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발 에너지 위기로 돌아보는 신재생에너지의 중요성

[기고] 에너지 위기 해결을 위한 친환경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원 구조 개편 필요

2022.12.08 09:00 권윤

권윤 독일 헬름홀츠 연구소 환경 및 보건 센터 / 박사후연구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으로 촉발된 전 세계 에너지 위기는 보다 지속 가능하고 전쟁 등으로 비롯된 글로벌 공급망의 불확실성과 같은 외부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운 친환경 신재생에너지 중심의 구조 개편을 앞당길 전환점이 될 것이다.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의 러시아를 향한 전방위적 경제 제재에 대한 러시아의 에너지 보복으로 천연가스의 공급이 제한되었다.

이로 인해 유럽대륙의 가계 에너지 비용이 대략 10배나 치솟았으며, 독일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방법을 모색 중이다. 이에 따라 신재생에너지의 경쟁력이 향상되었고 특히 풍력과 태양광 발전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이러한 유럽의 에너지 정책의 구조적 변화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은 무엇일까?

 

에너지 위기가 과학 발전에 미치는 영향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침공이 반년 이상 지속되고 있다. 이로 인해 치솟은 에너지 가격이 유럽 경제를 강타했다. 가정의 삶뿐 아니라 산업 전반에도 위기가 닥쳤다. 과학과 연구 분야도 물론 예외는 아니다. 전기 및 가스 가격의 인상이 계속됨에 따라 내년 겨울에는 주요 에너지의 수요를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에너지 가격이 계속 치솟는다면 학술 및 교육을 포함한 과학기술 발전의 전반적인 영역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된다. 일찍이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공급업체 루미우스(Lumius)가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기 직전 파산을 선언하면서, 루미우스로부터 에너지를 공급받던 체코의 많은 대학과 연구 시설이 높은 가격으로 에너지를 수입해야 했고 결국 몇몇 시설은 운영을 잠정 중단했다.

독일에서 가장 큰 규모의 입자가속기 연구소(Deutsches Elektronen-Synchrotron)도 비슷한 처지에 놓여있다. 흔히 DESY로 줄여 부르는 Deutsches Elektronen-Synchrotron은 단백질과 기타 물질을 영상화하기 위해 “bright” X선을 생성하는 원형 입자 가속기인 싱크로트론을 사용하기 때문에 많은 양의  에너지 공급을 필요로 한다.

다행히도 DESY는 2023년까지 에너지 수급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당장의 에너지 수급에는 차질이 없다. 다만 독일 정부가 내놓은 국가 에너지 제한 정책 때문에 에너지 사용에 큰 제한이 걸렸다. 가속기 사용을 제한하거나 중단하면 되지만, 이는 중요한 연구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일례로 코로나 팬더믹의 위기 가운데 백신 제조업체인 바이온텍(BioNTech)은 DESY의 가속기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SARS-CoV-2 바이러스의 구조와 표면 단백질인 스파이크를 밝혀냈고, 이를 바탕으로 백신을 성공적으로 제조했다.

이처럼 에너지 위기는 가장 필요한 순간에 과학적 혁신과 창조의 속도를 늦추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고, 경우에 따라 응급 상황에 제때 대처하지 못하여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  따라서 글로벌 에너지 구조의 취약성과 지속 불가능성을 극복할 수 있는 대체 에너지의 개발과 수급이 시급하다.

 

에너지 위기를 대하는 유럽연합(European Union)의 자세

현재 유럽연합 가입국들은 이번 에너지 위기를 계기로 에너지 공급의 다각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탄소 저감을 위한 노력보다는 당장의 연료 확보가 중요한 유럽의 여러 국가는 일시적 비상 수단으로써의 석탄 화력발전과 원자력 발전의 유지 및 증설을 내세웠으나 이는 그동안 폐쇄했던 발전소를 6개월에서 1년 정도 단기간 재가동하여 러시아발 에너지 위기에 따라 급증한 에너지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유럽연합은 2021년 기준으로 에너지 전체 사용량 중 천연가스의 40%, 원유의 25%가량을 러시아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유럽연합은 지난 5월 ‘REPowerEU’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러시아발 에너지 위기를 계기로 러시아산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녹색 경제로의 전환, 즉 신재생에너지의 확대 및 연료 사용 효율 개선 등 다양한 방안을 제시했다. 독일과 덴마크 등 유럽 4개국은 2050년까지 해상 풍력발전 규모를 현재의 10배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을 약속했으며, 독일은 특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시작되고 한 달 여 만에 신재생에너지 관련 법을 개정하여 2030년에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 비율을 기존 65%에서 80%로 대폭 확대했다.

유럽연합은 같은 목표치를 40%에서 45%로 상향 조정했다. 유럽연합은 에너지 자급자족의 계획 또한 수립 중이며 또한 앞으로는 유럽연합 국가에서 50kW 미만의 소규모 태양광 에너지 설비를 설치하기 수월해진다. 정부의 허가를 필요로 하는 설치 절차가 간소화될 예정으로, 태양광 발전 장치는 환경 영향 평가 수행 요건에서 제외된다. 이에 더해 에너지 저장과 전력망 연결, 신재생 에너지를 냉난방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 등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신재생에너지 및 에너지 안보 대책, 이대로 괜찮은가?

한국은 2050년까지의 탄소중립을 약속하고 입법화한 14번째 국가이다. 한국은 에너지 집약도가 매우 높은 산업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로 인한 소비가 전체 에너지 소비의 55%를 차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너지자원의 약 90%를 수입하고 있다. 나머지 10% 정도를 살펴보면 2021년 한국에서 생산된 전력 약 580,000GWh 중 신재생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율은 겨우 7% 정도 밖에 되지 않다.

이는 OECD 평균의 1/4 수준으로,  국제 에너지 기구(International Energy Agency)가입국 중에서는 최하위다. 나머지 전력 생산은 가스가 29%, 석탄이 34% 그리고 원자력이 약 27% 정도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현 정부는 2030년까지 원자력 발전소의 비중을 최소 30% 이상으로 증가시킬 계획이다. 우리의 에너지 정책과 원자력 발전의 확산, 이대로 괜찮은 걸까?

2020년 12월 제9차 전력수급장기계획 2020~2034가 발표됐다. 2년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에너지수급정책 방향을 이 보고서를 통해 발표하고 있다. 제9차 보고서에 의하면 이는 당시 탄소중립 목표치를 따르는 조치를 반영한 것으로, 한국 정부는 2030년까지 전체 에너지 수급 비중의 33%를 재생 에너지로 구성하여 지속 가능한 미래를 목표로 한다고 제시했다.

이에 따라 태양광과 풍력 발전은 한국의 신재생 에너지 수급의 주요 역할을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차기 전력수급장기계획은  원자력 발전 용량 증설을 조정하고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을 감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으로의 과제

앞서 유럽연합이 직면한 위기에서 보았듯이 한국도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 수급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가정과 산업, 과학 연구 분야의 실질적 위기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 화두인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 한국이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모든 에너지 부문에서 탈탄소화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탈탄소화를 실질적으로 강화하고, 법적 규제 및 제도적 장벽을 해결하여 유연한 시장 설계를 도입해야 하며, 한국의 첨단 과학 기술과 혁신 역량을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 수소 경제는 좋은 예시 중 하나다.

정부는 2019년부터 수소차와 연료전지 핵심부품, 저장·운반 등의 원천기술 개발부터 실증·상용화·개선까지 수소 밸류체인 전반에 걸쳐 수소기업 육성, 인프라 구축, 안전성 확보, 관련 정책·제도·인력 양성 등을 통해 국내 수소경제 생태계를 활성화하려고 애썼다. 신재생 에너지 생산을 증가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외에도 에너지 효율성 및 재생 에너지의 실질적, 효율적 배치를 위한 성능 중심의 규제 프레임워크를 개발해야 할 것이다.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로 청정 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유치하고 촉진하기 위해 경쟁력 있는 전기 및 가스 시장의 개발에도 힘써야 한다. 또한 모든 연료의 탄소 함량 및 대기 오염을 포함한 외부 비용을 반영하여 세금을 책정하고 탄소저배출 기술로의 전환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미 여러 차례 ‘지나친 의존’의 대가를 혹독하게 치렀다. 과거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로 인한 우리 기업들의 피해와 중국의 요소수 수출 금지로 인해 촉발된 가격 폭등이 불러온 여러 사회·경제적 문제가 뼈 아프다.  미국상공회의소가 전세계 에너지 다소비 국가 25개국을 분석한 글로벌 에너지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에너지안보는 1980년 이후 최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 어려움을 겪었던 독일의 경우에서도 살펴보았듯이 공급망 위기에 상시 대비할 수 있도록 보다 장기적이고 구체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지나치게 높은 에너지 해외 의존도는 우리 경제와 산업 전반이 에너지 및 자원 가격의 상승이나 수급 불균형과 같은 글로벌 시장변화에 매우 취약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재생 에너지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를 낮추어 에너지 위기에 의해 초래될 수 있는 경제·안보 위협에 슬기롭게 대처 가능한 해법이 될 수 있다.

 

권윤 독일 헬름홀츠 연구소 환경 및 보건 센터 / 박사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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