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시각을 통하여 물체의 형상과 색채를 인식하는 것은 눈의 망막에 닿는 가시광선을 통해서이지만, 뇌의 작용에 의해서 비로소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다. 사서삼경 중의 하나인 대학(大學)의 정심장(正心章)편에는 “마음이 없으면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고 먹어도 그 맛을 알지 못 한다(心不在焉 視而不見 聽而不聞 食而不如其味)”라는 구절이 나온다. 마음을 바르게 수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함을 강조하는 옛 성현의 가르침이겠지만, 오늘날 뇌과학과 인지과학의 측면에서 보아도 대단히 정확한 표현이 아닐 수 없다.
몇 년 전 영국의 시골 여가수가 올린 드레스의 사진 한 장을 놓고, 그것이 무슨 색인지 의견이 갈리면서 세계적으로 떠들썩하게 논쟁이 된 적이 있다. 즉 스코틀랜드 전통음악 밴드의 싱어로 활동하던 케이틀린 맥닐(Caitlin McNeil)이라는 젊은 여성이 레이스가 달린 평범한 드레스 한 벌의 이미지를 자신의 SNS에 올렸는데, 어떤 사람은 ‘파란색 바탕에 검은색 레이스’의 드레스로, 어떤 사람은 ‘흰색 바탕에 금색 레이스’로 다르게 인식했던 것이다.
이 드레스 색깔 논쟁에는 전 세계적으로 수천만 명의 네티즌이 참여하여 격렬한 다툼과 혼란을 야기하였고, 나중에는 패션 관계자, 사진 및 광학전문가, 인지과학자 등까지 가세하면서 왜 사람에 따라 달리 보이는지에 대해 설명을 하기도 하였다. 문제가 된 드레스가 원래는 파란 바탕에 검은색 레이스가 맞는 색상이었는데, 훨씬 많은 사람이 흰색 바탕에 금색 레이스라고 인식하였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시각 심리학자가 스코틀랜드 여가수의 것과 동일한 드레스 실물을 착용하게 하여 실험을 해 본 결과, 역시 똑같은 드레스를 사람에 따라 파랑-검정 또는 흰색-금색으로 각각 다르게 보았다고 한다. 또한 같은 사람일지라도 드레스를 비추는 조명을 달리해본 결과, 동일한 드레스를 다른 색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동일한 드레스를 사람에 따라 또는 조명에 따라 다르게 보는 것은 이른바 색채 항상성(Color constancy)과 깊은 관련이 있다. 물체의 색이란 햇빛이나 조명의 특정 파장을 반사해서, 더 정확하게는 보색의 파장 대역을 흡수해서 나타나는 것이지만, 햇빛과 조명은 늘 동일하지 않고 시간과 조건에 따라 변한다. 예를 들어 한낮과 아침 또는 저녁에 비치는 햇빛이 같을 수가 없고, 구름이 끼면 역시 조금 변화하게 되는데, 우리의 뇌는 이처럼 시시각각 변하는 빛에 대해 보정을 하기 위하여 색채 항상성이라는 방법을 동원하게 된다.
예를 들어 빨간색의 사과라 하더라도 거기서 반사되는 빛의 파장 대역은 약간씩 달라지겠지만, 인간의 눈은 사과가 양지에 있든 실내에 있든, 정오에 보든 일몰에 보든 동일하게 사과가 빨갛다고 인식하는 것이다. 만약 색채 항상성이 없다면 햇빛 아래에서 보는 사과는 실내에서보다 약간 푸른 빛을 띠어야 할 것이고, 일몰 때에 보는 사과는 주황색에 가깝게 보여야 할 것이다.
왼쪽에서 두번째 카드는 사실은 동일하지만 위와 아래의 사진에서 약간 달리보인다 ⓒ 위키미디어
그런데 인간의 색채 항상성이란 완벽할 수가 없고, 특히 조명이 어떤 색인지 정확히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드레스 색깔 논쟁과 같은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즉 자신도 모르게 조명에 파란색이 포함되어 있을 거라고 가정하고 본 사람들은 드레스를 흰색과 금색으로 인식하였고, 조명이 자연광 또는 노란색에 가까우리라 생각한 사람들은 드레스를 파랑과 검정으로 인식하였던 것이다.
드레스 색깔 논쟁은 보이는 색상을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사람의 눈이라기보다는 ‘뇌’임을 극적으로 보여준 셈인데, 한 걸음 더 나아가서 기억색(Memorial color)에 의해 뇌가 실수를 저지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 기억색이란 과거의 기억 등을 통하여 사람의 머릿속에 고정관념으로 인식된 색깔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사과의 기억색은 빨간색, 바나나는 노란색, 수풀과 잔디는 녹색이라고 인식하는 것 등이다.
신경과학자가 기억색에 관해 실험을 한 적이 있는데, 빨간색의 조명 아래서 피실험자들에게 흰색의 카드와 함께 바나나 모양의 물체를 보여준 후에 무슨 색이냐고 물었다. 피실험자들은 바나나 모양의 물체가 노란색이라고 대답하였으나, 일반 조명을 켜자 바나나 모양의 물체는 카드의 색과 마찬가지로 흰색임이 드러났고 피실험자들은 어이가 없어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기억색으로 인하여 빨간 조명 아래서 흰색의 바나나모형이 노란색으로 보이기도 한다 ⓒ Evan-Amos
바나나는 노란색이라는 기억색에 의하여 대부분의 피실험자가 착각을 일으킨 것인데, 제공되는 시각 관련 정보가 적을수록 사람들은 기억색에 더욱 의존하게 된다고 한다. 즉 극단적인 빨간색의 조명 아래에서는 백색광의 일반 조명보다 뇌가 받아들일 수 있는 정보가 훨씬 적어지기 때문에 잘못된 판단을 하게 되는 것이다.
색상의 인식에는 뇌의 작용이 결정적임을 입증하는 예는 기억색 이외에도 매우 많아서, 예를 들어 인종과 민족에 따른 언어와 문화의 차이 등도 색 지각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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