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따구리 뇌와 부리의 비밀을 밝히다

두개골 구조·뼈 조성 덕분에 뇌진탕 일으키지 않아

딱따구리가 나무에 찰싹 달라붙어서 부리로 나무 둥지를 세차게 때려 구멍을 뚫는 장면은 신기하기 이를 데 없다. 딱따구리는 초 당 20번이나 되는 빠른 속도로 나무 둥지를 두드린다.

미식축구 선수들이 스크럼을 짜고 상대편 선수와 머리를 부딪힐 때 가해지는 충격이 80g로 알려져 있지만, 딱따구리가 나무를 부리로 때릴 때 충격은 1200g로 추정된다.

이렇게 큰 충격을 받으면 두통, 턱통, 목 손상, 뇌진탕, 근육 손상 등 치명적인 부상을 당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딱따구리는 부리가 부러지지도 않고, 머리뼈가 손상되지도 뇌진탕도 걸리지 않는다.

나무를 쪼아댈 준비를 하는 딱따구리 ⓒ 픽사베이

과학자들이 딱따구리의 비밀을 밝혔다. 자연에서 발견되는 뼈, 피부, 깃털, 조개 같은 생물학적 물질을 연구하는 재료과학자들은 딱따구리의 두개골과 혀, 뼈 구조에 관심을 가졌다. 왜냐하면 딱따구리의 특이한 해부학적 구조가 인간을 더 효과적을 보호하는 헬멧이나 머리장식을 개발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샌디에이고 캠퍼스의 조안나 맥키트릭(Joanna McKittrick) 교수와 캘리포니아 대학 샌프란시스크 캠퍼스의 정형외과 박사후 과정인 정재영 박사는 이 같은 내용을 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 신문에 기고했다. 맥키트릭 교수는 이 원고를 쓴 후 지난해 11월 15일 사망했다.

딱따구리는 강한 꼬리 깃털과 발톱을 가지고 있어 나무줄기를 향해 초당 7m 속도로 부리를 움직일 때 안정적으로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 이렇게 엄청난 충격을 받는데도 불구하고 딱따구리는 뇌진탕이나 뇌손상을 겪지 않는다.

1200g의 충격받아도 끄떡없어

뇌진탕은 머리에 반복되는 타격으로 인한 외상성 뇌손상의 일종이다. 뇌진탕은 축구나 하키 같은 스포츠에서도 자주 일어난다.

반복되는 외상성 뇌 손상은 결국 진행성 뇌 장애, 만성 외상성 뇌종양(CTE)을 유발하게 되는데, 이는 되돌릴 수 없을뿐더러 기억력 상실, 우울증, 충동성, 공격성, 자살 행동과 같은 증상을 일으킨다.

미국의 내셔널 풋볼 리그(NFL)는 미식축구 선수들이 뇌에 받는 충격은 80g이나 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딱따구리는 뇌에 해를 받지 않고도 1200g의 반복적인 충격을 이겨낼 수 있을까?

과학자들은 망치질을 하는 동안 높은 충격을 견딜 수 있는 딱따구리의 핵심 비결을 발견했다. 이들은 뼈의 미세구조와 머리의 생체역학적 구조를 분석했다.

딱따구리와 닭의 두개골을 비교하면, 딱따구리는 다른 새들에게는 없는 충격 흡수 적응력을 가지고 있다. 딱따구리의 두개골, 목 근육, 부리와 혀뼈는 모두 다 특이한 특징을 가졌다.

딱따구리가 나무줄기에 파 놓은 구멍 ⓒ 위키피디아

딱따구리의 두개골은 화학적 구성과 밀도가 다르다. 다른 조류에 비해 단단하고 강한 뼈를 만들기 위해 딱따구리는 미네랄을 더 많이 축적했다.

예상과는 달리 딱따구리의 두개골은 매우 얇고, 뇌와 두개골을 분리하는 액체가 다른 새나 동물들보다 적다. 그것은 딱따구리 두개골이 더 단단하면서도 동시에 더 잘 견디도록 도와준다.

실제로 재료 과학에서는 경도와 인장강도 사이에 일반적인 절충(trdae-off)이 있다. 머리가 경도와 인장강도가 좋은 물질로 구성됐기 때문에 뇌로 전달되는 충격을 줄여준다고 이들은 주장했다.

뇌 둘러싼 액체량 적어 덜 흔들려

두 번째 다른 점은 딱따구리가 다른 큰 동물들보다 뇌를 둘러싼 내부 액체가 적다는 것이다. 이것은 부리가 강한 충격을 받는 동안 뇌의 움직임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액체의 양이 적은 것은 날달걀의 노른자에 비해 충분히 익은 달걀의 노른자가 덜 흔들리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

딱따구리는 호주를 제외한 전 세계에서 발견된다. 딱따구리는 부리로 나무줄기에 구멍을 만들고, 그 구멍에서 곤충과 수액을 꺼내 먹는다. 딱따구리는 나무에서 곤충을 쉽게 잡아 꺼내는 것을 돕도록 혀에 뼈가 박혀 있다.

딱따구리는 구멍을 뚫고 먹이를 잡아 새끼에게 먹인다. ⓒ위키피디아

이 특이한 혀는 두개골 뒤쪽을 감싸고 눈 사이 앞쪽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 같은 구조는 마치 혀가 용수철 같은 역할을 해서 물리적 힘과 진동을 줄여준다.

보통 골격뼈가 단단하면서도 인장강도가 좋은 것은 뼈의 내부는 구멍이 많은 다공성이며, 뼈의 외부는 단단하기 때문이다. 마치 단단한 칼집에 유연한 칼을 넣어 둔 것 같다.

그러나 딱따구리의 혀뼈는 뼈 외부는 유연하고 뼈 내부가 더 단단한 정반대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 구성이 유연성을 높여주면서 더 높은 충격과 진동을 흡수할 수 있다.

재료과학자들은 딱따구리의 특이한 두개골과 혀뼈가 딱따구리의 뇌를 강한 충격에서 보호하는 구조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 같은 특징이 인간의 뇌 손상을 보호하고 치료하는 방법을 밝혀주는 보호 메커니즘을 찾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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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댓글 (1)

  • 박병일 2020년 3월 16일3:02 오후

    얼마 전, 딱따구리가 유리창에 부딪혀 죽게 되었는데요,
    강한 뼈는 내부를 보호할 수 있겠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한가 봅니다.

    특이한 두개골과 혀뼈가 딱따구리의 뇌를 강한 충격에서 보호하는 구조
    + 나무를 쪼을 때, 다른 무슨 기관이을 함께 동작시키지 않을까 싶네요..
    (실린더에 유압을 채우듯,, 사람이 힘을 줄 때, 숨을 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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