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과학의 다양한 측면을 자연스럽게 통합하면서 다양한 형태의 예술영역을 창조해 낸다. 그 중 현대 과학기술을 도입한 구성주의, 팝아트, 사이버네틱스 아트, 스페이스 아트 등의 다양한 예술 형태가 어느새 우리들의 삶 가까이에 다가와 있다.
영국에서 시작한 팝아트는 미국으로 건너가 그 꽃을 활짝 피웠다. 유럽 미술계에서 팝아트는 일상적인 상업문화 속 소재들을 냉소적이고 관념적인 방식으로 표현했다. 반면 미국 사회는 감각적 시각언어를 중시한 까닭에 ‘미국적 특성’을 가진 팝아트를 발전시켰다. 일례로 20세기 미국의 미술가들은 대중소비 정보사회를 배경으로 광고디자인, 대량 생산품, 사진, 텔레비전 영상 등을 소재로 작품 활동을 펼쳤다. 미국에서 팝아트는 미국을 상징하는 테크놀로지와 매스 미디어의 산물들을 미술의 자원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어려운 예술에 식상해 있던 대중들의 관심을 끌어 모았던 것이다.
팝아트 작가들의 활동은 ‘하나의 신화’로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주요 작가에게 부와 명예를 안겨주었다. 팝아트는 본래 다중적이고 일상적인 것뿐만 아니라 흔한 소재들을 미술의 세계로 가져와 순수 예술과 대중예술, 즉 고급예술과 저급예술이라는 이분법적 구조를 불식시키고 산업사회의 현실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그러나 팝아트는 고급미술과 대중문화의 경계를 허물겠다는 의도에서 벗어나 신화 만들기를 통해서 또 다른 고급예술의 위계질서를 만들어 냈다. 또한 팝아트는 상품미학에 대한 비판적 대안을 제시하기보다 소비문화에 굴복하는 방식으로 대중이미지를 추구하는 한계를 보였다.
이번 전시회에 선보이는 세 작가들은 매스미디어의 대중적인 이미지를 만화적 형식과 기법을 빌려와 미국적 방식으로 표현해 자신의 입지를 굳힌 작가들이다. 그동안 만화는 하위예술로 간주되어 왔다. 그런데 세 작가가 만화라는 장르를 도입해 매스미디어의 대중적인 이미지에 대한 작품을 선보이면서 이후 만화는 종합예술의 형태로 재평가 받기 시작했다. 또한 세 사람의 작품들은 고급과 저급이라는 의미 이외에 다양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었다.
세 작가는 동일한 만화라는 표현기법과 형식을 빌려왔지만 서로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았다. 리히텐슈타인는 망점 가득한 원색의 실내풍경과 화폭 뒤의 뼈대 등을 묘사한 작품으로 미디어 사회의 명암을 보여주었다. 또한 하나 혹은 여러 개의 넓은 붓 자국을 만화 양식으로 변형시켜 추상표현주의의 과장된 측면을 비판했다. 다음으로 웨슬리는 만화의 단순 유치한 선으로 가장 미국적인 공간이나 상징물의 일부분을 암시적으로 재해석한 그림을 전시해 관람객들에게 묘한 쾌감을 선물했다. 마지막으로 크럼은 팝아트 작가에게서 보기 힘든 강한 풍자성과 컬컬한 해학, 비판의식 등으로 무장한 작품들을 선보였다. 예술계에서 이러한 변화는 당시 과학계의 변화와 무관한 것은 아니었다.
20세기를 거치는 동안 과학을 바라보는 과학관에 많은 변화가 나타났다. 먼저 20세기 전반기에 원자물리학과 소립자물리학이 급속히 성장해 환원주의적인 과학관이 주도적인 위치에 있었다. 반면 20세기 후반에 나타난 과학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그러한 환원주의적 관점이 점차로 주도적인 지위를 상실해 갔다는 것이다. 환원주의적 관점에 대신해서, 복합적인 현상을 다루는 생명 현상, 응집 현상, 비선형 패턴, 복잡계 등에 대한 과학연구가 두각을 나타냈다.
이번 전시회는 미국적 표현방식으로 창조된 미국식 팝아트와 미국적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자리이다. 그러한 미국식 팝아트의 출현에 당시 미국 사회에 널리 퍼져 있던 반환원주의적 시각과 함께 포스트모더니즘 시각이 중요한 배경이 되었을 것이다. 지금은 일상 속 문화가 되었지만, 당시에 커다란 파장으로 다가왔을 팝아트의 세계로 떠나보자.
전 시 명 : 아메리칸 퍼니스(American Funnies)
전 시 장 : 사간동 갤러리 현대
전시기간 : 2006.5.10 - 2006.5.31 (월요일 휴관)
문 의 처 : (02)734-6111~3.
사 이 트 : http://galleryhyundai.com
- 공하린 객원기자
- 저작권자 2006-05-2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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