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보다 명예…그리고 일할 기회를

과학기술유공자 예우·지원입법 공청회

그동안 국내에서 국가유공자는 참전용사, 독립유공자, 민주화운동 희생자, 공무상 희생자 등으로 그 대상이 한정돼 있었다. 과학기술분야의 유공자는 훈장 수여 등을 통해 그 명예를 인정받는 수준에 그쳤다.
 
정부는 과학기술인이 연구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지난 5월 28일 확정된 국정과제에 ‘과학기술유공자 지원법 제정’을 포함시켰다. 국가과학기술유공자에 대한 국가적 예우를 통해 이공계 기피현상을 막고, 과학기술인들의 사기를 불어넣자는 의도다.

▲ 25일 오후 2시 한국과학기술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과학기술유공자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가칭) 제정방안’ 공청회. 국내 최초의 과학기술유공자 법안인 만큼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됐다. ⓒScienceTimes


그리고 25일(화) 오후 2시 한국과학기술회관 소회의실에서 ‘과학기술유공자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가칭) 제정방안’을 주제로 공청회가 열렸다.
 
퇴직 후까지 전주기적 일자리 지원 필요

미래창조과학부 주최, 한국과학기술법학회 주관으로 열린 이날 공청회에서 손경한 회장은 최근 설문조사 결과를 설명하면서 “무엇보다 과학기술인들의 희망은 직접적인 금전적 혜택보다 명예의 존중, 퇴직 후 일할 기회 부여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과학기술자 유공자 입법에 있어 ‘과학기술유공자의 일하는 복지제도’에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손경한 한국과학기술법학회장. ⓒScienceTimes

퇴직 과학기술유공자의 연령대를 구분해 퇴직 초기(61~70세)에는 정년 연장 차원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퇴직 후기(71세 이후)에는 중소기업 멘토링, 청년창업 지원, 해외봉사 등 봉사활동을 지원하는 실질적 내용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향후 ‘과학기술 유공자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가칭)’을 제정할 경우 중복입법을 피하기 위해 기존의 이공계 지원특별법과 과학기술공제회법 등의 개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공계지원특별법 상의 핵심 이공계 인력에 대한 연구장려금 및 생활보조금 지급제도는 신법에 흡수돼야 하며, 정부 예산 또는 복지기금에서 과학기술공제회에 출연하게 될 경우 과학기술공제회법을 함께 개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기술유공자 입법을 구체화하는 과정에 대해서는 먼저 과학기술인의 복지와 근로실태를 반영해 1단계는 최소한의 예우와 일부 지원을 하는 것으로 하고, 2, 3단계에서는 지원 내용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단계별 추진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중요한 것은 지속적으로 과학기술 현장의 소리를 수렴하고,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종 목표는 과학기술인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전주기적 연구 활동을 수행할 수 있도록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일이라며, 가능한 많은 의견을 내줄 것을 주문했다.

과학기술인 범위 포괄적으로 확대해야

우리나라는 지난 2001년 상훈법 개정을 통해 과학기술훈장 및 과학기술포장을 신설했으며, 2003년부터는 한국연구재단, 산업기술진흥협회, 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과학기술한림원, 한국과학창의재단 등 5개 기관을 통해 과학기술인에 대한 시상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지난 2012년에는 대한민국최고과학기술인상, 대한민국과학문화상, 젊은과학자상, 한국과학상, 과학기술창의상, 테크노CEO상, 여성과학기술자상, 이달의과학기술자상, IR52장영실상 등 11개상을 수여하면서 27억원의 상금을 지급했다.

그러나 지난 5월 과학기술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많은 응답자들은 금전적 지원보다 명예의 전당 헌액, 국립묘지 안장, 본인명의 장학재단 설립 등과 같은 비금전적 예우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기술인 사기진작을 위해 특히 명예의 전당 헌액, 국립묘지 안장 등 비금전적 예우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62%에 달했고, 필요 없다고 응답한 경우는 8%에 불과했다. 유공자 예우방식과 함께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 법에서 정한 과학기술자의 범위다.

25일 열린 공청회 토론회에서 하성도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정책연구소장은 법에서 정한 과학기술인의 범위를 이공계 석사학위 소지자, 수상경력자 등으로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민간 분야 기여자들까지 확대해 포괄적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장재 한국과총 수석전문위원은 법 제정 취지와 관련 젊은 과학자들의 사기를 진작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체육인 연금제도와 같은 강력한 유인책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과학기술유공자연금재단(가칭)과 같은 기구를 설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방주 가천대 교수는 이번 법에 과학기술인들의 현직과 퇴직 이후를 모두 담은 전주기적 지원책이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유공자 선정에 있어 장기근속을 강조하기보다 실질적인 기여도를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학수 과학기술한림원 정책학부장은 입법 과정에서 왜 유공자 대우를 해주어야 하는지, 그 당위성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며, 과학기술계 전체 사기를 진작할 수 있는 방향으로 입법이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입법과정을 주관하고 있는 미래부는 법 안에 국가과학기술유공자 예우 방안과 함께 과학기술인 복지에 관한 사항 등을 포괄적으로 담을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공청회 이후에는 본격적인 입법과정에 들어가 오는 9월 중 법률 제정안 마련하고, 오는 12월 법제처 심사를 거쳐 내년 초 법제정을 완료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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