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세포 조정해 뇌 노화 되돌린다”

인체 배양세포와 쥐 대상 실험으로 확인

산불 파수꾼이 자신의 역할을 망각하고 오히려 산에 불을 지른다면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일이 노화하는 뇌의 면역계 특정 세포에서도 일어난다는 연구가 나왔다. 불씨를 없애는 대신 만성 염증의 불꽃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생물학자들은 이런 염증을 줄이는 것이 노화 과정을 늦추고 심장병과 알츠하이머병, 암이나 허약함 같은 노화 관련 질환 발병을 늦추는 한편, 거의 모든 사람에게 발생하는 점차적인 정신적 노쇠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무엇이 면역계 특정 세포의 염증성 과잉 행동을 일으키게 하는지는 정확히 알지 못했었다.

최근 미국 스탠퍼드의대 신경학과 연구팀이 이런 면역세포의 일탈과 관련된 호르몬을 억제하면 노화된 뇌를 젊게 되돌릴 수 있다는 실험 연구를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 20일 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나이 든 실험 쥐와 인간 세포 배양에서 발견된 연구 결과가 실제 인간에게 적용될 경우, 약제를 개발해 노인의 정신 능력 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구팀은 “면역체계를 조정하면 뇌의 노화를 되돌릴 수 있다”며, 인체 세포 실험 결과 사람에게서도 비슷한 회춘이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 Pixabay / Gerd Altmann

면역세포 일종인 골수세포에 주목

논문 시니어 저자인 스탠퍼드의대 신경학 및 신경과학과 카트린 앤드리슨(Katrin Andreasson) 교수와 논문 제1저자인 파라스 민하스(Paras Minhas) 의사-박사 과정 연구원은 골수성 세포(myeloid cells)로 불리는 일련의 면역세포를 이런 염증의 주범으로 보고 연구에 착수했다.

뇌와 순환계 및 신체의 말초 조직에서 발견되는 골수세포는 전투원으로 침입자를 물리치기도 하고, 공원 관리인 같은 역할을 하기도 한다.

감염성 침입자와 전투를 벌이지 않을 때는 죽은 세포와 응집된 단백질 덩어리 같은 잔해물을 청소하느라 바쁘다. 또 다른 세포에 영양 간식을 공급하고 병원체 침입의 징후를 감시한다.

그러나 인체가 노화됨에 따라 골수세포는 정상적인 건강 보호 기능을 제쳐두고 존재하지 않는 적과 끊임없는 전쟁을 벌이려고 하면서, 그 과정에서 무고한 조직에 부수적인 피해를 입힌다는 것이다.

논문 시니어 저자로 이번 연구를 수행한 카트린 앤드리슨 스탠퍼드의대 교수는 특정 면역세포 세트를 정신 노화의 주요 원인으로 식별해 냈다. © Steve Fisch

특정 호르몬과 수용체의 상호작용 차단

연구팀은 인간 골수세포와 쥐의 골수세포를 배양해 실험을 실시했다. 이 실험에서 골수세포에 풍부한 특정 호르몬과 수용체의 상호작용을 차단하자 어린 개체에서와 같은 신진대사와 골수세포의 온화한 기질이 회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차단은 또한 늙은 생쥐의 노화에 따른 정신적 쇠퇴를 되돌려 기억력과 길 찾기 기술을 어린 생쥐 수준으로 복원시켰다.

앤드리슨 교수는 “면역체계를 조정하면 뇌의 노화를 되돌릴 수 있다”며, 인체 세포 실험 결과 사람에게서도 비슷한 회춘이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골수세포는 프로스타글란딘족에 속하는 PGE2 호르몬의 주요 공급원이다. PGE2 호르몬은 염증 촉진을 포함해 인체에서 여러 가지 일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러 세포의 표면에 있는 여러 종류의 수용체 중 어떤 수용체와 결합하느냐에 따라 역할이 달라진다.

면역세포에서 발견되는 PGE2 수용체 중 특히 골수세포에 풍부한 EP2는 PGE2와 결합한 뒤 세포 안에서 염증 활동을 시작한다.

앤드리슨 교수팀은 65세 이상 노인들로부터 몸 전체 조직에서 발견되는 골수세포의 한 종류인 대식세포를 확보해 이를 배양한 뒤 35세 미만 연령층에서 얻은 대식세포와 비교했다. 또 어린 쥐와 늙은 쥐의 대식세포도 조사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면역세포의 일종인 골수성 세포가 노화를 일으키는 주범의 하나로 보고 연구에 착수했다. 골수성 및 림프성 계열에서 조혈 줄기세포로부터 성숙한 세포까지 다양한 혈구 세포들의 발달을 보여주는 포괄적 도표. © WikiCommons / Mikael Häggström

이중 타격으로 뇌 조직 피해

연구팀은 늙은 쥐와 인체 대식세포는 어린 쥐보다 훨씬 더 많은 PGE2를 생산할 뿐 아니라 표면에 훨씬 더 많은 수의 EP2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늙은 쥐의 혈액과 뇌에서 PGE2가 크게 증가해 있는 것도 발견했다.

앤드리슨 교수는 “이것은 이중 타격(double-whammy)으로, 양성 피드백 고리”라고 지적했다. 그 결과 PGE2-EP2 결합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골수세포에서 염증과 관련된 세포 내 과정을 증가시킨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인체와 쥐의 골수세포 모두에서 이 염증성 대규모 활동(hyperdrive)이 어떻게 설정되는지를 보여주었다.

즉, 늙은 개체의 골수세포에서 크게 증가된 PGE2-EP2 결합은 세포 에너지 생산의 연료를 공급하는 포도당을 소비에서 저장으로 재변경해 이들 세포 안에서의 에너지 생산을 바꿔버린다.

또 노화에 따른 PGE2-EP2 결합 증가로 인해 골수세포가 이처럼 포도당을 에너지 생산에 소비하는 대신 글리코겐으로 전환해 축적하는 경향이 증가한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이렇게 글리코겐 축적에 따른 세포의 만성적인 에너지 고갈 상태는 세포의 염증성 격분(inflammatory rage)을 촉발시켜 노화되는 조직에 큰 피해를 입힌다는 것이다.

앤드리슨 교수는 “이 강력한 경로가 노화를 유발한다”며, “그러나 이것은 누그러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과학 저널 ‘네이처’ 20일 자에 발표된 논문 © Springer Nature / Nature

약제 개발 로드맵 제공

연구팀은 실험 쥐에게 동물에서 PGE2-EP2 결합을 방해하는 것으로 알려진 두 가지 실험 화합물 중 하나를 투여했다. 또 이 화합물로 실험 쥐와 인체 대식세포를 배양했다.

그 결과, 늙은 골수세포는 어린 골수세포처럼 포도당을 대사해 늙은 세포들의 염증 특성을 역전시켰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화합물이 생쥐의 노화 관련 인지능력 저하를 역전시켰다는 점이다. 이 화합물을 투여받은 나이 든 실험 쥐는 젊은 쥐처럼 기억 능력(recall)과 공간 탐색 능력 테스트를 잘 수행했다.

이들이 사용한 두 가지 화합물 중 하나는 혈액-뇌 장벽(blood-brain barrier)을 통과하지 못하더라도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앤드리슨 교수는 “이는 뇌 바깥에서 골수세포를 재설정해도 뇌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두 화합물 모두 인체용으로 승인되지 않았고, 비록 실험 쥐에서는 관찰되지 않았으나 독성 부작용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화합물들은 제약사가 인체에 투여할 수 있는 약제 개발을 위한 로드맵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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