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섭게 춥고 건조한 화성 풍경과 꼭 닮은 남극 대륙 동부의 드라이 밸리가 1천400만년 전에는 지금보다 훨씬 따뜻한 툰드라 비슷한 환경이었음을 보여주는 화석이 발견됐다고 BBC 뉴스와 라이브사이언스 닷컴이 보도했다.
미국 노스다코타 주립대와 보스턴대 연구진은 드라이 밸리에서 채취한 토양에서 1천400만년 전에 살았던 갑각류의 일종인 아주 작은 패충류(貝蟲類: 몸의 양쪽에 하나씩 두 장의 껍데기가 있는 수중동물)의 화석을 발견했으며 이 동물이 비교적 온난한 기후에 호수에서 살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영국 생물학회지 프로시딩스 B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이 화석이 패충류의 해부학적 특성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매우 희귀한 것으로 지금처럼 혹독하고 메마른 기후에서는 살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과거 이 지역은 호수였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들은 이 화석의 연대 추정 결과 1천400만년 전으로 밝혀졌으며 많은 패충류를 담고 있던 호수가 존재했던 25만년 동안 주변의 빙하들이 녹기를 멈추고 바닥이 차가와지면서 증발해 1천380만년 전에는 완전히 건조하고 차가운 곳으로 변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남극 대륙 내부의 융기지대에 위치한 드라이 밸리는 지난 200만년 동안 비가 한 번도 오지 않았고 눈이 오면 바로 바람에 쓸려가 얼어붙은 흙바닥이 그대로 노출돼 있어 남극 사막으로 불리기도 하는 곳이다.
연구진은 패충류가 살았던 시절의 이 지역 환경은 현재 남미 파타고니아 지방에서 볼 수 있는 툰드라 생태계가 마지막으로 존재했던 곳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현재 남극대륙을 구성하는 육지가 수백만년 전에는 적도에 가까운 다른 대륙의 일부였을 것이라는 가설도 있지만 발견된 패충류의 서식환경을 제공했던 온난 기후는 남극대륙이 현 위치에 있을 때 존재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들은 당시 남극대륙의 기온은 지금보다 17℃ 정도 높았지만 3천400만년 전 대륙 크기의 빙상이 남극대륙 위에 형성되기 시작해 점점 확대되다가 1천400만년 전 께 갑작스러운 냉각현상이 일어나면서 툰드라가 오늘날처럼 바뀐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서울=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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