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칩으로 대장질환 치료

미생물 군집 장기간 실험실 배양 성공

궤양성 대장염이나 크론병 같은 염증성 장 질환(IBD)의 병리 환경을 실험실에서 구현해 치료에 활용할 수 있는 획기적인 장내 미생물군 배양법이 개발됐다.

하버드대 뷔스 생물공학연구원( Wyss Institute for Biologically Inspired Engineering) 창립이사인 도널드 잉버( Donald Ingber) 박사와 뷔스 코어 패컬티 멤버인 제임스 콜린스(James Collins) 박사팀은 이 연구원이 소유한 ‘마이크로 칩에 구현하는 인간 장기’(human-organs-on-chips) 기술을 활용해 인간 대장 칩(human-gut-on-a-chip)에서 장내 염증과 박테리아 과다 성장 모델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이 칩의 개발로 과학자들은 처음으로 정상적인 장내 미생물과 병원균이 어떻게 면역반응을 일으키는가를 분석할 수 있게 됐다. 이와 함께 실험용 모델에 인간의 장 생리를 그대로 구현함으로써 염증성 장 질환의 기전을 조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번 연구는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 최근호에 게재됐다.

연구를 이끈 도널드 잉버 하버드대 교수(왼쪽)와 논문 제1저자로 현재 미국 텍서스 오스틴대 생의학 공학 조교수로 있는 김현정 박사 ⓒ Wyss Institute / UT Austin

연구를 이끈 도널드 잉버 하버드대 교수(왼쪽)와 논문 제1저자로 현재 미국 텍서스 주립대 오스틴 의공학과 조교수로 있는 김현중 박사 ⓒ Wyss Institute / UT Austin

논문 제1저자 김현중 박사, 각 발병 요인 영향 밝혀

염증성 장 질환은 현재 미국에서만 100만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질환은 증세가 경미한 것부터 심각한 것까지 다양하며, 상태가 좋으면 관리가 가능하지만 나쁘면 생명을 위협하는 합병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염증성 장 질환은 대개 비상적인 면역반응이 원인으로 지목되나, 미생물군집(gut microbiome), 장의 상피세포, 면역 구성요소와 장의 연동운동 등도 한 원인이 되거나 증세를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의과학자들은 지금까지 사람의 장내 미세환경을 실험실에서 구현할 수가 없어 이 질환의 새 치료법을 개발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논문의 제1저자이자 전 뷔스 기술 개발 펠로우(Wyss Technology Development Fellow)였던 김현중 박사는 “만성 염증성 장 질환은 장내 미생물과 대장 상피세포 및 면역시스템 사이의 비정상적인 상호작용에 의해 발병하는 것으로 생각되는데, 지금까지는 이러한 각각의 요소가 대장 질환 발병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알 수가 없었다”며, “전통적인 랩 실험과 동물 모델로는 박테리아의 과잉 성장과 대장의 염증을 깊이 있게 연구하는데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하버드대 뷔스 연구원이 2012년에 개발한 인간 대장 칩의 3D 모형. 파란 액체와 붉은 액체가 마이크로채널의 위 아래를 통과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 Wyss Institute at Harvard Univ.

하버드대 뷔스 연구원이 2012년에 개발한 인간 대장 칩의 3D 모형. 파란 액체와 붉은 액체가 마이크로채널의 위 아래를 통과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 Wyss Institute at Harvard Univ.

미생물군 실험실에서 2주 배양 가능

인간 대장의 자연 조건을 모방한 미세환경을 작게 집약해 실험실에서 조작할 수 있도록 만든 인간 대장 칩은 2012년 뷔스 연구원에서 처음 발명됐다. 컴퓨터 메모리 스틱 크기로 투명하고 휘어지는 고분자로 만들어진 속이 빈 미세유체 기구로서, 인간 대장의 물리 구조와 미세환경, 연동운동과 유체 흐름을 시뮬레이션 할 수 있다.

이번의 한층 진전된 연구에서 뷔스 연구팀은 인간 대장 칩이 대장 세포와 함께 정상적인 장 미생물군에서 나온 살아있는 미생물들을 동시에 2주 동안 배양할 수 있는 독보적인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는 사람의 장관 안에서 번식하고 있는 미생물 군집이 인간의 건강과 질병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통찰할 수 있는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잉버 교수는 “미생물 군집과 그 중요성을 발견한 것은 우리가 인간의 건강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거대한 패러다임 쉬프트에 해당하며, 우리 세포보다 더욱 많은 미생물들이 인체의 겉과 밖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전통적인 배양 방법이나 심지어 정교한 오가노이드 배양법을 써도 미생물들이 하루 이틀밖에 못 살았는데, 우리 인간 대장 칩으로는 정상적인 장 미생물군집을 훨씬 오랫 동안 배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장관의 복잡한 병리학 반응을 이해할 수 있는 질병 모델은 물론  병균과 면역세포, 혈관과 림프관 내피세포의 영향까지 분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장 세포와 미생물군 동시 배양해 맞춤치료법 개발”

콜린스 교수는 “항생제가 미생물군에 미치는 영향과 함께 염증성 장 질환에 대해 알아야 할 것이 많다”며, “이 기술을 이용하면 미생물 군집의 복잡성과, 여러 다른 미생물들이 인간의 건강과 질병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할 수 있어 연구와 임상 적용에서 매우 가치 있는 플랫폼”이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이미 인간의 장관과 그 면역반응에 관해 몇가지 새로운 발견이 나왔다. 염증을 자극하는 네 개의 작은 단백질들(사이토킨)이 장을 손상시키는 염증성 면역반응을 촉발하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이 발견은 사이토킨 단백질들을 동시에 차단함으로써 염증성 장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뷔스팀은 인간 대장 칩으로 환자의 세포와 미생물군을 함께 배양해 여러 치료법을 테스트해 보고 환자에 맞는 치료법을 선택할 수 있는 정밀의학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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