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동·서 양 진영으로 나뉜 미국과 구소련은 냉전에 돌입했다. 냉전은 미사일과 핵무기의 발전을 가져왔고 그 부산물로 덩달아 발전한 것이 바로 우주선이다.
양 국가의 우주 개발자들은 미사일 기술의 선전에 효과적이라는 논거를 제시하면서 우주경쟁을 부추겼다. 이 경쟁에서 한발 앞선 나라는 소련. 1957년 10월 4일 소련은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 발사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 인공위성은 무게가 83kg밖에 안 되는 소형 위성이다. 두 사람이 들 수 있을 정도로 작은 무인 우주선이다. 높이 1,000km 이하의 저궤도를 96분마다 한 바퀴씩 돌다 결국 지구 대기로 떨어졌다.
그러나 우주경쟁에서 소련을 누르고 싶은 미국의 야망은 무인우주선에서 유인우주선으로 바뀌면서 중대 전환점을 맞는다. 우주인들의 체류 시간이 늘어났고 중요하게 대두된 문제가 바로 우주에서의 식사다. 우주인들이 궤도에서 몇 일간 머물게 되면서 우주공간에서도 먹고사는 생존게임이 시작된 것이다.
우주계획과 함께 발전한 우주식품
소련과의 본격적인 우주경쟁에 돌입한 미 NASA는 미 최초의 유인우주선 계획인 머큐리 프로젝트로 다시 진검 승부를 펼쳤다. 그리고 1961년 5월 5일 드디어 미국은 최초의 미 우주인 앨런 B. 셰퍼드 2세를 머큐리 호에 태워 우주에 보냈다. 이와 함께 우주식품 개발 역사의 첫 장이 열렸다.
이 프로젝트로 우주궤도에 오른 사람이 존 글렌(John Glann) 대령이다. 이 당시 우주식은 알루미늄 튜브에 사과소스를 주입해 우주에 갖고 가서 짜서 먹었다. 짧은 시간의 우주비행에선 이 정도로 충분했다.
하지만 본격적인 달 탐사의 예비계획인 제미니 프로젝트가 시작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수동제어로 우주선을 조종할 수 있는지를 시험한 제미니 프로젝트는 우주비행사들이 일주일 넘게 우주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1965년 8월 21일 발사된 제미니 5호는 그 당시로선 가장 긴 8일간의 우주여행을 완수했다. 그리고 제미니 시리즈가 이어지면서 그 체류기간은 더욱 늘어났다. 이는 우주식품의 진화를 가져왔다.
이후 아폴로 프로젝트가 시작되면서 우주경쟁은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지상에서 미·소 양국 간 냉전의 열기는 식지 않았지만 우주에선 동서화합이 이뤄진 것이다. 그것은 바로 아폴로=소유즈 프로그램이었다. 1975년 7월 17일 포르투갈 서쪽의 대서양 상공 997km 저궤도에서 미 우주선 아폴로 18호와 소련 우주선 소유즈 19호가 도킹에 성공한 것이다.
이 역사적인 우주도킹은 인류 최초로 우주에서의 국제협력을 이뤘다. 더불어 이 프로그램은 우주식 개발의 새 장을 열었다. 양 국가의 우주인들은 최초로 수저와 그릇을 사용, 식사를 했다. 이 때, 전분 필름으로 포장한 과일바(bar)도 먹었다.
아폴로 계획에 이어 미국도 우주정거장 계획인 스카이랩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1973년 5월 14일 새턴 5호 로켓을 이용, 최초의 우주정거장인 스카이랩을 지구궤도로 발사시킨 것이다. 3팀의 우주비행사들은 1973년 5월 25일부터 1974년 2월 8일까지 총 171일 동안 번갈아 가면서 스카이랩에 체류, 지질·공학·생의학 등의 과학실험을 했다.
우주체류의 장기화는 미국 NASA로 하여금 우주식품 연구의 중요성을 더욱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에 따라서 72가지 음식물에 대한 신진대사 연구가 매우 광범위하게 수행됐다. 우주선에 냉장 및 냉동고가 설치돼 우주인들은 비교적 양질의 식사를 하게 된 것이다.
물은 풍부하나 음식은 모두 건조식
그러나 미·소 양국은 현실적인 비용 문제로 우주정거장 계획에 모두 뛰어들었고 1998년 11월 국제우주정거장(ISS) 건설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우주왕복선은 우주정거장 건설에 이용됐다. 다시 우주인들의 식사는 중요한 사안으로 대두됐다. 장기 체류자는 6개월 이상 머물러야 하고 만약에 식사공급이 좋지 않아서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별다른 방도가 없다.
우주정거장의 생활은 크게 개선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지상과 비교해 아직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특히 식사를 조리하는 점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 물은 전기를 생산할 때, 발생하는 산소와 수소를 통해 고급의 청정한 물을 불편 없이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조리시, 무중력 상황에서 물의 처리가 용이하지 않다. 헤어드라이어와 같은 가열기구로 물을 끓일 수 있지만 온도를 80℃밖에 올릴 수 없다. 따라서 조리가 불가능해 조리기구조차 갖추어져 있지 않다. 무중력 상태에서는 설거지도 곤란하며 보관 장소의 부족으로 저장도 곤란하다.
물은 풍부하지만 치약은 물로 헹구지 않는 치약, 린스 없는 샴푸, 샤워시에 튀는 물방울의 진공처리, 대소변의 진공처리, 물의 재활용 등등 아주 적은 물밖에 사용할 수 없는 환경이다. 따라서 음식 역시 모두 일회용일 수밖에 없다. 모든 우주식품은 지상에서 모두 조리되어 물만 넣으면 바로 데워 먹을 수 있는 완전조리식품만 가능하다.
현재 우주정거장에선 수화(rehydration) 스테이션과 전통적 오븐이 있는 취사실을 통해 온·냉수를 부어서 적당한 온도에 음식을 데울 수 있다. 우주인들은 수저를 사용해 물을 넣은 포장된 음식을 식판에 놓고 먹는다.
식품의 포장은 쓰레기를 줄이는 방향으로 조정, 얇은 포장재로 대체한다. 캔보다는 유연성이 좋은 파우치형 포장형태로 매우 콤팩트하게 개발되어 있다. 식품의 저장조건은 상온저장이 가능한 일반 상품화된 제품을 주로 사용한다. 적어도 1년 이상의 장기저장이 가능해야 하기 때문에 우주선에 선적되는 음료를 비롯한 모든 음식들이 건조상태로 제조된다.
현재 미국과 러시아는 화성탐사와 같은 장기간의 우주여행에 대비하고 있다. 이에 대비한 첨단 생명지원시스템 연구가 진행되는 가운데 식품가공 및 영양공급이 중요한 연구분야로 부상했다. 연구가 성공하면 우주인들이 앞으로 우주에서 신선한 재료를 이용, 직접 조리해 먹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 이 기사는 한국식품연구원 김성수 박사가 제공한 자료로 작성됐습니다.
- 조행만 객원기자
- chohang2@empal.com
- 저작권자 2007-04-2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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