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타임즈 로고

생명과학·의학
김병희 객원기자
2015-06-08

메르스, 아는 것이 힘이다 지나친 공포도, 소홀한 대책도 도움 안돼

  • 콘텐츠 폰트 사이즈 조절

    글자크기 설정

  • 프린트출력하기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 MERS) 환자가 87명으로 늘어나고, 환자가 머문 병원 응급실을 통해 다수가 감염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시민들 사이에서는 메르스에 대한 두려움이 가시지 않고 있다.

초기 평택의 병원에 입원했던 첫번째 환자와의 접촉 등으로 메르스 환자가 급격히 늘어나자 메르스 바이러스가 국내에 들어와 변이가 된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일었으나 분석 결과 변이 사실은 이번에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확진 환자의 활동 경로를 확실히 파악해 감염 의심자를 지속적으로 격리 치료하는 한편, 일반인들이 발열과 기침 등 이상 징후가 나타날 때 보건소 등에 신속히 신고토록 하면 더 이상의 혼란 없이 사태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메르스와 관련한 주요 사항들을 전문가의 도움으로 정리해 본다.

메르스 바이러스(MERS-CoV)의 3D 이미지 사진 ⓒScinceside
메르스 바이러스(MERS-CoV)의 3D 이미지 사진 ⓒScinceside

메르스 바이러스의 정체는 무엇인가

메르스 바이러스(MERS-CoV)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한 종류로 이집트의 동굴박쥐에서 유래돼 오랫동안 박쥐 무리에서 유행되다가 낙타 등 동물과 사람에게 전파된 것으로 추정된다. 2012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처음 환자가 발생한 후 학계에 보고됐으며, 전문가들은 이때 메르스 바이러스가 인체에 감염될 수 있도록 변이된 게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리노 바이러스와 함께 감기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인체의 상기도(上氣道)와 위장관에 감염을 일으키고 때로는 폐렴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2003년에 발병해 세계적으로 8000여명을 감염시키고 10%의 치사율을 기록한 사스(급성호흡기증후군, SARS)도 코로나 바이러스의 한 종류인 사스 바이러스(SARS-CoV)가 원인이다.

메르스 바이러스는 사스와 유사한 점이 있어 한 때 ‘사우디 사스’라고 불리기도 했다. 50대 이상에서 사스의 치사율은 50% 정도로 알려져 있는데, 최근 국내의 메르스 사망자 4명이 모두 지병이 있는 50대 이상이라는 것과 상통하는 점이 있다.

어떻게 질병을 일으키며 증상은 어떠한가

바이러스는 일반적으로 인체의 세포에 침투한 후 단백질 구조 등에 변형을 일으켜 세포사(cell death)나 세포자살(apoptosis)을 유발한다.

메르스 바이러스는 다른 호흡기 바이러스들이 섬모성 세포를 타깃으로 삼는 것과 달리 비섬모성 기관지 상피세포에 감염되는 성향이 강하며, 호흡기 점막 같은 곳이 이 바이러스의 침투가 가장 용이한 부위의 하나다. 호흡기를 통해 1차적으로 폐에 감염된 후 다시 다른 타입의 세포를 감염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상적으로는 우리 몸에 들어와 2~14일의 잠복기를 거친 뒤 발열과 기침, 가래가 나오고 짧은 숨을 들이쉬는 증상을 보인다. 환자에 따라 근육통, 설사, 구토, 복통을 호소하기도 한다. 70% 정도의 환자가 호흡이 곤란해 기계 호흡의 도움을 받았다는 보고가 있다.

증세가 심하면 급성호흡곤란증후군(ARDS), 신부전(腎不全), 파종성 혈관내 응고(DIC), 심낭영 등이 생기는 수도 있다. 그러나 감염자의 20% 정도는 증상을 나타내지 않는다는 기록도 있다. 최근의 국내 환자들은 평균 6일 정도의 잠복기를 거쳐 증세가 나타난 것으로 알려진다.

어떻게 전파 및 감염됐나

사우디에서 낙타를 키우던 사람이 병든 낙타들의 코에 약을 주입해 주고 7일 동안 앓은 적이 있는데, 후에 그 사람과 낙타 한 마리에서 동일한 메르스 바이러스가 검출됐다는 보고가 있다. 낙타로부터 사람에게 어떻게 메르스 바이러스가 전파됐는지는 불명확하다.

메르스 바이러스는 중동을 오가는 여행자를 통해 세계 20개국에서 환자가 발생했으며, 대부분의 감염이 ‘가정이나 병원 같은 곳에서 증상이 심한 환자와 밀접한 접촉을 한 경우’에 일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에서도 병원이 감염의 중심이 됐다. 평택의 병원에서 첫번째 확진자가 30명에 이르는 사람들에게 감염을 시킨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확진자가 다녀간 병원의 응급실을 통해 십수명의 환자가 더 나왔다.

메르스 바이러스는 공기를 통해 감염되지 않는다는 주장이 많은 반면, 일부 학자는 모든 바이러스는 공기를 통해 전파되지만 공기 전파는 효율성이 매우 낮아 공기 감염으로 지역 사회에 확산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보고 있다.

증세 없는 감염자도 바이러스를 전파시킬 수 있나

메르스 바이러스는 현재까지 증상이 있는 사람들이 전파시킨 것으로 나타나 있다. 그러나 감염자의 기침이나 재채기, 말할 때 주위에 튀는 침 등 비말 감염(droplet infection)으로 전파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할 때, 가능성은 매우 적으나 증상이 없는 감염자의 분비 비말을 통해서 전파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따라서 감염자가 머물렀거나 거처간 곳으로서 통풍이나 환기가 잘 되지 않는 곳에서는 의료용 마스크를 쓰는 것이 안전하며, 감염과 상관없는 아파트 단지나 길거리에서 굳이 마스크를 쓰고 다닐 필요는 없다.

치료는 가능한가

메르스 바이러스는 인체의 면역반응을 효과적으로 피하면서 바이러스 억제 인터페론 생성도 방해하는 특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터페론 알파와 감마(IFN-α and IFN-λ)가 바이러스 복제를 효과적으로 감소시킨다는 실험실 연구와, 원숭이에게 인터페론- α2b와 리바비린을 투여한 후 메르스에 노출시켰더니 폐렴이 덜 생겼다는 연구 등 여러 갈래의 연구가 행해지고 있으나 임상에 직접 적용할 만한 약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예방 백신도 아직 없는 상태.

국내 사망자들은 모두 천식이나 만성폐쇄성 폐질환 등을 앓고 있던 고령자들로 질병과 싸울 수 있는 인체의 면역력이 떨어져 있는 상태였다. 반면 특별한 질병이 없는 건강한 일반인들은 바이러스가 들어와도 아예 증상이 없거나 감기 정도를 앓는데 그칠 수 있다. 이것은 면역력이 강하면 인체에 침입한 바이러스 등에 대항할 수 있는 항체와 인터페론 등의 생성이 활발해 바이러스를 더 빠르게 불활성화시키고, 손상된 조직을 빨리 회복시키기 때문이다.

이 같은 자체 면역력이 부족하더라도 감기처럼 발열이나 기침 등의 증상에 대처할 수 있는 치료를 통해 완치에 이를 수 있다.

바람직한 예방책은?

기본적으로 외출했다 돌아온 후에는 손을 비누로 깨끗하게 씻는 등 개인위생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 메르스 예방에 필수적이다. 씻지 않은 손으로 눈이나 코, 입을 만지지 않도록 하고, 가정이나 사무실, 커피숍 등 사람들이 자주 드나드는 곳의 문고리 등은 수시로 닦거나 소독한다.

또한 기본 예절의 하나로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는 티슈나 손수건으로 얼굴 전체를 잘 가리고, 손수건이 없으면 손바닥이 아니라 넓은 팔 소매로 침이나 가래가 튀지 않도록 입 부분을 가린다.

어쩔 수 없이 감염 의심자와 접촉할 필요가 있을 때는 △의료용 마스크를 착용하고 △고글 등의 보안경을 써야 하며 △긴 가운과 보호 장갑을 착용하고 △환자와의 접촉 전후에는 반드시 손을 비누로 깨끗하게 씻고 개인보호장구를 벗는다.

병원 감염 관리대책 쇄신 필요

이번 메르스 사태를 보면 병원이 감염의 진원지가 되면서 철저한 병원감염관리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항간에 ‘병원에서 병이 옮는다’는 말이 이번에 다시 증명된 셈이다. 병원에서 슈퍼박테리아 등의 감염 우려도 높은 만큼 보건당국과 각급 병원에서는 이번 기회에 감염관리 대책을 철저하게 점검하고 미흡한 부분을 보완,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김병희 객원기자
저작권자 2015-06-08 ⓒ ScienceTimes

태그(Tag)

관련기사

목록으로
연재 보러가기 사이언스 타임즈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확인해보세요!

인기 뉴스 TOP 10

속보 뉴스

ADD : 06130 서울특별시 강남구 테헤란로7길 22, 4~5층(역삼동, 과학기술회관 2관) 한국과학창의재단
TEL : (02)555 - 0701 / 시스템 문의 : (02) 6671 - 9304 / FAX : (02)555 - 2355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아00340 / 등록일 : 2007년 3월 26일 / 발행인 : 정우성 / 편집인 : 윤승재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윤승재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운영하는 모든 사이트의 콘텐츠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과학기술진흥기금 및 복권기금의 지원으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발전과 사회적 가치 증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