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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이강봉 편집위원
2010-02-18

동계올림픽의 꽃... 컬링 경기 컬링 선수들에게 ‘과학 마인드’는 필수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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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개의 큰 돌(스톤)이 얼음 위에 놓여 있다. 각 스톤의 무게는 약 18.6kg에 달한다. 이 스톤을 선수들이 얼음판 한쪽에 표시된 표적(하우스)을 향해 밀어낸다. 그리고 그 앞에서 스톤이 정확한 위치를 향해 제대로 미끄러져 나가도록 브러시를 흔들어대는 모습은 보는 사람들의 웃음을 자아낸다.

그런데 이 컬링이 1996년 동계올림픽 이후 놀라울 정도의 전 세계 관중을 TV 앞으로 끌어 모으고 있다. 다른 경기들과는 달리 재미있기 때문이다. ‘얼음 위의 체스’라고 불릴 정도로 이미 세계적인 스포츠가 됐다.

많은 사람들이 이 컬링경기에 빠져드는 것은 경기하기가 매우 쉽기 때문이다. 체력이 약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30분 정도 연습하면 시합에 참여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체력과 기술, 작전 등 다양한 스포츠적인 요소들이 대부분 내포하고 있다. 볼링, 당구와 비슷한 스포츠성과 바둑, 장기, 체스와 같은 정신적 요소가 결합됐다고 할 수 있다.

컬링, 세계적인 인기 종목으로 부상

컬링이 올림픽 주 종목으로 자리 잡고, 세계적인 인기를 끌어 모으면서 각국은 많은 과학자들을 통해 경기력을 높이는 방법을 연구해왔다. 많은 연구 결과가 나왔는데 그중에서도 컬링 경기의 고향인 스코틀랜드, 그리고 아일랜드 스포츠연구소에서 연구활동을 하고 있는 생리학자, 존 브래들리(John Bradley)가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 발간된 스포츠 과학·의학 저널(Journal of Sports Science and Medicine)을 통해 그는 ‘컬링의 과학(the science of curling)'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경기방식은 대략 이런 것이다.

각 팀에 소속된 4명의 선수들은 경기장에서 밑면이 오목하고 손잡이가 달린 둥근 돌(스톤)을 티(tee)라고 하는 목표 지점까지 밀어 보낸다.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티를 버튼(button)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하우스라고 하는 동심원 표식으로 된 원의 중심점을 말한다.

약 18.6kg의 이 스톤이 얼음 위를 미끄러져 가면, 브러시를 든 두 명의 선수는 이 스톤 얼음 위에서 브러시를 마찰시켜 얼음 위의 얼음조각이나 눈가루 등을 제거하면서, 동시에 얼음을 녹인다. 얼음이 녹으면 스톤의 속도가 더 빨라지기 때문이다.

브러시를 흔들어대는 두 선수 앞에서 다른 두 선수는 스톤이 목표점에 정확히 도달할 수 있도록, 뒤에 있는 선수들에게 브러시를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속도와 방향 등을 조절해줄 것을 지시한다.

경기의 목적은 각 팀이 가능한 한 이 원(하우스)의 중심에 가깝게 돌을 밀어 보내는 것이다. 각 선수들은 상대편의 선수와 번갈아 돌을 2개씩 미끄러뜨려 보낼 수 있다. 상대 팀의 돌보다 티에 가깝게 돌을 보내면 그 때마다 1점씩 얻는다.

마찰 속도에 따라 스톤의 방향, 속도 조절

링크(link)라고도 부르는 한 팀은 1회당 16개의 돌을 밀어 보냄으로써 1~8점을 득점할 수 있다. 돌을 하우스에 넣지 못하거나 티에 가장 가깝게 접근한 양 팀의 돌이 중심점에서 같은 거리에 놓이는 경우에는 득점하지 못한다. 한 시합은 10~12회로 이루어진다.

중요한 점은 선수들이 스톤 앞에서 브러시를 얼음과 마찰시킬 때 그 마찰의 정도가 스톤이 가는 방향과 속도를 조절한다는 점이다. 다른 경기와 비교해 컬링 선수들은 더 많은 과학적인 마인드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 존 브래들리의 설명이다.


흥미로운 것은 선수들이 브러시를 얼음에 마찰시키는 동안의 생리현상이다. 열심히 브러시를 움직일 경우 선수의 심장박동 수가 분당 170~200회까지 올라간다는 것이다. 때문에 경기가 계속 이어질 경우 피로가 누적된다.

그리고 피로가 누적될 경우 선수들의 컨디션이 저하될 수 있다는 것이 존 브래들리의 주장이다. 컬링과 비슷한 유형의 골프 경기와 매우 다른 현상이 벌어진다는 것.

골프의 경우 경기 중에 가파른 언덕을 올라가거나 걸음을 빨리 한다고 해도 자신의 스윙 폼(form)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3~4일 동안의 경기가 지속된다 하더라도 그 기간 동안 대다수 골프선수들은 자신의 스윙 폼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존 브래들리의 설명이다.

그러나 컬링 선수들은 그렇지 않았다. 동계올림픽에서 8일간 이어진 8번의 게임을 분석한 결과, 메달을 획득한 팀의 선수들은 한 번 게임에 참여한 후 두 번 더 게임에 참가할 수 있었다. 가능한 피로를 줄이려는 노력 때문이었다. 선수들의 컨디션이 피로와 직결돼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컬링 선수들이 수구(water pole)와 같은 격한 경기에 참여할 수 없다는 말이 아니다. 미국 위스콘신 주의 유행병학자이면서 스포츠로 인한 장애현상을 연구하고 있는 조나단 리저(Jonathan Reeser) 씨는 “많은 컬링 선수들이 추운 지역에 살고 있다고 해서, 일광욕을 할 수 없다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물리학, 기하학 등이 복합된 생활 스포츠

그는 최근 미국에서 열린 컬링 경기를 보면, 국가대표 급 컬링선수들의 경우 선수생활을 중단해야할 만큼 자신의 신체를 혹사시키고 있는 경우는 거의 발견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인대가 끊어지거나 뼈가 부러지는 등의 사례는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컬링으로 인해 장애를 일으킨 경우는 경기 중, 혹은 연습 중의 실수때문이다. 그래서 컬링 경기는 다른 경기와 비교해 격렬하다기 보다 머리를 써야 하는 과학적인 경기이다.

연구 결과들은 컬링 선수의 경기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 컬링은 게임, 그리고 선수들의 컨디션, 기술 등을 가능한 적절하게 짜 맞추는 경기라는 것. 브래들리 씨는 스포츠의 핵심 요소인 기술과 작전, 그리고 선수들의 컨디션 조절 능력이 곧 컬링 경기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고 말한다.

또한, 얼음 위를 미끄러져 가는 스톤의 속도를 조절하기 위해서는 그 얼음의 온도를 선수들이 정확히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 다시말해, 스톤이 너무 빠르게 움직이면 브러시의 움직임을 적게, 너무 느리게 움직이면 브러시 움직임을 느리게 해야 한다는 것.

이번 밴쿠버 동계 올림픽은 스키, 스케이팅, 아이스하키, 스노우보드, 봅슬레이, 바이애슬론, 루지, 스켈레턴, 그리고 컬링 9개 종목에 걸쳐 경기가 진행되고 있다. 한국은 17일 현재, 스케이팅에서만 3개의 금메달을 획득해 종합 2위를 달리고 있다.

스케이팅에서 한국의 메달 획득 행진은 더 이어질 전망이다. 동계 올림픽에 대해 전 국민의 관심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은 컬링과 같은 흥미로운 경기가 TV를 통해 방영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컬링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나 할 수 있는 경기다. 또한 과도한 체력을 요구하지 않으며, 경기를 하면서 생각을 해야 하는 흥미진진한 경기다.

대한컬링경기연맹 관계자는 컬링의 장점에 대해 다양한 작전 구상을 통해 두뇌 회전을 좋게 하고, 상대팀과의 심리적 요인으로 인해 통찰력을 배양하며, 자기에게 주어진 책임감을 발휘할 수 있으며, 저렴한 비용으로 즐길 수 있는 등의 장점을 지니고 있다고 말한다.

덧붙이자면 컬링이야말로 선수들에게 있어 과학적인 지식을 요하는 경기다. 스톤이 얼음 위를 미끄러져 갈 때 거기에 물리학, 기하학, 열역학 등의 과학적인 지식이 함께 미끄러져 간다. 컬링 경기가 이번 동계 올림픽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더 많이 알려졌으면 한다.

컬링은 아직까지 국내 팬들에게 생소한 스포츠다. 한국은 2007 동계아시안게임에서 남녀 팀이 모두 금메달을 따냈지만 이번 대회에는 참가하지 않는다.
이강봉 편집위원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0-02-1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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