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집적회로의 성능이 2년마다 2배로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Moore's law)이 기술의 한계로 깨진 뒤, 더 작고 성능이 좋은 반도체를 개발하려는 시도인 '모어 무어'(More Moore)에 학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연구진이 이 분야에서 상당한 진전을 거두는 연구에 성공했다.
권순용 신소재공학부 교수팀은 '고성능 초미세 반도체' 소자 구현에 걸림돌이던 '2차원 금속 전극 물질'을 4인치 직경의 실리콘 기판(웨이퍼)에 원하는 형태로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고 7일 밝혔다.
반도체 소자는 전자가 원하는 때에 특정한 위치와 방향으로 움직일 때 제대로 작동한다. 그런데 칩 하나에 더 많은 소자를 넣겠다고 개별 소자를 작게 만들면, 전자가 원하지 않는 데로 흐르는 현상(터널링 효과)이 발생한다.
이 문제를 풀고자 매우 얇은 2차원 반도체 물질을 사용하려는 논의가 있지만, 이에 걸맞은 전극은 개발되지 않았다. 반도체 소자에는 금속이나 절연체 등도 함께 들어가는데, 반도체 물질만 바꾸면 높은 '에너지 장벽'이 나타나 전자 이동이 어려워진다. 따라서 고성능 초미세 반도체 소자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2차원 전극 물질도 새로 합성해야 한다.
권 교수팀은 초미세 반도체의 전극 물질로 활용할 수 있는 '2차원 텔루륨화 화합물'을 대면적으로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그동안 텔루륨화 화합물은 2차원 반도체 소자에 적용할 수 있는 전극 물질로 알려졌지만, 텔루륨 자체가 불안정한 물질이어서 화합물을 만들기 어려웠다. 연구진은 '금속합금 원료에서 증발한 텔루륨 기체를 가두는 공법'을 도입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구리나 니켈 같은 특정 금속에 텔루륨을 적당량 첨가하면 비교적 낮은 온도에서도 액화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이런 액체에서 방출되는 텔루륨 원자들을 가두어 반응시키는 성장기법을 사용해 2차원 금속 전극 물질을 합성한 것이다.
새롭게 합성한 2차원 전극 물질은 합성 중 결함이 거의 발생하지 않아 우수한 물리적·전기적 물성을 나타냈다. 또 전체 공정이 500도 미만의 비교적 낮은 온도에서 몇분 만에 진행돼 기존 반도체 공정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고,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권 교수는 "이번 연구로 상용 금속 배선 기술로는 구현하기 힘들다고 알려진 에너지 장벽을 제어할 수 있게 됐다"면서 "추가 연구를 통해 N형과 P형 양쪽성을 가진 차세대 반도체를 구현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전자 소자 분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일렉트로닉스(Nature Electronics) 4월 20일 자로 출판됐다.
- 연합뉴스
- 저작권자 2020-05-0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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