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땅콩껍질로 비만 합병증 막아낸다

[과학자의 연구실] [인터뷰] 최명숙 경북대 식품영양유전체연구센터장 겸 교수

현대인의 식습관이 서구화 되면서 비만 인구도 늘어나고 있다.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비만을 막아내기 위해 많은 연구자들은 이에 대한 다양한 원인분석과 해결방법을 찾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땅콩껍질에 함유된 성분을 통해 합병증을 막아낼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해 주목을 받고 있다. 최명숙 경북대 식품영양유전체연구센터 교수가 주도하고 권은영 박사가 참여한 연구에서 땅콩껍질에 함유된 천연물 소재인 플라보노이드 루테올린의 조절기전을 규명한 것이다.

플라보노이드 루테올린, 비만 합병증 막아줘

최명숙 경북대 식품영양유전체연구센터장 겸 교수 ⓒ 최명숙

최명숙 경북대 식품영양유전체연구센터장 겸 교수 ⓒ 최명숙

최명숙 경북대 교수팀은 연구를 통해 땅콩껍질에 많이 함유된 천연물 소재의 플라보노이드 루테올린이 비만, 지방간, 인슐린 저항성 등과 같은 비만 합병증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해당 연구결과는 대사증후군을 개선하는 방식의 비만 치료제 개발의 단초를 열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플라보노이드 루테올린은 야채와 과일, 파슬리, 페퍼민트, 샐러리와 같은 허브과 식물에 많이 존재하는 물질로써 무엇보다 땅콩껍질에 풍부하게 함유돼 있다. 해당 물질은 지금까지 항암과 항염증에는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항비만 그리고 대사성증후군과 관련돼 있다는 사실은 규명되지 못했다.

“루테올린은 식용으로 하는 야채, 과일, 파슬리, 페퍼민트, 샐러리와 같은 허브과 식물에 많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그 양은 식품의 비가식부인 땅콩 외부껍질에 존재하는 것 보다 상대적으로 작습니다. 이는 곧 루테올린을 좀 더 많이 섭취하려면 땅콩 껍질에 포함된 것을 추출해서 복용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땅콩 껍질에 루테올린이 있다는 것은 문헌을 통해서도 알 수 있어요. 그러나 지금까지는 이 물질에 대한 항비만 기능성이 과학적인 근거에 의해 구체적으로 입증되지 않았고 저희 식품영양유전체 연구센터에서 처음으로 입증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연구팀이 밝혀낸 것은 곧 루테올린이 조직 특이적으로 피피에이알감마(PPARγ)의 발현을 조절함으로써 인슐린저항성을 개선한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비만과 지방간을 개선시킨다는 새로운 사실도 밝혀냈다.

체내에는 피피에이알감마(PPARγ)라는 전사인자가 존재한다. 지방조직에 가장 풍부하게 있는 해당 인자는 간조직 및 근육조직에도 상당히 존재한다. 피피에이알감마(PPARγ)는 지방세포 분화와 지방 대사, 당 대사를 조절하는 핵심 전사인자로 당 대사 이용을 활성화시켜 혈당을 떨어뜨리는 기능으로 인해 TZD(thiazolidinedione) 계열의 항 당뇨 치료제와 같은 약물의 주된 타깃 마커로 이용되고 있다. 하지만 피피에이알감마(PPARγ)의 높은 발현은 비만 및 지방간과 같은 부작용을 나타내므로 그 사용이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저희가 실시한 연구를 이용해 비만 치료제를 만들 경우, 가장 큰 장점은 부작용이 없다는 점입니다. 저희 연구소에서 실시한 동물실험 결과를 보면 루테올린은 특이한 독성과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습니다. 기존에 사용되는 비만 치료제들은 거의 모두 부작용을 나타내지만 루테올린은 식품자체에 포함된 피토케미칼 화합물중 하나이기 때문에 부작용이 전혀 없으며 비만뿐만 아니라 비만 합병증인 혈당상승, 제2형 당뇨병, 그리고 나아가서는 지방간 예방까지 막아주는 아주 유용한 물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향후 새로운 형태의 당뇨예방과 체중조절 건강기능 식품으로 개발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연구팀은 실험을 통해 플라보노이드 루테올린을 비만 쥐에게 투여했다. 그러자 체중 감소뿐 아니라 지방간과 인슐린 저항성이 개선되는 결과를 볼 수 있었다. 루테올린이 피피에이알 감마의 발현을 조절해 대사증후군을 개선했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즉, 루테올린은 지방조직에서 피피에이알 감마를 증가시켜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시킴과 동시에 체지방을 줄였고, 간조직에서는 이를 감소시켜 지방간 개선을 가져온 셈이었다. 무엇보다 루테올린이 특이한 독성과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아 향후 새로운 형태의 당뇨예방과 체중조절 건강기능 식품으로 개발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당뇨병 치료제로도 활용 가능

루테올린에 의한 조직특이적 PPARγ발현 조절에 의한 인슐린 저항성 및 지방간 개선기전 모식도 ⓒ 한국연구재단

루테올린에 의한 조직특이적 PPARγ발현 조절에 의한 인슐린 저항성 및 지방간 개선기전 모식도 ⓒ 한국연구재단

최명숙 교수팀의 해당 연구결과는 비만 치료를 넘어 당뇨병 치료제로도 사용이 가능한 것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최 교수는 “실제로 제 연구 분야가 식품영양학이기에 식품성분으로써의 질병예방 및 개선기능을 연구해 오고 있다”며 “처음에는 식품성분 루테올린이 비만 예방과 개선에 효능이 있다는 것을 연구결과로 입증했고 연구영역을 확장시켜 당뇨예방과 개선에도 아주 탁월한 효능이 있음을 알게 됐다. 그러므로 향후 당뇨병 치료제로서의 충분한 활용가능성을 보여준 셈”이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식이에 의해서 실험동물 마우스(생쥐)를 비만으로 유도하는 실험에서 저희 연구진이 플라보노이드 루테올린을 급여한 결과 체중감량 효능과 더불어 인슐린 저항성 및 지방간 개선효과가 탁월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실험 마우스에게 약 16주 동안 사료중량의 0.005%에 해당하는 루테올린을 고지방 사료에 혼합해 함께 먹였더니 루테올린을 섭취한 마우스가 그렇지 않은 마우스보다 체중이 약 16%, 전체 지방량이 약 31% 감소했고 지방간 및 내당능 장애도 약 15% 정도 개선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또한 저희 연구팀이 밝혀낸 루테올린의 역할을 보면 지방조직으로 하여금 혈액에 있는 포도당 및 지방산을 많이 받아들이도록 유도해 인슐린 저항성을 호전시켜 혈당감소작용을 가져오게 합니다. 이와 동시에 지방의 연소를 활성화시킴으로써 지방조직을 양적으로 감소시키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루테올린의 또 다른 역할은 간 조직에서 지방합성이 줄어들도록 해서 간의 지방축적을 막는다는 것입니다. 즉, 지방간 형성을 억제시킨다는 것이죠.”

최명숙 교수가 이번 연구를 진행한 것은 생화학대사 분야에 대한 그의 관심의 연장선이었던 셈이다. 최명숙 교수는 임상영양 생화학대사 분야에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생체대사는 화학이 기본바탕이 돼야 한다”며 “고등학교 때 화학과목이 재미있어서 화학과에 진학했고 화학이 생체대사에 연결된다는 사실에 흥미를 가지게 되면서 스스로 동기유발이 된 것 같다”며 운을 뗐다.

“고대 의학자인 히포크라테스가 말한 식약동원 내지 약식동원이 저의 식품영양학 연구철학이기도 합니다. 식품에 포함된 중요한 성분들 중 피토케미칼로 불리우는 화합물들이 우리 신체의 질병예방과 치료에 중요한 역할을 해요. 때문에 이 분야에서 비만과 당뇨병, 지방간 그리고 나아가서는 동맥경화예방에 미치는 영양생리기능을 연구해오고 있습니다.”

연구과정 중 가장 어려운 점을 묻자 최명숙 교수는 ‘여성과학인에 대한 불평등’을 이야기 했다. “미국 유학생활 동안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미국 의과대학 두 군데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면서 질병발생과 영양대사에 대해 더욱 많은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이후 국내에서 더욱 많은 연구를 하고 싶어 왔는데, 우리나라 여성의 과학기술 분야 참여도가 아직도 매우 낮다고 생각했어요. 뿐만 아니라 과학기술분야에서도 여성과학자가 본인의 연구성과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경우가 가끔 있는데, 그 이유는 바로 양성평등이 아직도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고 여겨집니다.”

‘연구실의 대학생원들과 지도 교수간 팀워크’가 연구를 성공으로 이끈 가장 큰 핵심원인이었다고 이야기한 그는 연구에 있어서도 서로를 신뢰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저는 학생들에게 학문을 즐기려면 무엇이든 적극적으로 씩씩하게 시도하라는 조언을 합니다. 그러다 보면 자신이 수행하는 연구에도 자신감이 생기고 연구생활 자체에 감사하는 자세가 됩니다. 아울러, 지식인들과의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열린 마음으로 서로 힘이 되어주고 배려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전공의 특성상 저희 연구소 대학원생들과 연구원은 대부분이 여성입니다. 그러다 보니 사제 간의 관계를 넘어서 가족처럼 느껴질 때가 많아요. 이런 분위기가 서로를 지지해주는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최명숙 교수팀의 연구결과는 큰 영향력을 끼칠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무엇보다 현재 루테올린은 특이한 독성 및 부작용이 발견되지 않아 향후 새로운 형태의 당뇨예방 및 체중조절 건강기능 식품으로 개발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기대를 받는다. 최명숙 교수는 “루테올린이 많이 함유된 땅콩껍질은 비가식부로서 이를 이용한 루테올린 추출기술이 확보된다면 저비용으로 건강기능 식품 개발이 가능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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