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는 피와 과즙을 어떻게 구별할까?

유전자 조작기술로 혈액 맛 느끼는 신경세포 찾아내

모기는 지구상에서 가장 치명적인 동물 중 하나다. 말라리아, 뎅기열, 황열병과 같은 질병을 퍼뜨려 적어도 매년 50만 명의 사람들을 죽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한 공급망 차질 여파로 아프리카에서 말라리아의 사망자 수가 예년의 두 배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그런데 최근 미국 록펠러대학 하워드 휴즈 의학연구소의 연구진이 모기가 인간의 피를 빨 때 독특한 맛을 감지하는 신경세포를 알아내 주목을 끌고 있다.

국제 학술지 ‘뉴런(Neuron)’ 최신호에 발표된 이 연구 결과에 의하면, 인간의 피를 빠는 암컷 모기는 혈액 내 최소 네 가지 다른 물질의 조합을 검출하기 위해 특별히 조정된 미각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암컷 모기는 인간의 혈액을 찾는 데 도움이 되는 미세한 미각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 Alex Wild

모기가 지닌 미세한 감각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연구들이 이루어졌다. 예를 들어, 모기들은 다리로 DEET 성분의 곤충 퇴치제를 감지할 수 있으며, 모기가 인간과 동물을 구별하기 위해 사용하는 냄새 수용체의 존재도 확인된 바 있다.

하지만 모기의 미각에 관하여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았다. 모기의 미각은 병을 퍼뜨리는 열쇠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모기는 암컷만이 알이 발달하는 데 필요한 피를 먹는다. 따라서 암컷 모기들은 대부분의 식사를 위해 먹는 달콤한 과즙과 알을 낳기 전에 먹는 피의 맛을 구별할 필요가 있다.

혈액 먹을 때 다른 입 부위 사용

하워드 휴즈 의학연구소의 레슬리 보스홀(Leslie Vosshall) 박사팀은 수컷과 달리 암컷 이집트 숲모기는 맛으로 과즙과 피를 구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연구진은 행동실험을 진행한 결과, 실제로 암컷 모기는 과즙과 혈액을 먹을 때 서로 다른 입 부위를 사용할 뿐만 아니라 다른 맛을 감지하는 두 가지 식사 방식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즉, 과즙을 먹을 때는 당분을 검출하는 반면, 혈액을 먹을 때는 주사기 같은 탐침을 사용해 피부를 뚫고 피를 맛본 것이다.

연구진은 포도당, 염화나트륨(소금), 혈액과 베이킹소다에서 모두 발견되는 탄산수소나트륨, 그리고 세포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아데노신 삼인산(ATP)의 네 가지 물질을 섞은 화합물을 모기에게 제공해 혈액으로 속이는 데 성공했다.

실제로 암컷 모기는 과즙을 먹을 때는 당분을 검출하는 반면, 혈액을 먹을 때는 주사기 같은 탐침을 사용해 피부를 뚫고 피를 맛본다.ⓒ게티이미지뱅크

사실 인간이 이 네 가지 물질의 화합물은 먹을 경우 아무런 맛도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모기는 다르다. 인간이 짠맛, 단맛, 쓴맛, 신맛, 감칠맛을 구분하는 미뢰를 지니고 있듯이 모기의 탐침에는 특정 맛에 반응하도록 특화된 신경세포가 있다.

연구진은 암컷 모기가 혈액의 맛을 볼 때 어떤 신경세포가 작용하는지 관찰하기 위해 유전자 조작 기술을 사용했다. 즉, 신경세포가 활성화되었을 때 빛을 내는 형광 꼬리표(fluorescent tag)를 사용해 모기를 유전적으로 조작한 것.

그 후 연구진은 각종 식사를 할 때 어떤 신경세포가 빛을 발하는지 관찰했다. 그 결과 실제 혈액과 연구진이 만든 인공 화합물을 먹을 때에만 일부 신경세포가 활성화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럼 인간의 피는 모기에게 어떤 맛일까? 인간의 입장에서 말한다면 아마 그것은 약간 달면서도 약간 짠 맛일 것으로 추정된다.

혈액 맛 감지 못하면 질병 옮길 수 없어

이에 대해 연구진은 마치 꿀벌이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는 자외선 색상의 꽃을 보는 방식이나 박쥐가 우리는 들을 수 없는 음파를 듣는 것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 결과는 암컷 모기가 피를 찾기 위해 얼마나 특별하게 적응했는지를 밝혀낸 셈이다.

모기 퇴치제를 연구하는 존스홉킨스대학의 신경과학자 크리스 포터는 “피와 관련한 특정 맛을 감지하는 신경세포의 식별 기술은 모기를 퇴치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 역시 “모기의 감각에 대한 더 나은 이해가 궁극적으로는 모기가 우리를 물거나 질병을 퍼뜨리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새로운 방법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

레슬리 보스홀 박사와 함께 이번 연구에 참여한 베로니카 조베 연구원은 “모기가 피의 맛을 감지하지 못한다면 이론적으로는 질병도 옮길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마치 공상과학 소설 속의 이야기 같지만 이에 대한 연구가 더 진행된다면 앞으로 모기가 많은 지역으로 여행하기 전에 복용만 하면 간단히 모기를 퇴치할 수 있는 약이 개발될 수도 있다. 사람의 혈액에 대한 모기의 취향을 방해하는 약이 바로 그것이다.

이와는 약간 다르지만 일부 과학자들은 모기의 후각신경 기능을 억제하는 냄새 분자를 이용해 모기를 퇴치하는 새로운 방법도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암컷 모기는 사람이 숨 쉴 때 내는 이산화탄소나 몸 냄새를 감지해 사람이 있는 위치를 찾아내는데, 후각 수용체의 기능을 억제하는 냄새 분자를 이용하면 먹잇감인 사람을 인식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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