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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0-29

떨어지는 사과는 발견의 계기일 뿐 박상백 이천고등학교 과학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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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초등학생 때나 중학생 때 심지어는 대학에 다닐 때도 뉴턴이 단순히 사과 떨어지는 것만 보고 만유인력을 알아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가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한지 얼마간 시간이 지난 후에 뉴턴의 전기를 다시 읽고는 실소(失笑)를 금치 못했다.


뉴턴 이전에 이미 케플러는 태양이 행성을 타원의 접선방향으로 잡아 이끄는 힘이 있음을 설명했다. 그렇다면 뉴턴이 사과가 떨어질 때 생각한 것은 무엇일까?


그가 생각해낸 첫째는 ‘태양이 행성에게 미치는 힘은 중심 쪽으로 잡아당기는 힘’이다. 그것은 매우 창의적인 생각이었다. 즉, 남의 생각을 확장시켜 힘의 방향을 접선방향에서 중심방향으로 바꾼 새로운 생각였다. 그리고 ‘태양만 행성을 잡아당기는 것이 아니라 행성도 태양을 잡아당긴다’고 생각하여 중력의 개념을 만들었다. 그래서 사과가 떨어지는 시점에서 사과도 지구를 잡아당긴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즉, 떨어지는 사과는 생각의 계기가 된 것뿐이었다. 그는 자신의 생각을 검증하기 위해 포탄과 달을 생각했으며 사과를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둘째는 교과서에 나오는 대로 그가 F=Gm/r2이라는 유명한 식을 만들어 낸 것과 같이 물체 사이에 작용하는 힘의 크기를 수학적으로 증명한 것이다. 도대체 그걸 어떻게 만들어 냈을까?


그는 아마도 ‘어떻게 실험을 해야할까?’하고 고민했을 수도 있다. 그리고 ‘어떻게 그 중력의 실체를 잡아낼 수 있을까?’하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달을 보며 그는 ‘지구가 달과 서로 계속 잡아당기면 달은 언젠가 지구로 떨어질 것이다. 떨어지지 않는 이유는 달이 충분히 빠른 원운동 속도로 도는 것일 것이다’라고 생각해 나갔다. 그리고 자석을 볼 때 쉽게 알 수 있듯이 ‘두 물체 사이의 거리가 멀수록 잡아당기는 힘이 작아진다’고 생각했다. 그는 이 두 가지를 어떻게 해서라도 연관시키려고 했을 것이다.


물체도 수평으로 점점 세게 아주 강하게 던지면 달과 같은 원운동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이것을 성공하지 못하였다. 자그마치 20년이 지난 후에야 겨우 자신만의 생각이 아닌 케플러의 제3법칙과 작용반작용의 법칙을 이용해 만유인력을 유도해냈다.


자연과학은 예술이나 인문 분야보다 논리적 전개와 실험결과로 뒷받침돼야 하므로 자연과학에 있어서의 창의력은 단숨에 나타나기 매우 어렵다.


이것을 엉뚱하게 생각할 지도 모르지만 기름에 새우튀김을 만드는 것에 적용 시켜보자.


먼저 열심히 데우고는 있지만 끓지 않는 기름 속에, 새우를 넣은 끈적한 튀김가루반죽을 넣어본다. 갑자기 끓어오른다. 도대체 오징어튀김가루반죽이 뭐길래 끓어오르는가? 이것은 뉴턴에게 사과가 떨어진 것과 같은 현상인가? 여기에도 케플러가 알아낸 것과 같은 무언가가 있을까?


내가 아는 것은 단지 ‘액체는 끓는점에서 끓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뉴턴에게 기회가 된 ‘태양과 행성이 서로 잡아당긴다는 것’처럼 찬스가 될만한 건 없을까? 알고 있는 건 ‘기름이 끓거나 오징어튀김반죽의 물이 끓는다’는 생각 정도이다. 뉴턴은 ‘둘 다’라고 생각했지만 나는 ‘둘 중의 하나’로 생각하겠다.


‘기름이 안 끓다가 새우튀김반죽을 넣자마자 끓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가정을 세워 보자.

가정① 튀김반죽이 기름을 끓게 했다.

가정② 튀김반죽의 물이 뜨거운 기름 때문에 끓는다.


그렇다면 현실적으로 어떤 것이 더 타당하겠는가?

뉴턴이 포탄과 달의 원운동을 생각했던 것처럼 우리에게 해결의 실마리가 되는 실험을 하고 싶어질 것이다. 뉴턴처럼 귀납적인 방법을 좋아한다면 다음과 같이 실험할 것이다.


실험① 기름의 온도를 낮은 온도로부터 점차 올리고, 매 10도 올릴 때마다 튀김반죽을 넣자. (뉴턴은 포탄을 쏘는 힘을 점차로 올려서 구심력과 같게 하면 나중에는 아래로 떨어지지 않고 달처럼 지구를 돌 것이라고 생각했다.)


실험② 기름의 온도를 끓기 전까지 충분히 올리고 튀김반죽의 온도를 낮은 온도로부터 10도씩 점차로 올려 넣어보자.

(뉴턴은 달의 원운동 속도가 충분히 커져서 원운동 하면, 이것은 주기와 관련 있음을 이용했다.)


이로부터 어떤 규칙성을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보자. 왜 이렇게 하면서 규칙성을 기대하는 걸까? 눈치 빠른 사람은 벌써 눈치챘을 것이다.


첫째 실험은 충분히 높은 특정 온도에서 끓어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있으며(마치 충분히 큰 힘으로 포탄을 쏘면 그 특정한 힘으로 쏜 포탄이 떨어지지 않는 것과 같다.), 둘째 실험은 첫째 실험의 특정 온도라는 것이 기름이 아닌 물의 끓는점이라는 것을 기대하면서, 반죽의 온도가 끓는점까지 올라갈수록 점차로 끓는 현상이 심해질 것이라는 것을 기대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마치, 구심력과 원운동의 주기를 함께 생각하면 만유인력의 힘이 나타나는 것처럼) 두 실험의 경향성을 합할 때 튀김 기름이 끓는점보다 낮은 온도에서 끓는 것은 그 온도가 물의 끓는점과 관련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자 이렇게 하면 뉴턴이 20년 동안 실패하고 와신상담한 것과 같이 실패하겠는가?

우리는 나만의 창의성을 갖지 못하는 수가 많다. 그렇다면 남의 창의성을 흉내내는 수도 있지 않겠는가? 그것이 창의성이 아닌 모방일까? 아니면 새로운 창의성일까?

분명한 것은 남의 것을 새로운 대상에 적용하는 것도 창의성에 해당된다.

저작권자 2003-10-2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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