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부캐 전성시대’의 장을 열다

[‘0’에 과학기술을 더하다] (25) 캐릭터에 과학기술을 더하다

최근 방송가는 ‘부캐(부가 캐릭터)’ 열풍이다.

부캐는 본명과 다른 이름, 프로그램 콘셉트에 맞춰 설정된 스타일, 말투, 성격, 세계관까지 완전히 다른 캐릭터를 뜻한다. 주로 온라인 게임 유저 사이에서 쓰이던 명칭이었지만, 최근 들어 광고와 각종 TV 프로그램 엔터테인먼트를 넘어 심지어 실제 생활에서도 흔히 쓰이는 용어가 되었다.

최근 방송가는 ‘부캐(부가 캐릭터)’ 열풍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사실 이 같은 흐름이 갑작스러운 현상은 아니다.

오프라인에서의 부캐 전환은 오래전부터 흔한 일이었다. N잡러라고 불리는 사람도 일종의 부캐 보유자이며, 취미생활과 일상생활 사이의 전환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작년에 한 제약회사는 아예 광고 카피 전면에 “본캐는 OOO, 부캐는 XXX, 부캐를 캐내세요”를 내세워 눈길을 끈 바 있다. ‘이 일, 저 일’에 치이는 수동적 캐릭터 대신, ‘본캐’와 ‘부캐’를 역동적으로 해내는 N잡러로서의 정체성을 표현한 광고다.

우리 사회에 ‘평생 직업’이라는 신화가 깨지면서, 일과 일 외의 삶, 다양한 일에 대한 경험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보인다.

또한, 이미 인터넷의 발달과 함께 시작된 게임 속 가상세계에는 현실의 자신을 대신하는 가상의 캐릭터가 존재했다. 2000년대 우리나라에 큰 돌풍을 일으켰던 싸이월드에는 ‘미니홈피’라는 가상의 공간에 미니미가 살고 있었다.

이후 자신의 삶과 일상을 디지털로 기록하는 SNS가 다계정 운영이 가능해지고, 가상 공간이 무한 확장성을 담보하게 되면서 부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계기를 맞았다.

특히 초월, 가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세계,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인 ‘메타버스’가 산업계에 급부상하면서 소위 ‘부캐 전성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가상의 공간 속 가상의 자아는 갑작스러운 현상은 아니다. Ⓒwww.cyworld.com

부캐의 활동 무대, 메타버스

메타버스는 최근 산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개념이다.

기술연구 단체인 ASF(Acceleration Studies Foundation)​는 메타버스를 증강현실 세계, 라이프로깅 세계, 거울 세계, 가상 세계 등 네 가지로 분류한다. 이들 분류 중 어디에 속하는 사례이든지 분명한 사실은 메타버스는 디지털 공간을 무한히 확장한다는 것이다.

초기의 메타버스는 디지털 게임이 등장한 이후 PC 기반의 게임콘텐츠 속 가상세계로 한정됐다. 말 그대로 게임의 장, RPG나 MMORPG의 배경이 되는 무대였다. 아니면 싸이월드나 세컨드 라이프와 같이 PC를 기반으로 한 가상의 소통 공간을 제공했다. 즉 초기의 메타버스는 게임 공간, 아니면 소통 공간으로 ‘별도로’ 존재했다.

하지만 최근의 메타버스는 기존의 플랫폼에 활용되던 엔진이 다양한 산업 분야에 확산·적용되면서 판세가 달라졌다. 로블록스, 포트나이트, 제페토, 마인크래프트, 모여봐요 동물의 숲 등 대표적인 게임 플랫폼은 이제 생활공간이며, 문화공간으로 진화한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가상의 공간을 배경으로 게임, 일상생활, 경제활동, 정치활동, 업무, 소통 등 오프라인의 그것과 다름없이 행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세계, 이곳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정체성을 가지고, 자신의 취향에 맞는 공동체에서 구성원들과 함께 원하는 행동을 할 수 있는 자유로운 캐릭터가 가능하다. 고로 존재한다.

최근의 메타버스는 기존의 플랫폼에 활용되던 엔진이 다양한 산업 분야에 확산·적용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메타버스 속 부캐, ‘디지털 휴먼’의 모습으로

고수준의 컴퓨터 그래픽은 메타버스의 급부상을 견인한 대표적인 기술 중 하나다. 증강현실 차원의 실재감뿐만 아니라 가상현실 속 대상의 극사실적 구현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기존의 가상공간 속 캐릭터들은 그래픽의 한계로 그 외형이 ‘사이버 인간’ 자체였다. 하지만 메타버스의 캐릭터는 실제 인간 얼굴과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정교한 모사가 가능하다. 또한, AI 기술을 접목한 음성인식, 자연어 처리, 표정 및 행동 등이 고도화되어 이른바 ‘디지털 휴먼’이 등장했다.

이러한 디지털 휴먼 제작 기술이 진화하면서 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하여 헬스, 의료, 교육, 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 확대 적용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WHO는 금연 상담 서비스에 디지털 휴먼 ‘플로렌스(Florence)’를 활용하여, 메타버스 공간에서 친근하고 인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디지털 휴먼 기술로 제작된 가상 인플루언서들이 SNS 플랫폼에서 실제 사람처럼 활동하며 현실의 기업 홍보와 마케팅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 이런 형태의 디지털 휴먼이 메타버스 플랫폼 유저들의 모든 캐릭터에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이를 두고 부캐, 혹은 멀티 페르소나라고 칭할 수는 없다. 또한 디지털 휴먼이 내재한 윤리, 도덕적 이슈들에 사회적 합의가 미비한 상황에서 이를 두고 섣불리 부캐의 확장을 논하기 어렵다. 하지만 관련 기술들이 빠르게 발전하고, 메타버스 디바이스들이 다양화됨에 따라 머지않은 미래에 혁신적인 메타버스 경험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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