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유류와 달리 물고기는 수많은 알을 낳는다. 흥미로운 사실은 태어난 지 오래 되고 몸집이 불어날수록 더 많은 알을 낳는다는 것이다. 일부 어종의 경우 과도할 만큼 많은 수의 알을 낳아 ‘슈퍼 산란어(super spawners)’라 불릴 정도다.
지난 수십 년 간 어류학자들은 물고기가 성장하면서 몸집이 커질 수록 더 많은 알을 낳는다고 판단해 왔다. 대구가 대표적인 경우다. 70cm 길이의 대구(암컷)의 경우 길이가 절반인 대구보다 약 8배에 달하는 알을 낳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있다.
그러나 이렇게 많은 알을 낳고 있는 어류들이 생태계 보존에 도움을 주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크게 엇갈렸다. 많은 알을 낳고 있지만 부화를 전후해 외부 공격에 대한 방어 능력은 한정돼 있어 종 보존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었다.
태어난지 오래된 대형 암컷 물고기일 수록 건강한 알을 다수 산란하고 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돼 바다 생태계 보존은 물론 수산정책 전반에 재검토가 요망되고 있다. 사진은 바다에 살고 있는 볼락. ⓒjrava.org
몸집 큰 물고기일수록 더 많은 알 산란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이유는 분석 방식 때문이다. 그동안 대다수 어류학자들은 물고기 수를 어장 중심으로 추정해왔다. 그 결과 물고기들이 몸집이 큰 어미에게서 태어났는지 아니면 작은 어미에게서 태어났는지 분류하기 매우 힘들었다.
11일 ‘사이언스’ 지에 따르면 그러나 최근 호주 모내시 대학 연구팀을 통해 ‘태평양 볼락(Pacific rockfish)’ 등 일부 어종을 대상으로 연구가 진행됐다. 그리고 몸집이 큰 물고기가 그동안 예측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알을 산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일부 어류인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영양 상태가 좋은 알을 산란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산란된 알들은 생존 확률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 결과는 몸집이 큰 물고기가 종 보존에 도움을 주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모내시 대학의 진화생태학자인 더스틴 마셜(Dustin Marshall) 교수는 “지금과 같이 수온이 올라가고 물고기의 크기가 계속 작아지고 있는 가운데 생태계 보존을 위해 몸집이 큰 물고기를 적극 보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건강한 자손을 증식시키고 있는 대형 어류의 수가 극히 적어 어류 생태계 보존에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며, “기후변화로 바다 생태계가 황폐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건강한 어류 보존을 위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마셜 교수 연구팀은 태평양에 살고 있는 342종의 어류를 대상으로 산란한 알의 크기와 수를 집계해왔다. 분류상의 중심 데이터는 스미소니언 열대연구소(Smithsonian Tropical Research Institute)의 도움을 받았다.
연구소의 로스 로버트슨(Ross Robertson) 박사는 지난 10년 간 많은 물고기 알을 수집했으며, 이 알들이 어떤 영양소를 함유하고 있는지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었다. 또한 알의 크기와 수, 영양성분이 물고기 종 보존과 관련이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었다.
‘슈퍼 산란어’ 95%가 나이든 암컷 어류
마셜 교수 연구팀은 로버트슨 박사와의 협력을 통해 태평양에 살고 있는 342종의 어류들이 어떻게 자손을 번식하고 있는지 연구를 진행했다. 그리고 95%의 종에서 오래 산 암컷 어류가 ‘슈퍼 산란어(super spawners)’임을 확인했다.
이들 어류이 산란한 알들은 비정상적으로 그 수가 많았으며, 또한 크고 건강했다. ‘사이언스’ 지 11일자에 게재된 논문 제목은 ‘Fish reproductive-energy output increases disproportionately with body size’이다.
연구팀은 논문을 통해 그동안 많은 어류학자들이 몸집이 작은 다수의 물고기로 몸집이 큰 물고기를 대체할 수 있다고 여겨왔다고 말했다. 일부 학자들은 몸집이 큰 물고기가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는 주장을 펴왔지만 이번 연구 결과로 그릇된 주장임이 확인됐다.
몸집이 큰 물고기일수록 작은 물고기들이 생산할 수 없는 크고 건강한 알을 산란하고 있다는 것. 연구팀은 또 어류에 대한 잘못된 이해로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큰 물고기들을 남획하며 바다 생태계를 황폐화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연구 결과로 어류 생태계가 어떻게 보존되고 있으며, 또한 어족을 어떻게 보호해야 할지 방안을 찾을 수 있게 됐다며, 건강한 종 보존을 위해 정책 당국과 협의해 몸집이 큰 물고기를 가능한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특히 수산정책을 펴고 있는 정책 당국이 더 건강한 알을 산란하는 어족을 보존하기 위해 엄격한 규제조치를 시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어족 자원 보호를 통해 황폐화된 어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연구 결과를 놓고 많은 어류학자들이 지지 글을 남기고 있다. 하와이 대학의 해양생태학자인 마크 힉슨(Mark Hixon) 교수는 “어류 생태계를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매우 중요한 평가모델”이라며 마셜 교수팀의 연구를 극찬했다.
반대 의견도 없지 않다. 워싱턴 대학의 어류생태학자 레이 힐본(Ray Hilborn) 교수는 “마셜 교수팀의 연구대상인 ‘슈퍼 산란어’의 수가 극히 적은 만큼 이 어류를 생태계 전반에 적용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영국 애버딘 대학의 어류생태학자 타라 마셜(Tara Marshall) 교수는 “그동안 많은 어류학자들이 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어류 생식능력에 대해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해왔다.”며, 마셜교수팀 연구 결과를 받아들이는데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마셜 교수는 이런 주장에 강력히 반박하고 있는 중이다. 기존의 평가 방식이 ‘슈퍼 산란어’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었다며, 정밀하게 진행된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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