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는 어떻게 육지동물이 됐나?

상완골 변형 통해 지느러미가 사지로 진화

3억 9000만 년 전 척추동물이 처음으로 물에서 육지로 올라온 사건은 이후 지구상에 얼마나 큰 판도 변화를 초래했는지 굳이 말할 필요가 없다.

이 전환은 공룡은 물론 오늘날 존재하는 모든 육지동물들이 생겨나는 계기가 됐다.

미국 하버드대 유기체 및 진화생물학 부교수이자 비교동물학 박물관(Museum of Comparative Zoology) 큐레이터인 스테파니 피어스(Stephanie Pierce) 박사는 “육지를 걸을 수 있게 된 것은 본질적으로 모든 생물다양성의 무대를 마련하고 현대 육상 생태계의 모습을 확립했다”며, “그 시기는 진화 역사에서 엄청나게 중요한 기간이었다”고 설명했다.

데본기 후기의 초기 네발 동물인 익티오스테가(Ichthyostega)와 아칸토스테가(Acanthostega)가 물속에서 나와 육지로 이동하는 모습을 묘사한 그림. 이 동물들 발자국을 남긴 모습도 그려 넣었다. © Davide Bonadonna

과학자들은 이 놀라운 변화가 어떻게 일어났는지를 정확히 밝혀내기 위해 한 세기 이상 심혈을 기울여 왔다. 이 진화 과정에 대한 이해는 주로 해부학적 간격이 있는 일부의 희귀하고 손상되지 않은 화석에 기초했다.

이런 가운데 피어스 교수와 논문 제1 저자인 블레이크 딕슨(Blake Dickson) 박사가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 25일 자에 발표한 새로운 연구는, 어깨에서 팔꿈치까지 이어지는 상완골(humerus) 하나에 초점을 맞췄으면서도 더욱 탄탄한 견해를 제시해 주목된다.

화석 기록에서 흔한 상완골을 집중 연구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처음 육지로 올라온 그룹이 언제 어떻게 물속에서 헤엄치기보다 땅에서 더 잘 걷게 되었는지를 보여주었다.

이들의 분석은 지느러미에서 팔다리로의 전환(fin-to-limb transition)에 관한 것으로, 초기 네발 동물이 땅에서 이동할 수 있게 된 진화 과정을 재구성했다. 이 사지 척추동물들의 후손에는 멸종했거나 현재 살아있는 양서류와 파충류 및 포유류 등이 포함된다.

후기 데보니안기 육기어류(lobe-finned fish)와 네발 달린 양서류를 묘사한 그림 © WikiCommons

연구팀은 잘 보존된 화석 사이의 간격이 갖는 딜레마를 극복하기 위해 어깨에서 팔꿈치까지 이어지는 긴 뼈인 상완골을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상완골은 기능적으로 네 다리 움직임으로 인한 스트레스의 대부분을 흡수하는 주요 근육을 지지해 주기 때문에 이동 혹은 운동에 매우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점은 이 뼈가 모든 네발 동물과 이들이 진화한 물고기에서 발견되며, 화석 기록 전체에서 매우 흔하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이 뼈가 지느러미에서 사지로의 전환 과정을 통해 조사될 수 있기 때문에 운동의 진화를 재구성할 수 있는 일종의 타임캡슐이라고 말했다.

딕슨 박사는 “우리는 물속을 헤엄치던 물고기가 땅으로 올라와 걷기 시작했기 때문에 상완골을 통해 운동의 진화를 알 수 있을 것이라는 아이디어를 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영국 케임브리지대 공동연구자들이 TW:eed 프로젝트(3억 5000만 년 전 초기 석탄기 때의 화석과 환경을 연구하는 과학 연구)의 일환으로 수집한 새 화석을 포함해 모두 40개의 3차원 화석 상완골을 분석했다.

이 분석을 통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상완골이 어떻게 변화했는지와, 동물들이 움직이는데 이 뼈가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수생 어류인 유스테놉테론(Eusthenopteron)과 과도기 네발 동물인 아칸토스테가(Acanthostega) 및 육상 네발 동물인 오피아코돈(Ophiacodon)의 화석에서 나타나는 상완골. © Stephanie Pierce

모양 바뀌며 기능적 특성 조합돼

수생 어류에서 육상 네발 동물로의 전환을 다룬 이번 연구에는 이전에 알려지지 않은 운동 능력을 가진 중간 그룹의 네발 동물도 포함됐다.

연구팀은 이 중간 그룹에서 팔다리의 출현이 육지로의 이동과 동시에 발생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러나 이 초기 네발 동물들은 육지에서의 이동이 그리 능숙치는 못했다.

이런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다른 환경에의 적응과 관련된 기능적 장단점(trade-offs)을 측정했다. 그 결과 생물들이 물에서 육지로 이동함에 따라 상완골 모양이 바뀌어 새로운 기능적 특성의 조합이 만들어졌고 이것은 물보다 육지 생활에 더 유리한 것으로 증명됐다.

딕슨 박사는 “모든 것을 다 잘 할 수는 없다”며, “물고기였다가 땅에서 네발 달린 동물이 되기 위해서는 무언가를 포기해야 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초기 네발 동물이 물 기반 혹은 육지 기반 생활과 관련해 이들이 위치해 있는 지형도에 변화가 있다는 사실을 포착하고, 이런 변화는 지상 생활에 적응할 때의 환경 압력에 의한 것 같다고 밝혔다.

저자들은 과도기 네발 동물이 L자형 상완골을 가지고 있어 땅에서 움직이는데 얼마간 기능적 이점을 제공했으나 이점이 그리 크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동물들은 긴 진화 과정을 거쳐서야 땅에서 팔다리를 사용해 쉽고 기술적으로 움직이는데 필요한 특성을 개발했다는 것이다.

‘네이처’ 25일 자에 발표된 논문 표지. © Springer Nature

화석 기록 분석에 새로운 방법 제시

상완골의 모양이 계속 변화하면서 네발 동물들은 움직임을 개선했다. L자 모양의 상완골은 더 견고하고 길며 꼬인 형태로 변형돼 기능적 특성이 새로 조합됐다. 이런 변화는 육지에서 더욱 효과적인 보행을 가능하게 하고, 생물다양성과 지상 생태계로의 확장을 촉발하는 데 도움이 됐다.

아울러 오늘날에도 여전히 볼 수 있는 포식동물과 이들의 먹이, 초식동물과 육식동물을 기반으로 한 복잡한 먹이사슬 구축에 도움을 주었다.

연구팀이 분석을 완료하는 데는 약 4년이 걸렸다. 상완골의 모양과 기능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슈퍼컴퓨터로 정량화하는데 수천 시간을 들였다. 이어 이런 변화가, 움직이는 동안 사지의 기능 수행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그리고 이와 관련된 장단점은 무엇인지를 분석했다.

이 혁신적인 방법은 화석 기록을 검토하고 분석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는데, 피어스 교수는 이런 노력이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피어스 교수는 “이번 연구는 화석에 기록된 동물 골격의 작은 부분에서 얼마나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으며, 이것이 지금까지 발생한 최대의 진화적 변형 가운데 하나를 밝혀내는데 어떻게 도움이 되었는지를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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