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과 남성이 서로 다르게 가지고 있는 한 쌍의 염색체를 성염색체라 한다. 여성은 22쌍의 상염색체와 XX의 성염색체를 가지고 있고(2n=46=44＋XX), 남성은 22쌍의 상염색체와 XY의 성염색체를 가지고 있다(2n=46=44＋XY).

“아들 딸 구별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 한 때 우리나라에서 많이 볼 수 있었던 가족계획 표어이다. 아들과 딸은 성염색체에 의해 결정된다.

난자에는 한 개의 X염색체를 가진 한 종류의 난자만이 있는데 반하여, 정자에는 한 개의 X염색체를 가진 정자와 한 개의 Y염색체를 가진 정자 두 종류가 있다.

따라서 아들이 태어나고 딸이 태어나는 결정권은 어느 정자가 난자와 수정되느냐에 달려있다. 그러므로 항상 아들 또는 딸이 태어날 확률은 각각 50%인 것이다. 그야 말로 생물학적 양성평등인 것이다.

아빠(XY)의 X염색체는 딸에게 내려가고 Y염색체는 아들에게 내려가며, 엄마(XX)의 X염색체 하나는 딸에게 내려가고 하나는 아들에게 내려간다. 따라서 아들(XY)의 X염색체는 엄마에게서 받은 것이고 Y염색체는 아빠에게서 받은 것이며, 딸(XX)의 X염색체 하나는 엄마에게서 받은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아빠에게서 받은 것이다.

남녀가 다르게 갖는 성염색체(Y)에 들어 있는 유전자에 의한 유전은 남성에게만 유전되는데, 이를 한성유전이라 한다. 한성유전에는 귓속털 과다증, 남성의 특징, 수사자의 털갈기 등이 있다.

따라서 귓속에 털이 많은 집안에는 모든 남자들이 귓속에 털이 많다. 반면에 남녀가 공통으로 갖는 성염색체(X)에 들어 있는 유전자에 의한 유전은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유전되는데, 이를 반성유전이라 한다. 반성유전에는 색맹과 혈우병 등이 있다.

색맹은 눈의 망막에 있는 시세포의 하나인 원추세포에 이상이 생겨 색을 구별하지 못하는 유전적 질환이며, 정상유전자(X)가 색맹유전자 (X')에 대해 우성이다. Y염색체는 남성만을 결정하여 주고 색맹 유전과는 관계없다.

따라서 여성에게는 색맹(X'X'), 보인자정상(X'X), 정상(XX) 세 가지 유전자형이 있고, 남성에게는 색맹(X'Y)과 정상(XY) 두 가지 유전자형이 있다.

색맹에는 색을 전혀 구별하지 못하는 전색맹과, 녹색과 적색을 구별하지 못하는 적록색맹이 있다. 적록색맹인 사람은 색맹 검사판의 숫자를 바르게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적록색맹인 사람들을 위하여 교통 신호등의 적색 등에는 황색이 첨가되어 있고, 녹색 등에는 청색이 첨가되어 있다.

혈우병은 혈소판 속에 들어 있는 혈액응고효소(트롬보키나아제)가 부족하여 상처를 입었을 때 혈액이 잘 응고되지 않는 유전적 질환이다. 혈우병 유전도 색맹 유전과 마찬가지로 정상유전자(X)가 색맹유전자 (X')에 대해 우성이며, Y염색체는 남성만을 결정하여 주고 혈우병 유전과는 관계없다. 그러나 X'X'인 여성은 치사되어 태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여성에게는 혈우병이 없다.

19세기에 해가 지지 않는 나라 영국을 이끌었던 빅토리아 여왕은 혈우병 보인자였다. 여왕의 자손 중에 1명의 아들과 3명의 손자가 혈우병이었다. 또한 딸 베아트리체와 앨리스가 보인자였고, 손녀인 알렉산드라와 이레느도 보인자였다.

당시 유럽 왕가의 풍조대로 여왕의 자손들이 다른 나라의 왕가와 서로 결혼하였다. 따라서 혈우병이 유럽의 여러 왕가로 퍼지게 되었다. 손녀인 이레느 공주는 프러시아로 시집을 갔고, 알렉산드라 공주는 러시아의 로마노프 왕가로 시집가서 많은 왕자들이 어린 나이에 혈우병으로 사망하게 되는 비극을 일으켰다.

특히 러시아의 니콜라이 2세 황제와 결혼한 알렉산드라 공주는 아들이며 러시아의 왕위 계승자인 알렉시스 황태자에게 혈우병 유전자를 전달하였다. 알렉산드라 왕비는 러시아를 통치하지는 않았지만 그녀의 남편인 러시아 황제에게 매우 큰 영향력을 행사하였으며, 아들에 대한 사랑 때문에 알렉산드라 왕비는 잘못된 판단을 자주 내리게 되었다.

당시에 혈우병을 치료할 방법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라스푸틴이라는 사제가 알렉시스를 치료하겠다고 속이고 왕비의 신임을 독차지하게 되었다. 그 결과 라스푸틴은 알렉산드라 왕비를 조정할 수 있게 되었고, 니콜라이 황제의 신임을 독차지하면서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횡포를 마구 부렸다.

그 결과 러시아 정국의 부정 부패가 극에 달하게 되었고 이것이 1917년 러시아 혁명의 원인이 되어 러시아 왕조가 무너지게 되었고, 니콜라이 황제 일가는 처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