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은 다른 어떤 국가보다도 과학이 대중과 잘 소통하는 문화가 이뤄져 있다고 들었습니다. 주목할 만한 영국의 대중 과학 프로그램이나 대중들에게 열린 공간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영국에는 대중이 과학을 더 잘 이해하고 친근하게 참여할 수 있게 돕는 많은 박물관, 협회, 축제, 대학, 그리고 여타의 기관들이 있습니다. 영국과학발견센터협회(UK Association for Science and Discovery Centres)의 비전 선언문에도 나와 있듯이, 이 모든 단체 및 기관들은 ‘사람들이 과학에 흥미를 느끼고 영감을 받으며, 과학과 소통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런던의 과학박물관(Science Museum)과 자연사박물관(Natural History Museum), 큐에 있는 왕립식물원(Royal Botanic Gardens), 그리고 에덴 프로젝트(Eden Project)와 웰컴 재단(Wellcome Foundation)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과학자와 과학 커뮤니케이터들이 과학의 풍부하고 경이로운 신비에 대한 흥미를 자극하는 곳들 중 대표적인 몇 군데만 언급한 것입니다. 영국 전역에는 이 외에도 과학의 다양한 측면을 소개하고 탐구하는 일에 주력하는 많은 작은 박물관들이 있습니다.
또한 많은 대학에서도 일반 시민을 위한 과학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며, 여러 과학 페스티벌 역시 과학계의 최근 발전을 대중에게 알리는 데에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2015년에는 브래드퍼드에서 영국 과학 페스티벌(British Science Festival)이 열릴 예정입니다.
아울러 인터넷을 통해 누구나 무료로 활용할 수 있는 훌륭한 자료들도 있습니다. 그 중 추천할 만한 것은 지난 100년간 이뤄진 과학 및 공학 분야의 뛰어난 발견들에 대한 자료를 담은 영국국립도서관(British Library)의 아카이브입니다. 이를 통해, 영국 과학계의 많은 선구적인 업적 뒤에 숨겨진 이야기를 소개하는 ‘과학의 목소리(Voices of Science)’ 프로젝트에 참여한 저명한 영국 과학자들의 인터뷰를 들을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하신 것과 같은 문화, 또는 문화적 현상이 확립될 수 있었던 요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영국은 과학 발전의 기나긴 역사를 가진 나라입니다. 아이작 뉴턴(Isaac Newton), 찰스 다윈(Charles Darwin), 마이클 패러데이(Michael Faraday) 등 많은 위대한 과학자들이 영국에서 나왔죠. 보다 최근에는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이 우주의 기원에 대한 연구로 수많은 사람에게 영감을 주기도 했습니다. 또 영국의 대학들은 과학 연구의 전반적인 수준면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인구의 0.9%에 불과한 인구를 갖고 있음에도, 학계나 사회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과학 논문의 16%를 발표하고 있죠. 이는 영국이 19세기에 번영했던 전통을 토대로 전 세계의 과학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19세기는 대영제국의 야망과 산업혁명을 발판으로 일궈진 부에 힘입어 호기심 가득한 전문 및 아마추어 과학자들이 열정적으로 세계를 탐구하던 시기였어요. 과거 빅토리아 시대의 사람들은 새로운 것에 대한 앎과 발견을 굉장히 중요시했는데, 이 시대에 다양한 과학적 연구 대상들을 수집하기 시작한 것은 일반 대중을 교육하기 위한 목적에서였습니다.
영국에서 처음 시작된 행사, ‘페임랩(FameLab)’이 올해 처음으로 국내에 도입되었습니다. 재단과 함께 공동주관하신 입장에서 행사 개최 계기 및 소감, 행사 중에 만난 국내 과학 커뮤니케이터들에 대해 느끼신 점 등이 궁금합니다
과학 및 기술에 관한 한국인들의 관심과 이해를 주제로 하여 2012년에 한국 정부가 수행한 연구 결과를 읽어본 적이 있습니다. 이 연구를 보니, 과학과 혁신, 기술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증가했지만 과학 부문에 대한 대중의 전반적인 지식은 10년 동안 같은 수준에 머물고 있음을 알 수 있었죠. 그래서 주한영국문화원은 젊은 연구자들과 대중이 소통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야 할 때라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보다 양질의 과학 지식을 원하는 대중의 수요가 증가했기에 대중과 격의 없이 소통할 수 있는 방식을 채택하고 싶었고, 그렇게 한국에서 페임랩을 개최하게 되었습니다.
페임랩은 2005년 영국 첼트넘 페스티벌(Cheltenham Festival)에서 시작되었으며 2007년부터는 영국문화원과의 협력 하에 전 세계적인 프로그램으로 성장했습니다. 한국은 동북아에서 첫 번째로 페임랩의 일원이 되었고, 수백 명의 참가자들이 지원하며 프로그램은 매우 성공적으로 진행됐죠. 페임랩 결선 진출자 10명은 현재 각자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토대로 행사가 끝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과학 커뮤니케이션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페임랩의 대상 청중은 한국에서 과학 문화를 접하는 데 있어 가장 소외되었다고 여겨지는 19세 이상 성인들입니다. 주한영국문화원은 이처럼 주도적인 젊은 과학 커뮤니케이터들을 만나게 된 것을 진심으로 행운이라고 생각하며, 내년에 열리는 ‘페임랩 2015’도 더욱 더 많은 젊은 과학자들이 자신의 연구를 대중에게 열정적으로 알릴 수 있는 자리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페임랩 이외에도 주한영국문화원은 과학의 대중화와 연구 지원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영국문화원은 과학 분야에서 아래와 같은 4가지 핵심 목표를 지향합니다. 첫째, 영국 및 세계 각국에서 연구자들과 혁신가들 사이의 유대 강화. 둘째, 영국 및 해외 연구자들이 국제적인 연구 경력을 쌓을 수 있는 역량 및 기회의 증대. 셋째, 영국 국내 및 해외의 연구의 영향력과 범위를 넓히는 데 기여하는 대중 참여 활동 지원. 넷째,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 교육을 중심으로 한 배움의 공유와 최상의 학습법 도입.
이상의 네 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그중에서도 특히 대중 참여 활동을 지원하고 최상의 학습법을 공유하기 위해 현재 ‘사이언스 인 스쿨(Science in Schools)’, ‘인스파이어링 사이언스(Inspiring Science)’, ‘MARCH(MAke science Real in sCHools)’, ‘나노피니언(nanOpinion)’, ‘큐브드(Cubed: 온라인 과학 잡지)’ 등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영국문화원의 활동은 대부분 정부 부처나 정부기관, 또는 국제단체와의 협력 하에 진행됩니다. 페임랩 주최 시 한국과학창의재단과 협력했던 것처럼 말이죠.
또 어떤 프로그램은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어떤 프로그램은 일부 국가들에 한정됩니다. 예를 들어 MARCH는 최근에 유럽 7개 국가(그리스, 독일, 세르비아, 리투아니아, 불가리아, 포르투갈, 영국)가 함께 참여해 만든 네트워크입니다. MARCH는 유럽의 여러 협회, 비정부기구(NGO), 교육기관들이 함께 협력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유럽에서는 과학과 일상생활이 밀접한 관련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과 과학이 적극적인 시민을 양성할 수 있는 힘을 지녔다는 인식이 점차 높아지고 있고, 나아가 과학적 역량과 취업률 사이의 관계가 강조되고 있는 추세죠.
또 젊은 연구자들이 서로 활발히 교류하고, 국제적으로 연구 협력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리서처 링크스(Researcher Links)’, ‘리서처 커넥트(Researcher Connect)’, ‘BIRAX’, ‘EURAXESS UK’ 같은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과학 프로젝트들을 대학교육, 기술, 학교, 예술 영역 등과 관련된 영국문화원의 다른 활동들과도 긴밀히 연계하여 진행한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과학이 사회의 제반 활동과 사회적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최근 주한영국문화원과 재단은 과학 대중화 사업 공동 추진에 대한 MOU를 체결했습니다. 영국문화원이 여러 사업 분야 가운데서도 특별히 과학 관련 분야 사업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왕립 헌장에도 명시되어 있듯이 영국문화원의 설립 목적 중 하나는 영국과 세계 각국 사이에 문화적, 과학적, 기술적, 교육적 협력을 장려하고 증대하는 것입니다. 영국의 국제적인 문화 교류 기관으로써 영국문화원은 80년 동안 전 세계 사람들의 지식과 아이디어를 교환하며 신뢰를 쌓고 참여를 유도하려 노력해왔습니다.
영국문화원이 과학 분야의 활동을 특히 중요시하는 이유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지원하고 미래 번영의 토대가 될 국제적 관계가 바로 과학 연구를 통해 형성되기 때문입니다. 또 대중들의 과학 참여 활동을 지원하면 영국 및 세계 각국의 연구 활동이 과학에 미치는 영향력을 높일 수 있다고 믿고 있죠. 이는 양질의 연구 결과로 이어질 것이고, 그러면 또 다시 재능 있는 학생들과 연구원자들을 끌어 모을 수 있습니다. 영국문화원은 이런 선순환을 통해 전 세계 연구자들 및 혁신가들의 유대를 확장하고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대중들이 과학을 딱딱한 학문이 아니라 즐거운 문화의 하나로 받아들일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을 위해 현재 한국에 가장 필요한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과학이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자연스럽게 깊숙이 들어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학 지원 활동이 학교 교육의 중요한 부분이 되어야 하고요. 여러 기업들과 여타 협회 및 기관들이 함께 노력을 기울이는 전체론적인 접근법 중요하다고 봅니다. 사일로 활동(silo activity: 자신의 부서나 영역 내의 이익만 추구하는 고립된 활동)만으로는 의미 있는 효과를 얻을 수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2015년에 주한영국문화원이 계획하고 있는 새로운 사업이나 프로젝트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글로벌 교육 대담(Global Education Dialogue, GED)이 ‘글로벌 인재를 위한 경쟁에서 기술의 역할(THE ROLE OF TECHNOLOGY IN THE RACE FOR GLOBAL TALENT)’이라는 제목을 달고 2월 26일~27일에 서울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GED는 동남아시아와 아메리카 대륙에서 해마다 열리는 국제 교육 컨퍼런스로, 정부, 교육, 산업계의 리더들이 모여 고등 교육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이슈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죠. 이 행사에서는 고등 교육과 관련된 핵심적 문제들에 대해 서로 의견을 나누고 해결책을 토론하는 시간이 진행됩니다.
또 3월에는 STEM 교육 관련 방문 및 워크숍도 앞두고 있습니다. 영국 각지의 정부 관리들이 한국을 방문해 주한영국문화원과 함께 한국의 STEM 교육 현황을 검토하고, 또 양국의 교육 환경에서 보다 수준 높은 STEM 교육과 창의성을 증진하기 위해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예정입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사업들을 계획 중에 있으니, 앞으로도 주한영국문화원의 행보를 지켜봐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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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5-01-2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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