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도 낙관파와 비관파 있다

영국 과학자들의 ‘돼지 성격 실험’

사람에게 인격(人格)이 있듯이 동물에게도 격(格)이 있을까?

아직은 모르는 부분이 적지 않지만, 최소한 돼지에겐 돈격(豚格)의 요소가 조금은 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사람의 성격을 이야기할 때 낙관적이다, 비관적이다로 구분할 수 있듯이 돼지도 비관적인 돼지, 낙관적인 돼지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비관적인 사람은 어두운 면과 부정적인 면을 먼저 보고, 컵에 물이 절반 있으면 반밖에 없다고 말한다. 낙관적인 사람은 좋은 면을 먼저 보고, 컵에 물이 절반 있으면 반이나 남았다고 한다.

푹신한 우리에서 행복한 돼지. ⓒ pixabay

푹신한 우리에서 행복한 돼지. ⓒ pixabay

낙관적 돼지는 환경의 영향을 덜 받아

비슷한 성격이 돼지에서도 나타났다. 영국 린컨 대학 생명공학부의 리사 콜린스(Lisa Collins)박사와 영국 뉴캐슬 대학 뇌과학연구소의 루시 애셔(Lucy Asher) 연구팀은 최근 과학저널 ‘바이올로지 레터스’(Biology Letters)에 발표한 논문에서 돼지도 낙관적인 돼지와 비관적인 돼지가 있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논문에서 “적극적인(proactive) 돼지는 일반적으로 낙관적이었고, 이에 비해서 반응적인(reactive) 돼지는 맛있는 먹이를 주거나 푹신한 짚으로 된 우리를 만들어줄 때에만 낙관적이었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4주 만에 젖을 뗀 36마리의 돼지를 연구대상으로 삼았다. 이중 24마리는 수컷이고 12마리가 암컷이었다. 한 무리는 보통 돼지농장의 사육장에서 키웠고, 다른 한 무리는 공간도 넓게 만들어주고 솜털같이 푹신한 짚을 넣어줬다.

이런 다음 18마리의 돼지를 꺼내서 한 마리씩 작은 실험실에 몰아넣었다. 실험실 한 구석의 접시에는 달콤한 M&M 초콜릿을 놓아두고, 반대편 구석에는 쓴 맛이 나는 커피 원두를 접시에 담아놓았다. 그리고 돼지들을 상대로 사회적 격리(SI)실험과 신규목적시험(NO)을 실시했다.

돼지들은 어느 곳에 달콤한 것이 있고 어느 구석에 쓴 것이 있는지 알아냈다. 그러나 과학자들이 달콤한 접시와 쓴 접시 사이에 3개의 접시를 추가로 놓고 돼지의 반응을 살폈다. 그랬더니 낙관적인 돼지와 비관적인 돼지의  반응이 달랐다. 연구팀은 돼지 실험실 위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돼지가 서 있고, 탐구하고, 움직이고 선을 넘는 모든 과정을 기록했다.

적극적인 돼지는 주변환경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고 행동했다. 비관적인 돼지는 분위기와 환경에 더 큰 영향을 받았다. 새로운 환경에 집어 넣었을 때 낙관적인 돼지는 좀 더 과감하게 행동했고, 비관적인 돼지는 좀 더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연구팀은 실험실 양쪽 구석에는 달콤한 것(p)과 쓴 것(n)을 놓고, 가운데에 임의로 쓰거나 단 접시를 놓아 돼지의 반응을 조사했다.  ⓒ Biology Letters

연구팀은 실험실 양쪽 구석에는 달콤한 것(p)과 쓴 것(n)을 놓고, 가운데에 임의로 쓰거나 단 접시를 놓아 돼지의 반응을 조사했다. ⓒ Biology Letters

 

비관적인 돼지 중에서도 좋은 환경에 있던 돼지들은 가운데 접시에 무엇이 있는지 궁금해하면서 다가갔다. 그러나 비관적인 돼지 중 나쁜 환경에 있던 돼지들은 가운데 접시에 있는 것에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꾸물거렸다.

이에 비해서 좋은 환경에 있든 나쁜 환경에 있든, 낙관적인 돼지들은 새로운 접시에 무엇이  있는지 즐거운 태도로 다가가서 확인하는 태도를 보였다.

연구팀은 이에 따라 돼지도 낙관적인지, 비관적인지에 따라 행동방식이 다르며, 특히 비관적인 돼지는 주변 환경의 영향을 더 받는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는 사람과도 어느 정도 비슷한 모습이다.

인간의 윤리적인 양심을 위해서도 동물권의 존중은 필요

그렇다고 돼지의 성질까지 과학자들이 연구를 해야 하는가?

최근  ‘동물복지’와 ‘인간의 윤리’를 위해서 동물의 권리도 이해하고 보호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이 퍼지고 있다. 동물도 살아있는 생명체이므로, 동물답게 살아갈 ‘동물권’이 있다고 하는 것이 요즘의 추세이다. 동물학대가 요즘 얼마나 지탄을 받는지를 생각하면 이해가 되는 내용이다.

인간의 윤리적인 양심을 위해서도 동물권의 존중은 필요하다. 생명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많은 과학자들은 비록 인간의 질병을 고치기 위한 의료실험이라고 해도 최소한의 윤리를 준수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히고 있다.

암이나 심각한 질병에 대한 치료약을 개발하기 위해 동물을 상대로 잔인한 실험을 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용인된다. 그러나 동물을 학대하지 않아도 결과를 알 수 있는 간단한 실험에도 동물을 사용하는 것은 그 동물이 비록 실험용으로 길러진 것이라고 해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육식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인간이 정상적으로 살아가는데 필요한 단백질을 취하기 위해, 혹은 사람이 죽을 만큼 굶주렸을 때 생존을 위해 동물을 잡아먹는 것은 윤리적인 도살이지만, 필요 이상 마구잡이로 도축하는 것은 생명의 존엄성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라고 할 수 있다.

낙관적인 돼지와 비관적인 돼지에 대한 실험결과는 과학전문잡지는 물론, 영국 미국 호주 등의 여러 일간지에서도 다룰 만큼 큰 관심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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