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구감소증'을 일으키는 특이 유전자가 국내 의료진에 의해 처음으로 규명됐다. 백혈구감소증은 면역억제제를 먹는 희귀 면역질환자나 장기이식 수술환자에게 나타나는 치명적 부작용이다.
서울아산병원 염증성장질환센터 양석균 교수팀과 울산의대 생화학분자생물학교실 송규영 교수팀은 면역억제제(thiopurine)를 사용하는 크론병 환자 978명의 유전체(게놈) 분석을 통해 면역억제제 부작용을 유발하는 'NUDT15 유전자'를 처음으로 발견했다고 10일 밝혔다.
크론병은 입에서 항문에 이르는 소화관에 염증이 생겨 복통, 설사, 혈변 등을 유발하는 만성질환이다. 아직 완치법이 없어 면역억제제와 항생제 등을 사용해 조직 손상을 최소화하는 수준의 치료만 해왔다.
양 교수팀이 발견한 NUDT15는 유전자 한 쌍 모두에 변이가 있는 크론병 환자의 경우 백혈구감소증이 100% 나타났으며 전신 탈모와 같은 심각한 부작용으로 이어졌다. 반면 유전자 변이를 한 쌍 중 1개만 갖고 있거나 변이가 없는 경우에는 백혈구감소증 발생률이 각각 75.6%, 25.3%로 낮았다. 이런 부작용은 공동 연구기관인 미국 시다스 사이나이 병원의 조사결과 서양인에게서도 똑같이 관찰됐다.
특히 면역억제제 사용 8주 이내의 백혈구감소증 발생률은 한 쌍 모두 변이그룹에서 100%로, 한 쌍 중 1개만 변이인 그룹(25.6%), 변이가 없는 그룹(0.9%)과 큰 차이를 보였다.
유전자 한 쌍 모두 변이가 있는 환자는 전체의 1.4%에 해당했으며 한 쌍 중 1개에만 변이가 있는 환자는 18%, 변이가 없는 환자는 80.6%로 각각 집계됐다.
일반적으로 면역억제제는 크론병이나 궤양성 대장염과 같은 염증성 장질환, 루푸스와 같은 류머티스성 질환, 장기이식 후 면역억제, 특발성 혈소판 감소증과 같은 혈액질환 등 다양한 면역 관련 질환에서 핵심 치료제로 사용된다.
면역억제제를 사용할 때 가장 흔한 부작용으로는 면역력이 너무 떨어지는 백혈구감소증이다. 백혈구감소증이 생기면 패혈증 등의 심각한 감염이 뒤따르고, 심하면 사망까지 이르게 된다. 이 때문에 백혈구감소증이 심해지면 더는 면역억제제를 사용하지 못했다.
양 교수는 "면역억제제를 사용하기에 앞서 NUDT15 유전자 변이 여부를 검사하면 면역억제제 사용 가능성 여부를 사전에 판별할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 "개별 환자에게 맞는 적절한 용량을 처방함으로써 백혈구감소증의 발생 위험도를 낮추면서 치료 효과는 높이는 맞춤치료가 가능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중견연구자지원사업, 보건복지부 희귀질환 중개연구센터의 지원을 받아 이뤄진 이번 연구결과는 유전자 연구 분야 권위지인 '네이처 지네틱스(Nature Genetics)'에 이날 발표됐다.
- 연합뉴스 제공
- 저작권자 2014-08-1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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