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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공채영 객원기자
2005-06-02

돈키호테의 익살스러운 행동에 숨겨진 비밀 돈키호테 400주년 기념, 여행 프로그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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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산초여, 저쪽을 보아라. 서른, 아니 그보다 훨씬 더 많은 흉악한 거인들이 버티고 서 있다. 이것이야말로 정의의 전투다...” 말을 마친 돈키호테는 창을 들고 애마 로시난테와 함께 적진을 향하다 거대한 풍차에 부딪혀 나가떨어진다. ‘돈키호테’의 대표적 장면 중 하나이다.


아마도 이 장면을 기억한다면, 어렸을 적 만화 속 장면과 함께 울려 퍼지던 이 음악도 기억날 것이다. “아침햇살 빛난다, 패기에 찬 기사여. 돈키호테 돈키호테, 달려라 돈키호테, 정의의 기사여. 돈키호테 돈키호테, 실패와 모험은 성공의 비결” 이처럼 정의의 기사로 표현되는 돈키호테는(Don Quixote)는 1605년에 에스파냐의 작가 세르반테스가 발표한 풍자소설의 주인공이다.


돈키호테는 풍차를 괴물로 생각하고, 자신의 늙은 말을 준마로 착각하며, 포도주가 든 가죽 주머니를 상대로 격투를 벌이기도 한다. 그래서 그는 가는 곳마다 미치광이 취급을 받지만 그의 용기와 고귀한 꿈은 꺾이지 않는다. 그럼 돈키호테의 우스꽝스러운 행동 뒤에 숨겨진 의미는 무엇일까.


세르반테는 돈키호테에서 ‘인간’에 대한 통찰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명언, 명장면을 통해서 당시의 중세적 사고를 비판하고 풍자했다. 돈키호테가 착각한 것처럼, 중세 사람들도 모양이 비슷하면 동일한 것으로 판단하는 오사성 연상의 방식을 삶에 적용했다. 이는 푸코의 책 <말과 사물>에서 근대소설의 시작을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로 보는 것으로도 알 수 있다. 그럼 세르반테가 비판했던 중세적 사고는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특히 과학 분야에서 중세적 사고는 무엇인지 자못 궁금하다.


6세기에서 11세기에 이르는 초기 중세를 흔히 암흑기라고 부르지만, 이것은 과학분야에 한정되고 기술면에서 괄목할만한 성장이 있었다. 중세를 거치면서 귀리, 보리, 콩 등 새로운 곡물과 새로운 경작방식이 도입되는 등 농업기술 분야에서 놀라운 발전을 이루었다. 그리고 상업이 발달하고 생산력이 증가하면서 커다란 성당과 같은 대형 건축물이 등장할 수 있었고, 학문을 연구할 대학도 설립될 수 있었다. 한편 다른 문화권에서 종이와 인쇄술, 나침반, 화약 등 새로운 기술이 전래되어 중세사회의 변화를 가속화시켰다.


그럼 중세대학의 학풍을 통한 중세 과학의 특징은 어떤 모습일까. 중세 대학은 사변적인 특징을 지닌 스콜라 학풍이 주를 이루었다. 스콜라 학풍은 '진공의 존재가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제기하고, 이 문제에 대한 찬반을 논리적으로 살핌으로써 진공에 대한 본질을 파악하는 식으로 이루어졌다. 앞선 방법을 적용한 중세의 학문은 아주 세부적이고, 가상적이며, 추상적으로 발전했는데, 이와 같이 특징은 신학에서 기인했다. 즉 철학 혹은 과학은 중세 대학에서 ‘신학의 시녀’ 역할을 했던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은 신학과 상충되는 점이 있었기 때문에, 13세기에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을 금지하려는 움직임이 기독교 교회에서 자주 일어났다. 반면, 앞선 움직임이 어려워지자 아리스토텔레스 학문과 기독교 신학의 융합을 꾀함으로써 보다 근원적인 차원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이런 활동을 했던 대표적인 학자로 토머스 아퀴나스가 있다. 이후 아리스토텔레스의 자연철학은 기독교 신학의 핵심으로 자리잡았고, 중세 대학에서 엄청난 권위를 지니게 되었다. 이와 함께 스콜라 학문의 전통이 고도화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교회도 너무 합리적이고 신의 전능성에 제약을 가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에 대해 계속해서 반발했고, 1277년에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에 대한 금지령을 내렸다. 이후 스콜라 철학의 학풍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가장 큰 특징으로 우주에 존재하는 유일한 실재는 신이라고 하는 ‘절대존재’이며, 그 외 모든 지식은 단지 추상적인 이름에 불과하다는 철학적 경험론인 오컴의 유명론(Nominalism)이 부상했다. 여기서는 관찰할 수 없는 실체들과 본질들은 실재하지 않는 것으로 여겨졌고, 철학은 존재에 대한 설명을 하기 위한 도구로써의 역할을 상실했다. 이에 따라 합리주의보다 경험주의가 강조되었다.


그리고 자연을 연구하는 구체적인 방법에 변화가 있었다. 예를 들어, 옥스퍼스 대학의 머튼 칼리지는 수학과 물리의 영역을 구분했던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의 입장에서 벗어나서 물리현상에 대한 수학적 연구를 시도했고, 운동의 본질보다 기술적인 면을 설명하는 평균속도 개념이 등장하기도 했다. 즉 1277년 금지령 이후, 수학적이고 경험적이며 근대 과학 혁명기의 과학과 유사한 형태가 나타났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은 근대 과학으로 발전하기에 많은 한계점을 보였다.


예를 들어, 중세의 역학에서 해결하지 못한 두 가지 어려운 문제가 있었다. 그것은 운동의 원인인 힘 및 저항과 그 결과인 속도 사이의 관계를 설명하는 것과 운동의 원인을 설명하는 것이었다. 먼저 중세인들은 첫 번째 문제는 실험이나 관찰을 통해서 정답을 찾기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언급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차원에 머물렀고, 두 번째 문제는 아리스토테렐스의 운동원인 개념을 고수하는 수준인 관념적인 운동원인, 즉 ‘임페투스 개념’을 도입하는 차원에 머물렀다.


하지만 중세의 학자적 전통과 기술에서 시작한 장인적 전통은 근대 과학의 발생에 공헌했다. 근대 초기에 과학 혁명에 새로운 탐구 방법의 발생, 즉 과학적 방법과 지적전환, 즉 세계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의 성장이 필요했다. 즉 장인들은 근대 과학의 실험방법 면에서, 학자적 전통은 코페르니쿠스처럼 전통적인 방법을 써서 지적 혁명에 크게 기여했다.


지금껏 우리 사회에서 돈키호테는 너무나 풍자적인 모습으로 보여졌다. 발간된 지 400주년을 맞이하는 소설 <돈키호테>는 중세적 사고와 전근대적인 마술, 미신 등을 비판하고 근대적인 계몽을 보여주고자 한 것이다. 돈키호테의 새로운 모습을 알 수 있는 다양한 행사들이 마련되었다. 오는 6월까지 문학, 전시, 만화, 음악, 무용 등 돈키호테를 주제로 한 다양한 문화행사들이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


어렸을 적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 돈키호테도 읽어보고, 여러 다양한 행사들을 통해서 자기성찰의 계기뿐만 아니라 세르반테스 혹은 돈키호테가 풍자했던 당시의 사회를 생각해 보는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



[돈키호테 관련행사들]

1. 만화 경연대회: 전문 만화가, 아마추어,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국에 온 돈키호테"라는 주제로 만화 경연대회를 연다.(관련 사이트 : www.spainembassy.co.kr)


2. 돈키호테 홍보전: 신토불이 돈키호테가 전시 및 판매된다. (6월9-15일 교보문고 광화문점. 6월 16-22일 교보문고 강남점)


3. 돈키호테 음악주간: 6월 4일부터 16일까지

서울시 청소년 교향악단의 음악회 와 사비에르 디아스-라또레 및 올라야 알레만, 후안 산초 등과 함께 하는 돈키호테 시대의 음악 (문의: 730-6611),

'돈키호테' 바리톤(미겔 로살레스)-피아노(베스코 스탐볼롭) 협주곡 (문의: 794-3581-2)


4. 영상아트 전시회: 한국종합예술학교 학생들이 영상 멀티미디어나 비디오로 표현한 돈키호테를 전시한다. (6월15-30일 주한스페인대사관 갤러리 지하2층. 무료입장)


5. 400주념 기념 이벤트 ‘광기예찬’: 스페인 출신 예술가 에브루고가 선보였던 정신질환 치료 프로그램을 상연하고, 돈키호테의 본성과 휴머니즘을 재조명한다. (6월27-30일 나비아트센터. 무료입장. 문의: 2121-0912)


공채영 객원기자
저작권자 2005-06-0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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