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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조행만 객원기자
2013-02-26

대포병전 승리 향해 진화하는 K9 자주포 컴퓨터 사통장치, 자동장전시스템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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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은 연기를 뿜으며 K9 자주포가 실사격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동장군이 맹위를 떨치던 2월 초의 이른 아침. 여명을 뚫고 K9 자주포가 하얀 설원을 달린다. 무한궤도 속에서 출렁거리는 보기륜의 금속마찰음이 차갑게 가라앉은 새벽 공기를 어지럽게 뒤흔든다. “적위치 47/8405, 포대는 034 지역으로 이동하라.” 눈밭을 헤치며 직진하던 자주포부대는 사격지휘소(FDC)로부터 긴급 무전연락을 받고 세차게 진흙을 튀기며 미끄러지듯 방향을 바꿨다.

최근에 들려온 북한의 지하핵실험 소식은 K9 자주포부대의 행보를 더욱 긴박하게 만든다. 자주포의 존재 이유는 북한의 기습도발에 대비한 신속대응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의 목적은 겨울철 적 도발의 위협에 대비한 아군의 화력 대응태세를 점검하기 위한 정례 혹한기 훈련이다. 사격장에 도착한 K9 자주포부대는 포방열, 사격지휘소 전개, 전방위 통신체계 구축 등 신속하고도 일사분란한 작전을 전개했다.

전방관측소(OP)로부터 표적위치가 알려지고 사격지휘소는 각 포대로 사격제원을 하달했다. “전포대는 즉각 효력사를 실시하라!”는 지휘소의 명령과 동시에 포반장들의 “쏴!”라는 짧은 구령에 사수는 지체 없이 발사버튼을 눌렀다. 지축을 뒤흔드는 엄청난 굉음과 함께 포신이 역동적으로 후퇴하는 가운데 포구에서 나오는 짙은 화약연기가 포탑을 감쌌다.

사격을 마친 포대는 신속하게 자리를 박차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했다. 새로운 진지 도착과 동시에 포방열을 마친 K9 자주포 부대는 곧바로 다시 급속사격을 실시, 목표지역을 초토화시켰다.

오늘날 현대전의 주력은 화포다. 그중에서도 자주포는 화력지원의 주체로서 그 중요성이 날로 더해가고 있다. 더 멀리, 더 정확하게 쏘고, 반면에 적으로부터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 빨리 자리를 피하는 것이 기술력의 요체다. 이를 위해선 첨단 전자, 기계, 컴퓨터공학과 여기에 로봇공학 등이 만들어내는 자동사격시스템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K9 자주포는 이러한 현대전의 요구 하에 탄생한 괴물이다. 

8.1m 장포신으로 적후방 격파  

자주포의 주임무 중의 하나는 적후방에 있는 종심(아직 최전방에 접하지 않은 적의 후방 주진지)을 타격, 적의 전쟁의지를 꺾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자주포는 긴 사거리를 필요로 하고 장포신은 필요충분조건이 된다.

군사전문가들은 “기본적으로 포신의 길이가 길어질수록 탄자의 운동에너지가 증가, 사거리와 관통력이 늘어난다”며 “포신 길이에 의해 포의 위력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단언한다.

K9 자주포는 역대 최장인 8.1m의 155mm포를 탑재, 최대 40km 이상의 사거리를 갖고 있다. 포는 소구경포의 경우, 탄소 성분을 가해 만든 단단한 특수강의 가운데를 특수 드릴로 파내서 포를 제작하지만 대구경포는 다르다. 하나의 특수강을 고장력의 와이어로 감고 다시 반복해서 여러 장의 특수강을 감은 다층 구조로 이는 재료공학과 컴퓨터 설계기술(CAD)의 발달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포의 구경이 커질수록 포탄의 위력도 증가하는데, 이는 사격시 자주포 차체에 큰 스트레스를 줌으로써 수명연한을 단축시키는 원인이 된다. 하지만 K9 자주포에 부착된 유기압 현수장치는 스페이드(차체 후부에 장착된 대형 삽날, 사격시 반동을 지면에 전달한다.) 없이도 사격이 가능하고, 포구에 설치된 제퇴기(포구에 뚫린 구멍으로 사격시, 구멍을 통해 가스가 빨려나가면서 포를 앞으로 밀어준다)와 주퇴복좌기(유압실린더의 피스톤이 포의 반동력을 흡수한다)는 사격반동에 따르는 스트레스를 흡수, 이런 문제점을 해결한다.

로봇팔로 포탄 자동 장전

▲ 신속한 사격과 진지 이동이 특징. ⓒ연합뉴스
“전 포대는 진지를 이동, 52/8809, 방위각 052 방향으로 포방열을 실시하라.” 다시 사격지휘소의 명령이 떨어졌다. 자주포부대는 신속하게 진지를 변환, 새로운 지역으로 이동했다. 자주포가 대포병전에서 승리하려면 신속한 사격과 진지 변환이 생명이다. 그러기 위해선 높은 기동성과 자동사격시스템이 필수다.

1천 마력의 고성능 엔진을 탑재한 K9 자주포는 진흙탕, 눈 덮인 산악지역 등을 막론하고 전천후 기동이 가능하며 360도 제자리 회전을 하는 피봇(Pivot)이 가능하다. 진지에 도착하면 스스로 자동방열을 시행한다. 사수들은 상부로부터 하달되는 사격제원을 자동사통장치 계기판의 디지털 숫자 버튼을 눌러서 기입하기만 하면 된다. 이를 통해 포는 자동으로 타격목표지역으로 포탑을 돌리고, 포구를 정렬시킨다.

과거엔 사수가 이를 모두 수동으로 조작했다. 사격지휘소로부터 대략적인 사격제원을 내려 받으면 포대의 사수는 지역의 온도와 기후 그리고 고도에 관련된 수치를 일일이 환산표를 보고 세부적인 계산을 실시한다. 더불어 차체 외부에서 측지병이 측정 장비를 이용해 측지를 실시하면 사수는 이를 모두 종합해 최종적으로 탄도와 사거리 그리고 장약을 계산하고, 수동으로 일일이 조종핸들을 돌려서 포를 사격방향으로 향하게 했었다.

자동장전시스템은 과거보다 더욱 발전된 모습을 보여준다. 탄적치대의 전동모터가 체인을 돌려서 탄을 이송기에 밀어주면 포수가 앞에 있는 자동장전장치에 연결하고, 탄을 받은 자동장전장치는 180도 회전 하강한 다음에 탄을 포미 뒤의 컨베이어벨트에 올려놓는다. 탄은 곧바로 약실로 빨려 들어간다. 이는 15초에 3발의 포탄을 목표지역에 쏘는 급속사를 달성하게 한다.

이렇듯 K9 자주포는 포방열, 사격제원산출, 포탑 회전, 탄 선정에서 장전까지의 모든 것이 자동으로 이뤄진다.

조행만 객원기자
chohang3@empal.com
저작권자 2013-02-2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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