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태양계에 존재하는 왜행성의 탐사 역사에 있어 중요한 이벤트가 2개나 예정되어 있다. 첫 번째가 탐사선 던(Dawn)의 세레스(Ceres) 탐사이고, 두 번째가 바로 뉴호라이즌(New Horizons) 호의 명왕성 탐사다.
지구로부터 약 59억 킬로미터(km) 떨어진 명왕성을 향해 지난 2006년 발사된 뉴호라이즌 호는 9년이라는 기나긴 항해 끝에 최근 동면에서 깨어나 첫 번째 사진을 보내왔다. 아직은 작은 점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점점 크고 선명해져서 오는 7월에는 가장 근접 거리의 사진을 보내 줄 예정이다.
미 항공우주국 나사(NASA)는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뉴호라이즌 호가 탐사의 첫 단계 임무인 고해상도 망원카메라의 촬영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고 보도하면서, 당초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명왕성 외에도 주변 위성들을 함께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관련 링크)
태양계의 외각 탐사선의 명맥을 잇는 뉴호라이즌
명왕성은 1930년에 처음 발견된 이후 태양계의 9번째 행성으로 불렸다. 그러나 지난 2006년에 국제천문연맹(IAU)의 행성분류법이 바뀜에 따라, 행성의 지위를 잃고 왜행성(dwarf planet)으로 분류되었다.
명왕성이 행성에서 제외된 이유는 명왕성 궤도 가까이에 있는 카이퍼벨트(Kuiper Belt), 즉 해왕성 바깥쪽에서 태양의 주위를 도는 얼음덩어리와 미행성체들의 집합체들을 끌어들일 수 있을 만큼의 충분한 중력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행성이 아닌 왜행성 탐사로 격하되면서 발사의 의미가 조금 훼손되기는 했지만, 어쨌든 뉴호라이즌 호는 앞서 태양계의 외각을 개척했던 탐사선들인 보이저 1·2 호 및 파이오니어 10·11 호의 명맥을 잇고 있기 때문에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본래 명왕성 탐사 계획은 보이저 1·2호 탐사 계획에서 먼저 추진되었다. 그러나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에서 흥미롭게도 매우 두꺼운 대기층이 관찰되면서 상황이 변하게 되었다. 나사의 과학자들은 타이탄 탐사가 훨씬 안전하고 과학적 가치가 높다고 생각하여 이 임무에 보이저 1호를 투입해 버렸다.
그리고 이어서 발사된 보이저 2호는 해왕성 및 천왕성만을 전문적으로 관측하도록 제작되었기 때문에, 결국 명왕성 탐사라는 과제는 훗날 다른 탐사선에게 미뤄지게 되었다. 이후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른 뒤 그 과제를 뉴호라이즌 호가 맡게 되었다.
뉴호라이즌 호의 크기는 피아노만 하다. 몸통은 0.76미터(m) 크기의 삼각형 모양이며, 여기에 2.1미터 지름의 접시형 안테나가 달려있다. 나사 과학자들은 아주 먼 거리의 천체를 탐사하는 탐사선답게 작게 만들려고 노력했지만, 더 이상 크기를 줄이는 데는 실패하면서 현재의 규모를 유지하게 되었다.
그리고 우주선 옆에는 이미 보이저 및 파이오니어 탐사선에서 선을 보인 원자력 전지(RTG)가 달려 있다. 이 원자력 전지는 태양광 전지만으로는 명왕성 까지 보내기가 역부족이어서 부착된 에너지원이다.
뉴호라이즌은 지표 및 대기의 비밀을 풀어줄 열쇠
뉴라이즌 호는 현재 명왕성에 2억 2천만 킬로미터까지 접근한 상태다. 아직은 명왕성이 작은 점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지만, 점점 명왕성을 향해 다가가면서 탑재된 고성능 카메라인 로리(LORRI)를 통해 명왕성과 그 위성들의 상세한 이미지를 전송해줄 예정이다.
이와 관련하여 현재 뉴호라이즌 호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미 존스홉킨스대의 할 위버(Hal Weaver) 교수는 “이제 인류가 보낸 탐사선이, 명왕성이라는 결승선에 거의 다 도착했다”라고 밝히며 “7월이 되면 더 이상 그래픽이 아닌 진짜 살아있는 명왕성 표면의 모습을 사진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명왕성의 표면 관측이 관심을 끌고 있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고성능의 천체 망원경이 등장하기 전, 천문학계는 명왕성 표면이 가스 얼음으로 덮여져 있는 극저온의 지표로 이루어져 있을 것으로 추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허블 망원경의 등장 이후, 관측한 명왕성 표면은 균일하지 않았고, 마치 무슨 얼룩이 진 것 같은 지표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과학자들은 희미하지만 얼룩이 있다는 것은 표면에 어두운 곳과 밝은 곳이 있다는 의미로서, 명왕성이 그냥 단순히 얼음에 덮인 차가운 천체가 아니라는 것을 반증하는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뉴호라이즌 호는 이런 궁금증들을 해결해 줄 유일한 존재로 여겨지고 있다. 만약 명왕성에서도 태양계의 다른 행성에서 발견된 것과 비슷한 얼음 지형이나 화산, 간헐천 등이 발견된다면 현재까지의 행성 과학은 다시 한 번 큰 변화를 겪을 수도 있다.
명왕성의 대기 역시 중요한 관측 대상 가운데 하나다. 명왕성은 평균 표면 온도가 -229도(℃)에 달하는 극저온의 세상이지만, 그럼에도 매우 긴 타원 궤도를 돌기 때문에 태양에 가까워졌을 때는 대기가 존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여 명왕성을 관측한 결과, 희박하지만 대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어느 정도 확인되었다. 다만 100퍼센트 확실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뉴라이즌 호의 탐사가 명왕성의 대기를 관측할 절호의 기회로 여겨지고 있다.
한 가지 덧붙일 사항은 뉴호라이즌 호는 명왕성의 위성이 되는 대신 그대로 지나쳐 태양계 더 먼 곳으로 여행을 한다는 점이다. 세레스 왜행성을 탐사하는 던 호는 세레스의 위성이 되어 계속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지만, 뉴호라이즌 호는 명왕성에서 약 1만 킬로미터 떨어진 지점까지 근접한 후 지나치게 된다.
그 후 수년 내로 뉴호라이즌 호는 다른 카이퍼 벨트대 천체를 관측한다는 계획이다. 나사는 그 위치까지 탐사선을 한 번 보내는데 오랜 시간과 비용이 드는 만큼 한 번 비행에서 최대한 많은 것을 얻어내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리고 만약 그때까지도 뉴호라이즌 호가 작동을 한다면 오는 2038년에 쯤에는 태양권의 끝 부분에 도달하게 된다. 나사의 관계자는 “예단할 수는 없지만, 아마도 그때까지 뉴호라이즌 호가 살아있게 된다면 보이저 1·2호처럼 태양계 밖 미지의 세계를 탐사하는 마지막 임무를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뉴호라이즌 탐사선에는 본연의 임무와는 별다른 상관이 없는 비밀스런 품목들이 실려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대표적인 품목으로는 명왕성 발견자인 클라이드 톰보(Clyde Tombaugh)의 유골 일부가 용기에 넣어져 있으며 이 외에도 미국 국기와 우표, 그리고 43만 4000개의 이름이 실린 CD-ROM 등이 그것이다.
- 김준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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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5-01-3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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