연구팀이 물질을 결정으로 만들 때 순도 높고 크기가 큰 결정으로 빨리 만드는 방법을 개발했다. 이는 신약 개발이나 첨단 신소재 연구 분야의 효율성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바르토슈 그쥐보프스키 자연과학부 특훈교수(IBS 첨단연성물질 연구단 그룹리더)가 이끄는 국제공동연구팀은 ‘이온성 고분자가 포함된 용액’에서 흔들림이 성장하는 결정에 충격을 줘 결정화를 촉진한다는 점을 발견하고, 그 원인을 규명했다고 25일 밝혔다.

그동안은 용액 속 물질이 결정화(Crystallization)할 때 외부 충격을 적게 받을수록 큰 결정이 만들어진다고 알려졌는데, 이번 연구는 그런 상식을 정면으로 뒤집은 것이다.

결정화는 먼저 결정 씨앗(핵)이 만들어지고, 그 씨앗이 점점 성장하면서 진행된다. 큰 결정을 빠르게 얻기 위해서는 성장 중에 큰 결정이 더 크게 뭉쳐지는 ‘오스트발트 숙성'(Ostwald ripening)이 잘 일어나야 한다. 이때 외부에 충격은 작은 결정을 여러 개 만들기 때문에 큰 결정의 성장을 방해한다고 알려졌다.

그런데 연구팀은 이런 통념과 반대되는 현상을 발견했다.

용액 속에서 소용돌이 같은 흐름(Shear flow)이 생겨 충격을 주자, 오히려 결정화가 빨라진 것이다. 연구팀은 이 현상이 ‘이온성 고분자가 결정으로 만들 물질 대신 용매를 흡착하기 때문’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결정의 성장은 목표로 삼은 물질만 남기고 용매를 제거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는데, 이온성 고분자가 포함된 용액에 흔들림을 주면 회전력이 나타나 뭉쳤던 고분자를 펴면서 고분자 사슬이 용매를 더 잘 흡착한다고 본 것이다.

연구팀은 이 가설을 검증하고자 이온성 고분자를 포함한 용액에 회전력을 가하면서 결정화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기존보다 10배 이상 빨리 결정이 자랐으며, 성장 속도는 회전속도와 고분자의 길이에 비례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유·무기물질과 단백질 등 20개 물질의 결정화를 시도했는데, 새로운 방식을 쓰자 용매 종류와 상관없이 결정 성장이 촉진됐다.

기존 오스트발트 숙성이 아닌 새로운 물리적 현상에 의해 결정화가 촉진되는 방법으로 학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그쥐보프스키 교수는 “추가 연구를 거쳐 신약 개발이나 화학 공정에 적용하면 기존 연구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번 연구는 유체역학, 고분자 화학, 결정학 등을 망라한 융합연구로, 새로운 법칙으로 확립된다면 학제 간 융합 연구의 모범사례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연구 성과는 과학 분야 최고 권위지인 ‘네이처'(Nature) 3월 4일 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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