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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래 객원기자
2017-10-20

멸종 위기 꿀벌, 다시 복원시키려면? 3개 지역에서 신품종 현장 실증시험 진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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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1년 전, 토종 꿀벌을 키우는 충북의 농가들이 수백 개의 벌통을 태우며 항의 시위에 나선 적이 있었다. 시위에 나선 이유는 단 한가지, 방역 당국에 대책을 촉구하기 위해서였다. 꿀벌에 치명적 피해를 주는 질병인 ‘낭충봉아부패병’에 대해 근본적인 방역 대책을 세워달라고 요구한 것.

꿀벌 농가가 바이러스 질병에 대한 방역대책을 요구하며 벌통을 태우고 있다 ⓒ 한봉협회
꿀벌 농가가 바이러스 질병에 대한 방역대책을 요구하며 벌통을 태우고 있다 ⓒ 한봉협회

하지만 그로부터 1년이 지난 꿀벌 농가의 요즘은 당시의 절망적 상황과는 많이 다르다. 농촌진흥청이 낭충봉아부패병에 강한 토종벌 신품종을 보급하기 위해 전국의 3개 지역에서 추진하고 있는 현장 실증 실험에 기대를 걸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현장 실증 실험은 낭충봉아부패병에 대해 저항성이 뛰어난 신품종을 토종벌 사육 농가에 신속하게 보급하자는 취지로 농촌진흥청과 한국한봉협회가 공동으로 마련했다.

꿀벌에 치명적 피해를 주는 바이러스 질병

‘낭충봉아부패병’은 꿀벌에 생기는 바이러스 질병이다. 애벌레뿐만 아니라 성체가 된 꿀벌의 소화기관에 침투하여 병을 일으키는데,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애벌레의 경우 번데기가 되지 못한 채 말라 죽게 되고, 성체 꿀벌은 몸이 부풀어오르다가 폐사하고 만다.

낭충봉아부패병에 의한 피해는 특히 토종 꿀벌의 경우가 심각한데, 지난 2009년 경에는 전국의 토종벌 35만 군(群) 중 절반이 폐사하여 사육 농가에 커다란 타격을 입힌 바 있다.

‘군’은 벌의 규모를 세는 단위다. 1군은 여왕벌 한 마리에 일벌과 수벌을 합쳐서 약 1만~3만 마리로 구성된다. 다만 벌을 일일이 셀 수는 없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벌통 하나를 1군으로 간주한다.

농림축산식품부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06년에 40만 군이 넘던 토종벌은 2010년에 접어들면서 17만 군으로 급격하게 줄어들었고, 이후에도 매년 절반씩 감소하는 추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낭충봉아부패병에 감염되면 애벌레는 번데기가 되지 못한 채 죽고만다
낭충봉아부패병에 감염되면 애벌레는 번데기가 되지 못한 채 죽고만다 ⓒ 농촌진흥청

이처럼 급격한 감소율을 보이고 있는 이유는 바이러스의 가공할 전염력 때문이다. 낭충봉아부패병에 감염된 애벌레 한 마리는 성봉 10만 마리를 감염시킬 수 있을 정도의 위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문제는 낭충봉아부패병을 치료할 수 있는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의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소각 말고는 마땅한 방제 방법이 없는 실정”이라고 밝히며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그나마 남아 있는 벌들조차 지키기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꿀벌 감소 문제가 이처럼 악화일로를 걷자 농림축산식품부는 보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지난 2011년을 시작으로 새로운 사업에 착수했다. 토종벌 농가와 관련 연구기관, 그리고 지방자치단체 등과 함께 연구진을 꾸려 ‘토종벌 종(種) 보전 육종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한 것.

현재 3개 시범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현장 실증 실험의 꿀벌 신품종도 바로 이 같은 종 보전 육종사업의 일환으로 탄생하게 되었다.

전국 3개 지역에서 현장 실증 실험 진행 중

낭충봉아부패병에 강한 토종벌 신품종의 현장 실증 실험은 현재 강원 삼척과 충북 청주, 그리고 전남 강진 등 3개 지역에서 진행하고 있다.

실증 장소로 선정된 3곳은 낭충봉아부패병의 발생이 심각하면서도 봉군(蜂群) 관리 기술이 뛰어난 지역들이다. 앞으로 신품종 꿀벌들은 이 지역에서 질병에 대한 저항성과 발육 정도, 생산물의 생산 능력 등을 중점적으로 조사받게 된다.

농촌진흥청의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현장 실증에 이용되는 꿀벌 신품종은 면역력이 뛰어나서 낭충봉아부패병이 발생한 장소에서 사육한 경우에도 병이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신품종의 발육이 2배 이상 우수하고 벌꿀 생산성도 향상됐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꿀벌 신품종은 낭충봉아부패병에 대한 저항에도 강하고 생산성도 높도록 육성됐기 때문에 현장 실증을 통해 그 성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며 “앞으로도 신속한 보급을 통해 토종벌 사육 농가 생산 기반을 회복하도록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농촌진흥청은 이번 현장 실증 실험의 결과를 바탕으로 신품종의 우수성을 확인하고, 신속하게 농가에 보급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농촌진흥청이 개량한 신품종 토종 꿀벌 ⓒ 농촌진흥청
농촌진흥청이 개량한 신품종 토종 꿀벌 ⓒ 농촌진흥청

다음은 이번 현장 실증 실험의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농촌진흥청 잠사양봉소재과의 최용수 연구사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현장 실증 실험의 결과가 기대된다. 꿀벌 신품종이 낭충봉아부패병에 대한 저항성이 있는 지에 대한 최종 판단은 언제쯤 내려지게 되는지 궁금하다

내년 상반기 중에는 마무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낭충봉아부패병에 대한 저항성은 봄철인 3~4월 정도면 파악할 수 있으리라고 보지만, 종 복원에 대한 이상 여부 및 농가소득이 증대되는지에 대한 사항까지 점검하려면 6월까지는 기다려야 한다.

- 꿀벌 신품종의 정체가 궁금하다. 유전자 조작 기술은 전혀 사용되지 않았는지?

유전자는 전혀 건드리지 않았다. 오로지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선별 방법을 통해서만 품종을 개량했다. 낭충봉아부패병에 대한 내성을 가지고 있는 꿀벌을 모은 뒤, 이를 번식시켜 실증 실험에 활용했다.

- 해외에서도 우리와 같은 피해 사례가 있는지와 대처 방안 사례에 대해서 설명해 달라

낭충봉아부패병은 1980년대에 인도와 태국 등 동남아시아에서 광범위하게 발생했던 바이러스성 전염병이다. 하지만 아직 치료제나 예방약이 없는 실정이다. 우리처럼 품종 개량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도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김준래 객원기자
stimes@naver.com
저작권자 2017-10-2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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