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로 뒤덮인 도시에 사는 개미와 시원한 숲속에 사는 개미 중 누가 더 더위에 강할까. 몇 년 전 미국 인디애나주립대 연구팀은 실제로 이런 실험을 진행한 적이 있다. 남아메리카에서 가장 큰 도시인 상파울루와 그 외곽 지역에 사는 개미들을 채집해 42℃의 무더운 실험용기 속에 넣은 것.
그 결과 도시에 사는 개미들이 외곽지역에 사는 개미들보다 20%나 더 오래 살아남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도시의 환경에 맞춰 도시 개미들이 더위에 강하게 진화한 덕분이다.
지구상의 생물들은 지금도 자연선택이나 성선택, 잡종교배 등에 의해 현재진행형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런데 인간도 생물들의 진화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존재로 떠올랐다. 인간이 지구상의 환경을 급격히 변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인류 최고의 발명품으로 불리는 도시의 생태 환경은 과연 동물들에게 어떤 진화를 일으키고 있을까. 이와 관련된 연구결과들이 최근 잇달아 발표돼 주목을 끌고 있다.
미국 툴사 대학의 생물학자 찰스 브라운(Charles Brown)이 이끄는 연구팀은 도시의 길가에 둥지를 짓는 제비들은 좀 더 짧은 날개를 갖도록 진화했다는 연구결과를 최근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발표했다.
그들이 이 같은 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지난 30년간 자동차에 치여서 죽은 조류의 숫자가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조류의 숫자는 증가하고 있지만, 매년 길거리에서 사고로 죽는 새들의 숫자는 감소하고 있다는 역설적인 통계에 주목한 것.
그들이 추적한 조류는 남아메리카에서 겨울을 나고 북미 지역에서 부화하며 약 1만2천 마리의 군집을 이루고 있는 삼색제비였다. 이 새들은 전형적으로 절벽에 원뿔형 모양의 진흙 둥지를 만들지만, 다리 밑이나 고속도로의 고가도로 밑에 둥지를 만들기도 한다.
연구팀은 지난 30년간 자동차에 치어 죽은 104마리의 삼색제비와 도심의 둥지에서 죽은 채 발견된 성체 삼색제비 134마리를 각각 수집해 날개 길이를 비교해본 결과, 교통사고로 죽은 새들의 날개 길이가 둥지에서 죽은 새들보다 더 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날개 길이의 변화 시기를 비교한 결과에서도 교통사고로 죽은 새들의 경우 전 기간에 걸쳐 날개 길이가 길어지고 있었지만, 둥지에서 죽은 새들은 점차 날개 길이가 짧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
이 결과에 대해 찰스 브라운은 도시에서 집을 짓고 사는 삼색제비의 경우 길가의 둥지를 출입할 때 민첩하게 자동차를 피할 수 있도록 좀 더 짧은 날개로 진화했다고 설명했다. 날개 길이가 짧을 경우 좀 더 빠르게 90도로 돌 수 있어 갑자기 달려드는 도로의 자동차를 빠르게 피할 수 있다.
기생충 피하기 위해 담배꽁초 둥지 지어
도시에서 구하기 쉬운 재료로 둥지를 지어 기생충 문제를 해결하도록 진화한 새들도 있다. 일반적으로 새들은 기생충을 제거하기 위해 식물성이 풍부한 물질을 이용해 둥지를 만든다. 그런데 사람들이 피우다 버린 담배꽁초로 둥지를 짓는 새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
담배꽁초에 존재하는 수많은 화학물질은 암을 일으키며, 더구나 일부에는 농약성분이 존재하기도 한다. 도시의 새들은 이처럼 알이나 어린 새끼에 해로운 담배꽁초로 왜 둥지를 짓는 것일까.
멕시코 연구팀은 그에 대한 구체적인 효과를 알아보기 위해 멕시코시티의 대학 캠퍼스에 있는 27개 제비 둥지와 28개 피리새 둥지에 특수한 장치를 설치한 뒤 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피우면서 좀 더 많은 니코틴이 통과한 담배꽁초로 만든 둥지에는 그렇지 않은 둥지보다 진드기 등의 기생충이 훨씬 적게 모여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담배꽁초로 둥지를 짓는 행위는 기생충을 물리치는 식물 성분을 구하기 힘들었던 도시의 새들이 그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응한 진화과정이었던 셈이다.
인간으로 인해 멸종의 길을 걷고 있는 대부분의 대형 포식동물들과는 달리 인간 때문에 큰 몸집으로 진화하고 개체수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동물도 있다. 아메리카 대륙의 북동부 지역에 서식하는 코요테가 바로 그 주인공.
회색 늑대와의 이종교배로 진화한 코요테
식육목 개과의 포유류인 코요테는 대평원 지역에서 토끼와 생쥐, 곤충을 잡아먹고 사는 몸무게 10~12킬로그램의 동물이다. 체구가 비교적 작기 때문에 숲속에 서식하는 회색 늑대와의 경쟁은 꿈도 꿀 수 없고, 주로 회색 늑대가 먹다 남는 찌꺼기를 먹는다.
하지만 이것은 약 200년 전의 모습일 뿐 지금의 코요테는 전혀 다르다. 예전에 회색 늑대나 사냥할 수 있었던 사슴이나 순록을 사냥하며, 몸집도 커져서 몸무게가 16킬로그램 정도 된다. 두개골도 커지고 턱 근육도 강해져서 그처럼 몸집이 큰 동물들도 마음대로 사냥하게 된 것이다. 심지어 2009년에는 19세의 여성에게 코요테가 달려들어 죽이기도 했다.
미국 산림청 소속의 생물학자들이 살인사건에 사용되는 과학수사기술을 이용해 사우스 캐롤라이나 지역의 죽은 사슴들을 조사했다. 상처에 남은 침에서 DNA의 염기서열을 분석해 사슴을 죽인 범인이 누군지 파악한 것. 그 결과 죽은 사슴의 1/3에서 코요테의 DNA가 검출됐다. 또한 2010년에는 캐나다 퀘벡의 매우 발달한 산림지역에 서식하는 순록의 60% 정도가 코요테의 사냥감이 되고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코요테는 어떻게 이처럼 강한 모습으로 진화할 수 있었을까. 화석 연구에 의하면 약 2만5천년 전 마지막 빙하기 시대의 코요테는 현대 코요테보다 덩치가 훨씬 컸다. 그러다 빙하기가 끝나는 1만3천년 전에 효과적인 석기를 지닌 인간 사냥꾼의 등장으로 대부분의 거대동물들이 사라졌다.
그러자 그들보다 작은 체구의 회색 늑대가 그 빈자리를 차지하면서, 당시 비교적 큰 몸집이었던 코요테와 경쟁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코요테가 밀리게 되었고, 차츰 몸집이 줄어들어 현대의 코요테 크기가 된 것이다.
그런데 유럽의 이주민들이 아메리카로 몰려들면서 코요테에게 다시 변화가 생기게 되었다. 개척자들은 농장의 동물을 습격하는 늑대들을 소탕해버렸다. 그러자 개체 수가 적어진 늑대는 교배에 어려움을 겪다가 코요테와의 이종교배를 시도한 것. 그 과정에서 늑대 유전자를 물려받은 코요테는 더 강해졌으며, 늑대가 사라진 생태계의 상위 포식자의 지위로 올라서기에 이르렀다.
이 같은 사실은 노스 캐롤라이나 자연과학박물관 연구팀이 뉴욕주와 뉴잉글랜드주에 걸쳐 서식하는 100마리 이상의 코요테의 미토콘드리아 DNA와 두개골 분석 결과 밝혀졌다.
현재 코요테는 미국 전 지역으로 확산되었으며 멕시코와 캐나다 남부의 대부분으로 확산되었다. 또 농장과 도시를 침범해 집안의 애완동물이나 버려진 패스트푸드를 먹기도 한다. 이처럼 도시로 확산된 일부 코요테 중에는 심지어 개와의 이종교배를 통해서 완전히 다른 종류의 동물로 진화하고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그 결과 도시에 사는 개미들이 외곽지역에 사는 개미들보다 20%나 더 오래 살아남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도시의 환경에 맞춰 도시 개미들이 더위에 강하게 진화한 덕분이다.
지구상의 생물들은 지금도 자연선택이나 성선택, 잡종교배 등에 의해 현재진행형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런데 인간도 생물들의 진화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존재로 떠올랐다. 인간이 지구상의 환경을 급격히 변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인류 최고의 발명품으로 불리는 도시의 생태 환경은 과연 동물들에게 어떤 진화를 일으키고 있을까. 이와 관련된 연구결과들이 최근 잇달아 발표돼 주목을 끌고 있다.
미국 툴사 대학의 생물학자 찰스 브라운(Charles Brown)이 이끄는 연구팀은 도시의 길가에 둥지를 짓는 제비들은 좀 더 짧은 날개를 갖도록 진화했다는 연구결과를 최근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발표했다.
그들이 이 같은 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지난 30년간 자동차에 치여서 죽은 조류의 숫자가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조류의 숫자는 증가하고 있지만, 매년 길거리에서 사고로 죽는 새들의 숫자는 감소하고 있다는 역설적인 통계에 주목한 것.
그들이 추적한 조류는 남아메리카에서 겨울을 나고 북미 지역에서 부화하며 약 1만2천 마리의 군집을 이루고 있는 삼색제비였다. 이 새들은 전형적으로 절벽에 원뿔형 모양의 진흙 둥지를 만들지만, 다리 밑이나 고속도로의 고가도로 밑에 둥지를 만들기도 한다.
연구팀은 지난 30년간 자동차에 치어 죽은 104마리의 삼색제비와 도심의 둥지에서 죽은 채 발견된 성체 삼색제비 134마리를 각각 수집해 날개 길이를 비교해본 결과, 교통사고로 죽은 새들의 날개 길이가 둥지에서 죽은 새들보다 더 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날개 길이의 변화 시기를 비교한 결과에서도 교통사고로 죽은 새들의 경우 전 기간에 걸쳐 날개 길이가 길어지고 있었지만, 둥지에서 죽은 새들은 점차 날개 길이가 짧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
이 결과에 대해 찰스 브라운은 도시에서 집을 짓고 사는 삼색제비의 경우 길가의 둥지를 출입할 때 민첩하게 자동차를 피할 수 있도록 좀 더 짧은 날개로 진화했다고 설명했다. 날개 길이가 짧을 경우 좀 더 빠르게 90도로 돌 수 있어 갑자기 달려드는 도로의 자동차를 빠르게 피할 수 있다.
기생충 피하기 위해 담배꽁초 둥지 지어
도시에서 구하기 쉬운 재료로 둥지를 지어 기생충 문제를 해결하도록 진화한 새들도 있다. 일반적으로 새들은 기생충을 제거하기 위해 식물성이 풍부한 물질을 이용해 둥지를 만든다. 그런데 사람들이 피우다 버린 담배꽁초로 둥지를 짓는 새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
담배꽁초에 존재하는 수많은 화학물질은 암을 일으키며, 더구나 일부에는 농약성분이 존재하기도 한다. 도시의 새들은 이처럼 알이나 어린 새끼에 해로운 담배꽁초로 왜 둥지를 짓는 것일까.
멕시코 연구팀은 그에 대한 구체적인 효과를 알아보기 위해 멕시코시티의 대학 캠퍼스에 있는 27개 제비 둥지와 28개 피리새 둥지에 특수한 장치를 설치한 뒤 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피우면서 좀 더 많은 니코틴이 통과한 담배꽁초로 만든 둥지에는 그렇지 않은 둥지보다 진드기 등의 기생충이 훨씬 적게 모여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담배꽁초로 둥지를 짓는 행위는 기생충을 물리치는 식물 성분을 구하기 힘들었던 도시의 새들이 그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응한 진화과정이었던 셈이다.
인간으로 인해 멸종의 길을 걷고 있는 대부분의 대형 포식동물들과는 달리 인간 때문에 큰 몸집으로 진화하고 개체수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동물도 있다. 아메리카 대륙의 북동부 지역에 서식하는 코요테가 바로 그 주인공.
회색 늑대와의 이종교배로 진화한 코요테
식육목 개과의 포유류인 코요테는 대평원 지역에서 토끼와 생쥐, 곤충을 잡아먹고 사는 몸무게 10~12킬로그램의 동물이다. 체구가 비교적 작기 때문에 숲속에 서식하는 회색 늑대와의 경쟁은 꿈도 꿀 수 없고, 주로 회색 늑대가 먹다 남는 찌꺼기를 먹는다.
하지만 이것은 약 200년 전의 모습일 뿐 지금의 코요테는 전혀 다르다. 예전에 회색 늑대나 사냥할 수 있었던 사슴이나 순록을 사냥하며, 몸집도 커져서 몸무게가 16킬로그램 정도 된다. 두개골도 커지고 턱 근육도 강해져서 그처럼 몸집이 큰 동물들도 마음대로 사냥하게 된 것이다. 심지어 2009년에는 19세의 여성에게 코요테가 달려들어 죽이기도 했다.
미국 산림청 소속의 생물학자들이 살인사건에 사용되는 과학수사기술을 이용해 사우스 캐롤라이나 지역의 죽은 사슴들을 조사했다. 상처에 남은 침에서 DNA의 염기서열을 분석해 사슴을 죽인 범인이 누군지 파악한 것. 그 결과 죽은 사슴의 1/3에서 코요테의 DNA가 검출됐다. 또한 2010년에는 캐나다 퀘벡의 매우 발달한 산림지역에 서식하는 순록의 60% 정도가 코요테의 사냥감이 되고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코요테는 어떻게 이처럼 강한 모습으로 진화할 수 있었을까. 화석 연구에 의하면 약 2만5천년 전 마지막 빙하기 시대의 코요테는 현대 코요테보다 덩치가 훨씬 컸다. 그러다 빙하기가 끝나는 1만3천년 전에 효과적인 석기를 지닌 인간 사냥꾼의 등장으로 대부분의 거대동물들이 사라졌다.
그러자 그들보다 작은 체구의 회색 늑대가 그 빈자리를 차지하면서, 당시 비교적 큰 몸집이었던 코요테와 경쟁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코요테가 밀리게 되었고, 차츰 몸집이 줄어들어 현대의 코요테 크기가 된 것이다.
그런데 유럽의 이주민들이 아메리카로 몰려들면서 코요테에게 다시 변화가 생기게 되었다. 개척자들은 농장의 동물을 습격하는 늑대들을 소탕해버렸다. 그러자 개체 수가 적어진 늑대는 교배에 어려움을 겪다가 코요테와의 이종교배를 시도한 것. 그 과정에서 늑대 유전자를 물려받은 코요테는 더 강해졌으며, 늑대가 사라진 생태계의 상위 포식자의 지위로 올라서기에 이르렀다.
이 같은 사실은 노스 캐롤라이나 자연과학박물관 연구팀이 뉴욕주와 뉴잉글랜드주에 걸쳐 서식하는 100마리 이상의 코요테의 미토콘드리아 DNA와 두개골 분석 결과 밝혀졌다.
현재 코요테는 미국 전 지역으로 확산되었으며 멕시코와 캐나다 남부의 대부분으로 확산되었다. 또 농장과 도시를 침범해 집안의 애완동물이나 버려진 패스트푸드를 먹기도 한다. 이처럼 도시로 확산된 일부 코요테 중에는 심지어 개와의 이종교배를 통해서 완전히 다른 종류의 동물로 진화하고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 이성규 객원편집위원
- 2noel@paran.com
- 저작권자 2013-04-1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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