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딸 바보 아빠의 별자리 ‘케페우스자리’

[이태형의 재미있는 별자리 여행] 11월 첫째 주 별자리

이번 주는 달빛이 없는 저녁 하늘에서 별을 관측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시기이다. 서쪽 하늘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목성과 토성은 10시가 되기 전에 지평선 너머로 지지만, 남쪽 하늘의 화성은 새벽까지도 홀로 남아 가장 밝고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 별자리 여행의 주인공은 잘 키운 딸 덕분에 밤하늘의 별자리가 된 에티오피아의 왕 케페우스의 별자리이다. 안드로메다 공주의 아빠이자 허영심 많은 카시오페이아의 남편인 케페우스자리를 찾아 북쪽 하늘로 별자리 여행을 떠나보기로 하자.

수성이 태양에서 가장 멀어지는 날

밤이 길어진 만큼 새벽하늘에서 별을 볼 수 있는 기회도 많아졌다. 해 뜨는 시간이 7시가 넘기 때문에 조금만 일찍 일어나면 새벽하늘에 빛나는 밝은 별들을 볼 수 있다. 새벽하늘에 가장 밝게 빛나는 별은 4시 30분쯤 떠오르는 금성이다. 금성이 뜨고 1시간 정도가 지나면 태양계의 제일 안쪽 행성인 수성이 뜬다.

특히 11월 11일에는 수성이 태양에서 서쪽으로 가장 멀리 떨어지는 서방최대이각이다. 서방최대이각이란 지구에서 볼 때 내행성이 서쪽으로 태양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보이는 날이다. 즉 수성이 해에서 가장 멀어져 있기 때문에 볼 수 있는 시간이 그만큼 긴 날이기도 하다.

서방최대이각. Ⓒ 천문우주기획

태양계에서 맨눈으로 볼 수 있는 오행성 중 가장 보기 힘든 것이 바로 수성이다. 수성은 크기도 작지만 태양에 너무 가까이 있기 때문에 태양에서 가장 멀어질 때를 빼고는 제대로 확인하기가 어렵다. 새벽이나 저녁 여명 속에 빛나는 수성은 밤하늘에 익숙한 전문가가 아니면 알아보기 힘들다. 그런 이유로 수성을 보면 운이 좋아 수명이 늘어난다는 속설도 생겨났고, 수성을 장수별을 뜻하는 수성(壽星)으로 부르기도 했다.

서방최대이각일 때 수성이 태양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보인다. Ⓒ 천문우주기획

이번 주는 수성을 찾기 가장 좋은 때이다. 수성을 찾을 수 있는 확실한 길잡이가 둘씩이나 있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길잡이별은 바로 동쪽 하늘에 보이는 금성이다. 금성의 밝기는 -4등급으로 1등성보다도 100배나 밝기 때문에 누구라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수성은 금성보다 1시간 정도 후에 뜨기 때문에 금성의 아래쪽에서 수성을 찾아야 한다. 수성을 찾는 또 다른 길잡이 별은 처녀자리의 1등성 스피카이다. 1등성이지만 새벽 지평선에 가깝기 때문에 아주 밝게 보이지는 않는다. 현재 수성의 밝기는 -0.5등급 정도로 스피카보다는 몇 배 밝다. 다만 수성의 고도가 높지 않기 때문에 동쪽 지평선이 트인 곳을 찾아야 한다.

11월 11일 새벽하늘의 금성과 수성, 그 사이에 보이는 별은 처녀자리의 1등성 스피카이다. Ⓒ 스텔라리움

그믐달이 금성과 만나는 날

밤하늘에서 가장 밝은 천체가 바로 달이다. 그리고 가장 밝게 빛나는 별은 바로 금성이다. 달과 금성의 만남은 언제나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번 주 금요일 새벽 6시경 동쪽 하늘에서 그믐달과 금성이 만난다. 이날 금성은 1등성보다 100배쯤 밝고, 그믐달은 금성보다 40배쯤 밝다.

달이 빛나는 이유는 해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달이 볼록하게 보이는 쪽에 해가 있다. 새벽에 보이는 달은 해보다 먼저 뜨기 때문에 해가 뜨는 쪽인 동쪽(왼쪽)으로 둥글게 기울어져 있다.

이번 금요일에 보이는 달은 그믐달로 4시 20분경 떠오르고 이어서 금성이 뜬다. 11월 11일에 태양에서 가장 멀어졌던 수성의 고도는 조금 낮아졌지만, 처녀자리의 1등성 스피카와 함께 달과 금성 뒤를 따르고 있다.

앞으로 금성의 고도는 점점 더 낮아지기 때문에 이번 달과 다음 달 (12.13)이 지나면 당분간은 새벽하늘에서 달과 금성을 같이 보긴 힘들어진다.

11월 13일 새벽 6시경 동쪽 하늘. Ⓒ 스텔라리움, 천문우주기획

열 아들 부럽지 않은 딸 바보 아빠의 별자리 케페우스자리

요즘 한밤중 북쪽 하늘에서 가장 찾기 쉬운 별자리가 바로 W자 모양의 카시오페이아자리이다. 카시오페이아자리의 왼쪽을 자세히 보면 오각형 모양의 비교적 뚜렷한 별자리를 찾을 수 있다. 밑면에 작은 삼각형 하나를 달고 있는 이 오각형은 마치 어린 시절 시골에서 보았던 교회당과 삽살개를 연상시킨다. 북극성을 향해 높이 솟아 있는 교회당 앞에서 작은 삽살개 한 마리가 졸고 있는 모습이 바로 이 별자리이다. 이 별자리의 주인공은 에티오피아의 왕이었던 케페우스이다.

케페우스는 에티오피아의 왕으로 무남독녀 외동딸인 안드로메다 공주를 누구보다 사랑한 딸 바보 아빠였다. 하지만 허영심 많은 부인 카시오페이아로 인해 백성들이 괴물 고래의 습격을 받게 되자,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딸을 괴물 고래에게 재물로 바칠 수밖에 없었던 불행한 아빠였다. 그러나 영웅 페르세우스의 등장으로 모든 불행이 끝나고 온 가족이 하늘의 별자리가 되는 영광을 누리게 된다. ‘잘 키운 딸 하나가 열 아들 안 부럽다’는 말이 그리스 신화 속에서도 증명된 것이다.

11월 9일 북쪽 하늘. Ⓒ 스텔라리움, 천문우주기획

신화 속의 그림에는 북극성에 발을 올려놓고 있는 자상한 왕의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오각형 모양을 하고 있으며 으뜸별인 알데라민(Alderamin, 오른쪽 팔)을 제외하고는 모두 3등성 이하의 별로 이루어져 있는 보통의 별자리이다.

밤하늘에는 오각형 모양의 별자리들이 몇 개가 더 있다. 봄철의 목동자리, 겨울철의 마차부자리가 그것이다. 목동자리는 아르카디아의 왕이 된 아르카스, 마차부자리는 아테네의 네 번째 왕인 에릭토니우스의 별자리이다. 오각형으로 이루어진 별자리들을 모두 신화 속의 왕들이 차지하고 있는 것은 우연일 것 같지는 않다. 사실 오각형 모양을 보고 사람을 상상한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오각형은 서양에서는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서양 사람들이 생각하는 가장 완벽하고 균형 잡힌 모양이 바로 오각형이다. 따라서 이 오각형으로 이루어진 건물이나 문양에는 귀신들도 나타나지 못한다고 한다. 별을 상징하는 ☆ 모양도 전체적으로는 오각형의 모양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이것은 우주의 균형을 뜻하기도 한다.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케페우스자리와 카시오페이아자리. Ⓒ 이태형

그리스 신화에 의하면 케페우스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손자이다. 케페우스 이야기는 제우스의 사랑을 받은 대가로 헤라 여신의 미움을 받아 황소로 변한 이오의 슬픈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헤라를 피해 이집트로 도망간 이오가 낳은 제우스의 아들이 이집트의 왕 에파포스이고, 에파포스가 나일강의 신인 네일로스의 딸 멤피스와 결혼하여 낳은 리비에가 바로 케페우스의 할머니이다.  훗날 리비에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과 사랑을 나누게 되고, 그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 케페우스의 아버지인 벨로스이다.  벨로스의 아들들이 후에 아르고스, 이집트, 에티오피아 등 많은 왕조의 시조가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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