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인체의 정보를 담고 있는 DNA. 생체 자체가 많은 물질이 소멸됐다 생성되는 유기체인 만큼, DNA 역시 때론 손상과 회복이 반복되곤 한다. 인체 속 DNA 가 손상되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지만, 이것이 회복이 잘 되지 않을 때 문제가 발생한다.
건강한 인체를 가진 사람의 경우 DNA가 손상됐다 할지라도 이에 대한 회복이 건강하게 일어나기 때문에 추후 DNA 가 새롭게 복제될 때에도 큰 무리 없이 원활한 유기적 활동이 가능하다. 그러나 문제는 DNA가 복제되는 순간, 손상된 DNA가 그대로 적용되는 경우다. 이러한 경우를 학계에서는 ‘DNA 돌연변이’라고 부른다.
국내 연구진이 이러한 DNA 돌연변이의 원인을 찾아내는 시도를 진행한 결과, 생체정보를 저장하는 DNA가 손상·회복되고 복제하는 과정에서 돌연변이가 발생하는 메커니즘을 규명해 주목을 받고 있다.
DNA 손상을 유발하는 단백질 연구
카이스트 최병석 화학과 교수팀이 DNA 손상을 용인하는 특수 복제효소 ‘Rev1’의 조절 메커니즘을 밝혀 학계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분자세포생물학분야의 세계적 학술지인 '분자세포생물학(Journal of Molecular Cell Biology)' 표지논문으로 게재되기도 했다.
현대사회에 들어 산업이 급격히 발전하면서 현대인들의 유전자는 과거에 비해 다양한 위협을 받고 있다. 오존층 파괴로 피부가 자외선에 그대로 노출되고 있을 뿐 아니라 담배연기를 비롯한 수많은 발암물질은 우리 인체의 DNA를 매우 공격적으로 손상시키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하루에도 수만 번 끊임없이 발생하는 DNA 손상이 효과적으로 회복되지 않을 경우 치명적인 질병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DNA 손상은 암 유발의 원인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최근 들어 알 수 없는 희귀병이 계속 등장하는 것도 손상된 DNA가 새롭게 복구되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최병석 교수팀은 이처럼 손상된 DNA가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기 복제가 일어날 경우, 어떤 현상이 발생하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손상된 DNA가 회복반응에 의해 복구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기 복제가 발생할 경우, 정상적인 복제를 담당하는 ‘폴리머라제’가 DNA 합성을 저지하고 세포의 죽음을 초래하는 것이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손상된 DNA가 복제 분야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DNA 손상 유인단백질을 연구했다는 점입니다. 우리 몸의 DNA는 약 1만 번 이상 손상이 일어납니다. 하지만 회복시스템이 매우 잘 갖춰져 있어, 원상태로 잘 복구되고 있죠. 문제는 회복 도중에 세포 주기상 복제가 일어나는 경우입니다. DNA를 쉽게 설명하기 위해서는 철로에 비유할 수 있는데, 레일의 한쪽이 손상됐을 때 기차가 지나가지 못하는 것과 같은 원리라고 볼 수 있어요. 이처럼 DNA의 경우도 손상이 가해졌을 경우 복제가 멈추게 됩니다. 세포 특성상 신진대사와 자기 복제는 반드시 일어나야 하는데 복제가 멈추면 세포가 죽게 되는 것이죠.”
최 교수에 따르면 우리 인체는 이러한 비상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특수한 복제효소를 만들어내곤 한다. 이 효소들은 보통 때에는 정상적인 중화효소의 역할을 하지만, 손상된 DNA 부위와 만나면서 특수한 성질로 변하고 만다.
“일반적으로 DNA가 손상돼 있을 경우, 정상적인 중화효소들은 복제를 잠간 멈추고 ‘Polκ’ ‘Rev1’ ‘Rev7’ ‘Rev3’ 등의 네 요소를 불러 특수한 상황을 해결하려고 합니다. 이러한 특수 중화효소들은 손상된 부위를 넘어갈 수 있거든요. 그중에서도 ‘Rev1’은 다른 물질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손상된 DNA 부위를 통과할 수 있죠.”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중화효소가 손상된 DNA를 통과․ 복제하면서 손상된 DNA의 부정확한 염기 정보를 입력할 때다. 주로 회복기능을 담당하는 ‘Rev1’과 ‘Rev3’가 부정확한 정보로 DNA 복구 작업을 진행할 경우 결국 돌연변이 DNA가 만들어지게 되는 것이다.
“손상된 DNA를 회복하기 위한 수리 시스템은 있지만 오류가 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손상된 부분이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복제가 필요한 시점에 돌연변이가 발생하는 것이죠. 정상적인 DNA의 경우는 손상이 감지되면 복제를 멈추는데, 이때 앞서 언급한 네 물질이 출동해 대신 통과하죠. 돌연변이 정보를 주입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모양의 DNA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사실 그동안 학계에서는 ‘Rev1’ 단백질이 돌연변이 DNA를 만드는 데 주 역할을 할 것이라고 추정해왔지만 그 구조와 기능은 명확히 밝혀내지 못한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최 교수팀은 핵자기공명 분광법(NMR)과 엑스선(X-ray)을 이용해 DNA 복제과정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단백질(Polκ과 Rev1, Rev1과 Rev3, Rev7) 각각의 복합구조를 밝혀내 주목을 받았다.
그 결과 DNA가 손상되는 경우 돌연변이가 유발되는 메커니즘을 밝혀냈으며 DNA 복제효소 간의 상호작용과 손상부위를 통과한 합성된 DNA가 더욱 연장되는 메커니즘을 분자수준에서 규명, 그 성과를 인정받을 수 있었다.
암 연구 근원적 열쇠 될까
DNA의 돌연변이 연구가 중요한 이유는 이의 원인을 파악함으로써 그동안 해결하지 못한 다양한 난치병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는 암 치료가 그것으로, 암의 직접적인 발병 원인이 DNA 손상으로 알려진 만큼, 이에 대한 메커니즘을 밝힌 것은 앞으로의 의료기술 발전을 의미하는 셈이다.
학계에서는 최 교수의 이번 연구로 개개인에 맞는 맞춤형 항암제를 개발할 수 있으며, 암 원인을 본질적으로 치료할 수 있고 부작용 없는 치료제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손상된 DNA로 복제된 돌연변이 DNA가 쌓이다보면 결국 암이 되는 것입니다. 몸의 생체정보를 잘못 해석하고, 또 그것을 계속 복제하다보니 결국 인체 상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죠. 예를 들어 피부암 환자의 경우 이러한 DNA 회복력이 일반 사람에 비해 약 1천 배 정도나 취약해요. 그래서 선천적으로 약한 피부를 타고난 경우가 많죠. 피부 외에도 이러한 종류의 병들은 수없이 많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 주위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질환으로는 자외선에 과도하게 피부가 노출된 경우 그에 따른 피부손상을 예로 들 수 있다. 일반적으로 햇빛에 피부가 무리하게 노출될 경우 대부분의 사람들은 DNA가 손상될지라도 빠른 회복력을 보이며 다시 정상적인 인체 메커니즘으로 되돌아온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는 손상된 DNA 돌연변이가 생체 내에서 계속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예전에는 이에 대해 다른 구조로 연구를 진행해 왔는데, 이번 연구로 인해 단백질의 구조를 보다 명확하게 풀 수 있었습니다. 기존의 연구에서 한 발짝 더욱 깊숙이 들어왔다고 설명하면 될까요. 그 기전을 밝혔다는 데 큰 의의가 있습니다.”
최 교수가 이 연구를 막 시작했을 당시에는 전국적으로 인플루엔자 소동이 일어났었다. 최 교수는 당시의 영향을 받아 최근에는 손상된 DNA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면서 자연스럽게 국내 신종플루에 대한 RNA 바이러스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DNA 돌연변이를 연구하다가 왜 RNA를 연구하느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연구를 진행하다 보니 이러한 것들이 서로 별개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DNA와 RNA가 각각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 인체 면역시스템과 서로 맞물리면서 함께 존재하는 것임을 깨달았다고나 할까요. 때문에 현재는 우리 인체가 어떻게 신호를 받아 전달하는지 등에 대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연구팀 내에서 일부는 회복 안 된 DNA가 복제되는 메커니즘을 더 연구하고 있고, 다른 팀은 항바이러스제 개발에 매진하고 있죠. 현재는 인플루엔자 논문도 준비 중에 있습니다.”
앞으로 신약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최병석 교수. 그는 “앞으로의 연구가 예상한 대로 순조롭게 진행되지만은 않겠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며 포부를 밝혔다.
- 황정은 객원기자
- hjuun@naver.com
- 저작권자 2013-06-2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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