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디브의 ‘뽕따색’ 바다가 마냥 아름답지 않은 이유

백화(白化)로 몸살 앓는 인도양의 보석

▲ 대표 신혼여행지인 몰디브는 에메랄드 빛의 바다가 매력으로 꼽힌다. 사실 이 에메랄드 빛 바다는 산호초가 부서진 결과다. ⓒ사이언스타임즈 권예슬

해마다 10월이 되면 주말마다 일정이 빼곡하다. 결혼식 참석 때문이다. 인도양의 보석이라는 별명을 가진 국가 몰디브는 여전히 많은 신혼부부들이 찾는 신혼여행지다. 몰디브의 매력은 아이스크림 ‘뽕따’와 유사한 에메랄드 색 바다 위의 단독 빌라에서 프라이빗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사실 몰디브 바다는 아름다움 이면에 슬픔을 간직하고 있다. 산호초가 부서지고 죽어 새하얀 가루가 된 후에야 나오는 아름다움이기 때문이다.

 

색을 잃은 바다 숲

칠흑같이 어두운 밤바다 속에서 손을 휘휘 저으면 바다에는 ‘은하수’가 떠오른다. 플랑크톤이 압력을 받아 반딧불이처럼 스스로 빛을 내기 때문이다. 이런 플랑크톤이 바로 산호의 먹이다. 산호는 플랑크톤을 잡아 삼킨 뒤, 몸속 플랑크톤이 광합성으로 만든 에너지를 양분 삼아 살아간다. 산호초는 해면동물이나 조개, 해마 등 바다 생물의 쉼터이자, 작은 물고기들이 포식자를 피해 숨는 은신처다. 전 세계 바다에서 산호초가 차지하는 면적은 0.1%가 채 되지 않지만, 해양생물의 4분의 1이 산호초와 어우러져 살아간다.

지난 40여 년간 산호초의 화려함은 점차 바래왔다. 산호의 에너지원인 플랑크톤이 수온 변화로 그 수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산호의 골격이 드러나는 백화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가장 큰 원인은 기후변화다.

▲ 2017년 호주 북동쪽에 위치한 그레이트배리어리프(Great Barrier Reef)에서 촬영한 사진. 형형색색의 산호초는 해양 동물의 쉼터 역할을 한다. ⓒ사이언스타임즈 권예슬

지난 4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2100년이 되면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 온도가 3.2℃까지 오를 것으로 예측했다. 온난화는 육상뿐만 아니라 바닷속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호주 국립 기후복원센터는 지난 5월 발표한 ‘2022 호주보고서’를 통해 “산호초가 자연적으로 회복할 수 있는 시간보다 백화가 빈번한 주기로 발생하며, 산호초는 ‘죽음의 주기’에 진입했다”고 분석했다.

플랑크톤이 산호에서 완전히 떠나버리면 산호초는 회생이 불가능하다. 플랑크톤이 남아 있다고 해도 산호초의 회복에는 최소 1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기후변화로 인해 대규모 백화 현상이 발생하는 주기는 점점 짧아지고 있다. 일례로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도 보인다는 세계에서 가장 큰 산호초 지대인 호주 그레이트배리어리프(Great Barrier Reef)에서는 지난 20년 동안 4번의 대규모 백화 현상이 발생했다. 반복된 백화 현상으로 인해 산호의 재생률은 89%까지 떨어졌다.

그래이트배리어리프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백화 현상 발생 주기는 지난 40여 년간 5배가량 단축됐다. 미국과 호주 공동연구진은 1980~2016년 전 세계 바다 산호초 지역에서 백화 발생 주기를 분석하고, 그 연구결과를 2018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했다. 1980년대 초까지는 25~30년마다 심각한 수준의 백화 현상이 발생했지만, 2010년 이후 그 주기는 6년으로 대폭 줄었다.

 

몰디브 해안가를 공격하는 미세 플라스틱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몰디브의 바다는 미세 플라스틱의 공격도 받고 있다. 호주 플린더스대 연구진은 몰디브 라비야니 아톨(환초 군락)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섬인 나이파루 섬 인근 해안 22개 지역에서 해안 모래의 플라스틱 오염 수준을 분석했다. 연구결과는 2020년 국제학술지 ‘종합환경과학(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에 실렸다.

▲ 몰디브 라비야니 아톨에 위치한 나이파루 섬 인근 해안의 미세플라스틱 오염 정도. ⓒ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

조사한 22개 지역 모두에서 다량의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됐다. 연구진은 높은 수준의 유해 플라스틱은 인도 등 인도양 주변 국가의 해류와 몰디브의 토지 개간 정책, 열악한 하수 및 폐수 시스템으로 인해 축적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구를 이끈 부르케 실바 교수는 “현재 몰디브의 폐기물 관리 관행은 인구 증가와 개발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다”며 “지난 10년 동안 몰디브 지역의 1인당 폐기물 발생량이 58%나 증가했다”고 말했다. 현재 연구진은 산호초와 물고기 내부에 미세 플라스틱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후속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 2017년 호주 북동쪽에 위치한 그레이트배리어리프(Great Barrier Reef)에서 촬영한 사진. 형형색색의 산호 위로 거북이가 유유히 헤엄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이토록 화려한 바다의 아름다움을 더 이상 보지 못할지도 모른다. ⓒ사이언스타임즈 권예슬

10월 초 방문한 몰디브 바 아톨 지역의 한 섬. ‘뽕따’색의 아름다운 표면을 바라보며 스노쿨링 장비를 매고 바다에 뛰어들었다. 백골처럼 하얗게 부서진 산호들만 바닥에 가득했다. 살아있는 산호초는 사막의 오아시스 마냥 군데군데 위치했다. 넓은 바다 중 이 작은 공간만이 유일한 은신처라도 되는 듯 거북이와 각종 열대어들이 옹기종기 헤엄치고 있었다.

과학자들은 지구의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1.5℃만 상승해도, 대규모 백화 현상이 10년 당 평균 3회 발생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IPCC의 보고서에 따르면 5년 안에 지구 온도가 1.5℃ 상승할 가능성은 50%다. 새로운 기후에 적응한 일부 산호초는 살아남겠지만, 바다의 모습은 분명 지금과는 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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