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으로 다가온 구름, ‘안개’

증발과 냉각에 따라 결정되는 안개의 종류

소리없이 다가오며 물지 않는 개는? 이 수수께끼의 정답은 ‘안개’이다. 안개가 자욱한 이른 아침의 풍경은 미디어에 자주 등장하는 장면이다. 안개에 가려서 먼 곳은 흐릿하거나 제대로 보이지 않아 왠지 모를 차분한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맑은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은 푸른 하늘과 어울려 맑은 날씨의 상징처럼 이야기하기도 한다. 안개와 구름은 다른 존재 같다. 하지만 이들이 같은 현상이라고 한다면?

결론부터 말하자면 안개와 구름은 같다. 안개(fog)란 매우 작은 물방울이 대기 중에 떠다니고 있는 현상으로 가시거리가 1km 미만인 경우로 정의한다. 구름 또한 대기 중의 작은 물방울이나 얼음 알갱이가 떠다니고 있는 현상이다.

구름과 안개로 구분되는 차이는 ‘어디에 위치해 있는가’로 결정된다. 하늘에 떠 있으면 구름이 되며 지면에 접해 있다면 안개가 되는 것이다.

미세입자인 연무와 엷은 안개인 박무

안개의 정의에서 가시거리를 이야기하는 이유는 연무(haze)와 박무(mist) 때문이다. 안개와 연무, 그리고 박무. 세 현상 모두 뿌옇게 보여서 가시거리를 짧게 만드는 점은 같지만 모두 다른 현상이다. 가시거리가 1km 미만인 안개와는 달리 연무와 박무는 가시거리가 1km 이상이다. 안개가 끼었을 때보다 연무와 박무일 때 먼 거리의 물체가 더 잘 보인다는 뜻이다.

박무는 무수히 많은 미세한 물방울이나 습한 흡습성 알갱이가 대기 중에 떠 있어서 가시거리가 짧아지는 현상이다. ‘엷은 안개’라는 뜻을 가진 이름처럼 작은 물방울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라는 점에서 안개와 비슷하다.

반면 연무는 습도가 비교적 낮을 때 대기 중에 미세 입자가 떠 있어서 공기의 색이 우윳빛으로 뿌옇게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안개나 박무와는 달리 연무는 습도보다는 대기 중의 미세 입자에 따라 나타나는 현상이다. 박무는 연무보다는 습도가 높고 회색빛을 띤다.

안개의 발생 조건

안개의 농도와 두께는 어떻게 결정될까? 안개가 생기기 위해서는 습도와 기온, 응결핵의 종류와 양, 바람이라는 조건이 중요하다. 우선 습도가 높을수록 안개가 생기기가 쉽다. 습도가 높다는 것은 공기 중의 수증기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응결핵은 대기 중의 수증기가 뭉칠 수 있는 구심점이 돼준다. 습기를 흡수하는 흡습성의 응결핵이 많으면 공기가 습도 100%의 포화상태가 되지 않았더라도 안개가 생길 수 있다. 바람이 세게 부는 날보다는 바람이 약한 날에 안개가 생기기 쉽다.

기온도 중요한 변수이다. 기온이 이슬점온도 이하로 떨어지게 되면 수증기량에 변화가 없더라도 포화 상태에 도달해 안개가 생길 수 있다. 여기에서 이슬점온도란 공기 중의 수증기가 응결해 이슬을 맺기 시작하는 온도를 가리킨다. 수증기 포화 상태에 이르는 습도, 응결핵의 역할을 하는 흡습성의 미세 입자, 이슬점 이하의 기온, 약한 바람의 조건을 만족할 수록 안개의 농도는 짙어지고 두께는 두꺼워진다.

이슬점 이하로 냉각되며 생성되는 냉각안개

안개의 생성 원인에 따라 크게 냉각안개와 증발안개로 나눌 수 있다. 냉각안개는 지면에 접한 공기의 온도가 이슬점 이하로 떨어지면서 발생하는 안개로 복사안개, 이류안개, 활승안개가 있다. 복사안개는 지표면의 복사냉각 때문에 지표면의 공기가 냉각돼 생기는데, 지표면의 복사냉각이 심하게 나타나는 가을이나 겨울에 주로 생긴다. 복사안개를 가리켜 땅안개라고도 한다.

따뜻하고 습기가 많은 공기가 찬 지표면 위를 이동할 때 생기는 이류안개의 대표적인 예는 바로 해무이다. 해무는 바다에서 발생하는 안개로 복사안개보다 두께가 두꺼우며 발생하는 범위도 넓다. 한 번 발생하면 수일에서 한 달까지도 유지될 만큼 지속성도 높다. 활승안개는 습윤한 공기가 완만한 산의 경사면을 따라 불어 올라갈 때 공기가 단열팽창 냉각돼 생기는 안개이다. 발생 특징 상 산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안개가 활승안개이다.

수증기가 증발해 발생하는 증발안개

증발안개는 따뜻한 수면에서 찬 공기로 수증기가 증발할 때 발생하는 안개이다. 이때 수면에서 증발이 일어나려면 수온이 기온보다 더 높아야 한다. 증발안개의 종류로는 증기안개와 전선안개가 있다. 증기안개는 찬 공기가 따뜻한 수면 위로 이류할 때 생기는 안개이다.

찬 공기가 따뜻한 수면 위로 이동하게 되면 수면으로부터 증발된 수증기를 공급받는 동시에 이류된 찬 공기의 하층이 급격히 가열되면서 대기가 불안정해진다. 대기가 불안정해지면 대기의 움직임이 활발해지므로 안개를 없애려는 작용이 일어나게 된다. 그래서 증기안개가 발생할 때에는 기온과 수온의 차가 큰 폭으로 나야 하고, 수면 위에 높지 않은 고도에 역전층이 있어야 한다. 요즘과 같은 늦가을에 호수나 강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안개이다.


전선안개는 전선에 동반하여 생기는 안개를 말한다. 온난전선이나 한랭전선 부근에서는 따뜻한 공기와 찬 공기가 만나게 된다. 이때 따뜻하고 습윤한 공기가 전선면을 따라 상승하는데 이 공기가 온난전선 내의 찬 공기와 만나면 냉각되고 포화돼 응결이 일어나서 비가 온다.

이 빗방울이 하강하면서 안개를 생성하게 된다. 전선을 따라 두 개의 공기덩이가 혼합해서 생기는 안개나 온난전선이 통과하기 전에 빗방울에서 증발된 수증기가 찬 공기 내에서 생기는 안개, 전선 통과 후에 비로 습해진 지표 위에 생기는 안개 등이다.

안개는 다른 기상현상과 달리 조용히 발생하므로 일면 평범해 보인다. 그러나 가시거리를 악화시키기 때문에 자동차, 열차, 비행기 등의 운행이나 해상에서 선박의 항해에 큰 영향을 미치며 때로는 위험을 줄 수도 있기에 방심할 수 없는 기상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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