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 섬에 격리시킨 도마뱀들을 장기간 관찰하는 초유의 실험 결과 이들의 유전적ㆍ형태적 특징은 자연선택과 `창시자 효과'라는 현상이 합쳐져 결정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사이언스 데일리와 라이브사이언스 닷컴이 2일 보도했다.
미국 과학자들은 바하마 제도의 한 큰 섬에서 브라운애놀(Anolis sagrei) 도마뱀들을 붙잡아 허리케인으로 도마뱀이 사라진 인근 섬 7개에 암수 한 쌍씩 풀어놓고 여러 세대가 지난 4년 후 관찰한 결과 이런 현상을 확인했다고 사이언스지 최신호에 발표했다.
`자연선택'은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특징이 다음 세대로 전달되는 현상을 가리키며 `창시자 효과'(founder effect)는 한 종이 새 영역에 서식할 때 개체수와 유전적 다양성의 부족으로 일어나는 유전적ㆍ형태적 특징의 변화를 가리키는 것으로 자연 상태에서는 관찰하기 어려운 현상이다.
도마뱀들이 원래 살던 섬은 나무가 우거진 섬이었지만 이주한 섬들은 키 작은 관목만 있는 곳이었다.
이전의 관찰 결과 숲에 사는 도마뱀들은 관목 지대에 사는 것보다 뒷다리가 길어 굵은 나뭇가지 위에서 더 빨리 달릴 수 있었던 반면 관목 지대 도마뱀들은 키 작은 식물의 좁은 가지 위에서 더 빨리 이동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진은 도마뱀들을 이주시킨 뒤 4년 동안 각 섬을 방문해 도마뱀의 다리 길이를 재고 조직 표본을 채취해 유전자를 분석했다. 이들은 실험대상인 7개의 섬 외에 12개의 다른 섬에도 대조군 도마뱀들을 풀어놓아 실험대상 도마뱀에 일어난 변화가 종에 일어난 자연적인 변화가 아님을 확인했다.
각 섬의 실험 대상 도마뱀들은 모두 살아남아 2년 만에 개체수가 평균 13배로 불어났으나 이후 더 이상 늘지 않았다.
연구진은 "실험 1년 만에 7개 섬 모두에서 도마뱀들이 달라지는 창시자 효과를 목격했다. 어떤 섬에서는 다리가 길어졌고 어떤 섬에서는 다리가 짧아졌지만 이주한 섬의 식생 환경을 고려하면 이는 무작위적인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주한 섬의 식생이 고향 섬과 달랐기 때문에 연구진은 도마뱀들이 처음보다 다리가 짧아질 것으로 예상했었다.
실제로 4년이 지나자 모든 섬의 도마뱀들은 다리 길이가 짧아져 자연선택의 효과를 알 수 있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그러나 뒷다리 길이가 가장 길었던 도마뱀의 후손들은 나중까지 가장 긴 뒷다리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험 기간 전반에 걸쳐 가장 긴 것에서 가장 짧은 것에 이르기까지 이들의 다리 길이가 원래의 순서를 유지한 것은 창시자효과와 자연선택이 함께 기여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연구진은 말했다.
이들은 창시자 효과에 관한 이전의 연구들은 대부분 실험실에서 이루어진 반면 자신들의 연구는 "각 섬의 창시자만 조작했을 뿐 나머지는 완전히 자연에 맡긴 것"이라고 강조했다.
-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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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2-02-0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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