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의 융·복합이 이뤄지고 온라인과 오프라인 세계가 공존한다. 음식도 여러 가지 재료가 다양하게 섞인 퓨전요리가 인기를 끈다. 사람들은 이를 가리켜서 복합성의 시대라고 부른다. 이러한 시대적 분위기는 학계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서로 이질적인 학문이 만나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려는 시도가 모색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물리학은 이러한 시대적 요구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 대학으로는 최초로 다음 학기부터 경제물리학 강의를 시작하는 경기대 물리학과 김상락 교수를 통해 아직 태동기에 있는 경제물리학의 현황과 전망을 들어봤다. <편집자 註>
물리학과 경제학은 각각 자연과 인간세계의 수수께끼를 풀어내면서 나름대로의 계보를 이어왔다. 그런데 최근 들어 전혀 연관성이 없어보일듯한 두 학문이 상호간에 접점을 모색하고 있다.
김상락 교수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그 이유는 바로 유용성 때문입니다. 자본주의 경제시스템이 고도로 진화하면서 주식시장 역시 덩달아 발전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더욱 정확한 주가 예측이 사람들의 큰 관심사가 됐습니다. 지금 경제물리학이 주로 연구하는 분야도 복잡한 주가 동향을 물리학의 법칙을 통해 더욱 정확히 밝혀내려는 것입니다”고 설명했다.
김상락 교수가 연구한 분야도 주가예측의 확률을 높이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김 교수는 “결론부터 말하자면 연구가 그렇게 효과적이지 못했습니다. 주가의 변화에 나타나는 자체 다이내믹스를 찾으려고 했는 데 그 것을 찾기가 힘들었습니다. 다이내믹스란 주가 움직임의 내부 메커니즘을 말하는 데 이는 주식을 사고 팔 때,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연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주가는 자체 다이내믹스보다는 정치, 경제, 또는 큰손, 루머 등 외부요인에 의해 영향을 더 받는 것같았습니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주식에 대한 지식 없이 투자하는 이른바 ‘묻지마 투자자’의 방법과 비교해볼 때, 물리학을 적용해서 얻은 결과가 큰 유용성을 가져오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어떤 데이터는 좋은 지식을 주었지만 어떤 것은 그렇지 않았다고 한다. 묻지마 투자자들이 확률 50%에 건다 치면 물리학 법칙으로 연구해 얻은 결과도 거의 반반에 가까운 수준이니 큰 쓸모가 없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경제물리학은 시작부터 한계에 직면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단호히 NO! 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주식시장은 고려해야할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물리학의 경우, 입자들은 법칙대로만 움직입니다. 하지만 경제현상은 꼭 그렇지 않으며 주식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리학의 입자와 같은 맥락에서 사람들은 경제학 원리대로만 움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리학과 경제학의 접목이 힘든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경제학은 사람들을 합리적 소비자로 가정해서 이론을 전개하지만 실제에 있어서 사람들은 반드시 경제학 이론대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물리학은 주로 입자를 갖고 이론을 전개하는 데 경제학에서 주로 논하는 사람의 행동은 물리학 이론의 입자와 분명히 차이가 있습니다”고 지적하고 그 해결점으로 “이 상호 다른 학문분야의 갭을 축소시키는 것이 경제물리학의 관건입니다. 그러나 아직은 수학적 방법에 있어서 인간의 적응과 관련된 피드백이론이 약한 편입니다. 따라서 경제물리학은 향후 수학적 툴이 더욱 보강돼야 발전할 수 있습니다”고 설명했다.
과학자들은 자연의 비밀은 벗겨낼수록 그 내용이 더욱 복잡해진다고 말한다. 마찬가지로 인간들이 빚어내는 사회현상도 사회가 발전할수록 더욱 복잡해져서 설명하기 힘들어진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최근 들어 복잡계 이론이 그 해결책으로 학계의 각광을 받고 있다.
김상락 교수는 경제물리학도 이러한 흐름과 연관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김 교수는 “과학사에 있어서 과거는 단순화된 이론이 지배했다면 앞으로는 복잡계 이론이 지배할 것입니다”고 말하면서 입자물리학의 예를 들었다.
“원자의 세계를 넘어서 이제 쿼크 수준까지 해석이 돼있지만 쿼크가 몰려있는 양성입자의 경우, 핵물리학이론으로도 설명이 아직 안됩니다. 입자들이 복잡하게 뭉쳐있을 때, 그 상호현상에 대한 규명이 쉽지 않은 것입니다. 경제학의 경우에도 개별적인 사람들이 서로 빚어내는 복잡한 경제현상을 설명할 때, 기존의 경제학 이론은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그는 또 “근래에 부상하고 있는 복잡계 이론은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모든 현상을 같이 놓고 봅니다. 즉, 여러 가지 변수들이 연관돼서 일으키는 현상에 주목하는 것이죠. 경제학과 물리학의 연관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경제물리학은 기존의 물리학과 경제학이 접목돼서 나가는 진화의 한 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고 설명했다.
다음학기부터 경기대에서 경제물리학을 개강하는 김교수는 경제물리학이 아직 초기단계라서 마땅한 교재가 아직 없어서 교재를 준비하고 있다. 또 내년 봄쯤에 이코노픽스, 소시얼픽스, 콤플렉스시티 쪽으로 심포지엄을 준비중이다. 그는 경제물리학의 향후 전망에 대해 “경제물리학은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점이 많이 있습니다. 경제학자들의 거부감과 이질적인 학문간에 일어나는 이론적인 마찰 등이 그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경제물리학이 아직 초기단계라서 그렇고 물리학자들이 경제학을 많이 알고 배워나가면서 서서히 해결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향후 과학의 발전은 복잡계 이론이 주도할 것입니다. 따라서 다양한 분야의 학문이 서로 접목돼서 연구할 수 있는 교류의 장이 필요합니다. 개별 연구소는 많이 있으니까 앞으로는 복잡계 센터가 생겨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나라의 경우, 정부의 지원이 미미합니다. 향후 과학의 발전을 위해 과기부 차원에서 콤플렉스시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고 강조했다.
/조행만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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